<리영희프리즘>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
-
리영희 프리즘 - 우리 시대의 교양
고병권.천정환.김동춘.이찬수.오길영.이대근.안수찬.은수미.한윤형.김현진 지음 / 사계절 / 2010년 2월
평점 :
대학에 들어와 리영희의 문명을 듣고난 후 구입한 책이 <轉換時代의 論理>였다. 굳이 한자로 적은 건 그 땐 이 책이 창비신서에 속해 붉은 색 표지에 한자로 저리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같은 출판사에서 개정판도 나왔고, 한길사에서 리영희 저작집으로도 나와 있는 걸로 안다.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말하는 사람들의 평이 부담스레 다가왔다. 물론 내겐 '전환' 같은 건 없었으니 그가 평론 혹은 논문에서 말하는 이야기들이 책을 대할 즈음에는 그닥 새로운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건 중국에 대한 과도한 기대였는데 후에 신영복 교수를 알고난 후 두 사람이 중국에 관해선 의견이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시큰둥한 마음이 리영희의 자서전인 <역정>을 읽으며 바뀌었다. 짧은 감상에 그 때 했던 생각을 담아봤다. "어찌 이리 솔직할 수 있을까? 솔직하기에 또한 대담하다. 리영희는 자신이 용렬하다지만 그 정도도 용렬이라면 보기 드문 용렬이다. 자신은 남한 사회의 철저한 이방인이기에 솔직함만이 미덕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자신의 삶과 역사 앞에 이렇듯 솔직하고 성실한 사람을 만나게 된 것이 반가웠다.
리영희의 절필 선언을 알게 된 후 그의 새로운 글을 볼 수 없다는 아쉬움이 컸다. 하지만 원로랍시고 사람들과 언론으로부터 잊히지 않고자 궤변을 쏟아내는 노인네들과 그는 얼마나 다른지? 헛 된 소리가 나오지 않게끔 자신을 틀어쥐는 용기와 절제는 가히 드문 경지다. 노촌 이구영이 뜻을 새겨 준 '無涯惟智'(지혜만이 한계가 없다)가 그는 참으로 어울리는 사람이다. 리영희는 '옷깃을 여밈'이 한갓 수사가 아님을 알게 하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