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희생자 - 상 밀리언셀러 클럽 1
제임스 패터슨 지음, 최필원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7월
평점 :
절판


첫번째 시리즈라서 그런걸까.. 여성살인클럽의 네 인물들 중에서 주인공인 형사 린지의 병과 사랑에 많은 비중을 두어서인지 정작 중요한 용의자와 그 용의자 주변 인물에 대한 심리묘사나 주변인물의 확대에 대해서는 소홀한 점이 확연히 드러났다.  

용의자 젠크스가 범인이 아닐거라는건 작가가 의도적으로 배치한 점이니까 반전이 시시하다는 말을 하면 안되겠지만서도.. 진범에 대해서 작가가 너무 불친절했다.  왜 진범이 그런 극단적인 방법을 택했는지 마지막 장까지 읽어도 그다지 개운한 맛이 아니었다. 게다가 마지막 장에서 잘난척하러 왔다가 된통 당한 꼴을 보니 젠크스가 그렇게 똑똑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아무리 여자라지만 형사 아니냐고.~!! 차라리 용의자 젠크스의 의도를 꿰뚫어본 린지 형사의 씁쓸하고도 참을 수 없는 분노로 마무리를 했다면 어땠을까. 그리고 다음 어느 시리즈에서 발전(?)적인 범죄를 저지르는 젠크스를 린지 형사가 크리스의 죽음까지 안고서 끝까지 뒤쫓는다.. 뭐 이런것도. 내가 너무 유치한가..? ㅎㅎㅎㅎㅎ

마음에 드는건 작가가 어느 인터뷰에서도 밝혔듯이 하나의 장을 최소한으로 줄이려고 노력했다는것. 영화의 한 씬을 보는 것처럼 소설이, 소설 속의 캐릭터가 살아서 눈 앞에서 지나가고 있어서 독서에 익숙치 않는 사람도, 다독을 하는 사람에게도 매력적이겠다 싶었다.  

일단 다음 시리즈 '두번째 기회'까지 보고나서 이 시리즈에 계속 시선을 두어야 할지 결정해야할 것 같다. 솔직히 첫번째 희생자를 두번째 읽는 거라서 감흥이 많이 떨어진건 사실이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백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8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09년 11월
구판절판


친구? 원하는 사람도 없고, 애초에 그런 건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내가 살 수 있는 곳은 이 집밖에 없다.아빠가 일하고 엄마가 지켜주는, 내가 있을 유일한 장소.
만약 HIV 바이러스가 아빠나 엄마한테 옮았으면 어쩌지. 그리고 나보다 먼저 발병해서 죽어버린다면. 나는, 더 이상, 살 수 없다.
절대 두 사람에게 옮겨서는 안 된다. -186쪽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돌이 2009-10-31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오키는 가족을 사랑해서 바이러스를 옮기면 안된다고 생각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자신이 살아갈 장소를 잃을 것이 두려워서 그런 생각을 한 것이다. 이토록 이기적인 생각은 어디서부터 온 것일까, 가정에서 아니면 사회로부터? 천성적이라고 말해도 될까? 물음은 있지만 답은 찾을 수 없다.
 
고백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8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올랐던 단어들을 먼저 늘어놓자면.. 법, 제재, 복수, 처벌, 소년범죄, 증오, 우연.. 등등...  두 소년이 저지른 범죄와 피해자 가족의 복수극에 걸맞는 평범한 단어들이 중반까지 이어졌다.  

  중간쯤까지 읽으면서 그저 인간 사이의 소통과 이해의 부재가 가져온 비극적인 사건과 그에 대한 피해자 어머니의 개인적인 복수극으로만 생각했다. 그 복수극이 너무도 사실적이어서, 나는 범죄로 가족을 잃었을 때 법의 심판에 맡길 것인지, 아니면 내 손으로 갈가리 찢어죽이기를 원할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과연 나는 어떤 심정이 될까, 상상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만들어진 윤리관이라고 할지라도 일단은 법의 심판으로 정의가 구현되기를 원하는 마음이 있을 것 같다.(실제로 그런 일을 겪은 적이 없으니 뭐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범죄로 가족을 잃은 분들께 미안한 마음이다.)  개인적인 복수도 물론 하고 싶을테지만 누구나 인정할 만한 심판의 잣대로 처단하고 싶은 마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 속의 내용과 같이 소년 범죄로 희생되었다거나 법의 사각지대 때문에 한 사람의 목숨과는 상대도 되지 않을, 처벌이 아닌 제재만이 가능할 때는 모리구치 선생님처럼 개인적인 처단을 원하게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리고 모리구치 선생님은 감정이 앞서 무턱대고 덤비는 것이 아니라 두 인간을 서서히 조여드는 냉정하고 치밀한 복수를 감행한다.  

  그리고 나오키의 어머니의 일기와 슈야의 어머니에 대한 러브레터를 읽으면서, 또 딸을 잃은 모리구치 선생님의 복수의 행보를 보면서, 어머니란 존재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맹목적인 애정을 쏟는 나오키의 어머니, 애정으로 가장한 채 아이를 버린 슈야의 어머니, 딸을 위해 복수하는 모리구치를 보면서 모정이란 것이 이토록 무서운 것인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한 인간이 또 다른 인간을 생산해내고 가치관이나 윤리관 등에 영향을 미치면서 살아가는 어머니와 자식의 관계를 보면서 어머니가 망가뜨린 자식이 폭주하는 경우를 소설 속에서 종종 보게된다. '살육에 이르는 병' 이나 아직 2권 중간밖에 읽지 않은 '모방범'이 이 소설과 같은 어머니와 그 자식의 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한국의 막장드라마를 봐도 알지만 빈부 따위를 떠나서 어떤 어머니라도 자식이 자신의 분신이 되기를 원하는 것 같다. 그래서 맹목적이게 되지 않나 싶다. 나오키의 어머니는 자신의 남동생과 같은 인간이 되기를 원했고, 슈야의 어머니는 자신의 꿈을 대신 이뤄주길 바라면서 어린 아들에게 전자공학을 가르쳐주고 자신이 읽었던 책을 떠나기 전날 선물해주는 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어쩔 수 없는걸까, 어머니의 뱃속에서 열달을 지내고 어머니의 살을 찢고 나오게 되는 자식을 보는 어머니는 어쩔 수 없이 맹목적이게 되는 걸까.

  후반으로 치달으면서, 모리구치의 말대로 '소년 범죄는 과연 본인 탓일지, 아니면 사회 혹은 가정의 영향일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아직 인격이 완전히 형성되지 않은 시기이기에 소년 범죄는 형법이 아니라 가정법의 테두리라는 우리 사회의 인식은 언뜻 타당한 것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피해자의 입장은 누가 대변해 줄 것인가, 라는 물음에는 입을 다물 수 밖에 없다. 답을 찾을 수가 없는 질문이다.

  마지막 한 페이지에서 대단원의 복수를 감행하는 모리구치를 보면서 입을 쩍 벌릴 수 밖에 없었지만, 모리구치의 방법이 과연 옳은 것인지 너무도 씁쓸한다.   

  너무 사실적이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한 인간이 비뚤어지는 장치로 너무 어머니를 이용해서인지, 그것도 아니면 그냥 내가 너무 불편한 진실과 마주쳐서인지 몰라도, 별 다섯개를 줄 수 없었다. 이유는 나도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지금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을 읽으면서 완벽한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에 별 다섯개를 줬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보니, 역시 답할 수 없는 많은 질문을 앞에 두고 당황했기 때문에 이 책에 별 다섯개를 주고 나면 어쩐지 내가 작가에게 인간적으로, 사회적으로 졌다는 기분이 들어서 별 다섯 개를 주지 못하는 것이다, 라고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것인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눈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0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모두가 눈이 멀었다, 그녀만 빼고.   

  밖은 이 백색공포가 더 확산되지 않게 하기 위해 총을 든 군인들이 지키고 있고, 안은 그녀만 빼고 눈이 먼 이백 여명의 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해 악다구니를 쓰고 있다. 그 안과 밖을 구분하는 것은 눈이 멀었는가 하는 것이다. 눈이 먼 것은 그저 눈이 보이는 사람과 다른 것일 뿐이다. 하지만, 흔히 우리 사회가 그러하듯이(어쩌면 인간의 본성일지도 모를) 다른 것은 틀린 것이 되어버렸다. 백색공포가 전염된다는 것은, 은유적으로 다른 것에 대한 인간의 근원적인 공포를 말해주는 것이리라. 그리고 공포는 당연한 결과로써 폭력을 낳는다.  

  작가는 눈이 멀었다는 육체적인 다름을 통해서 사상, 이념의 범주로 확대해도 좋을만한 메타포를 남기고 있다.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인간과 자연 등은 단지 다를 뿐이지만 공산주의와 자본주의는 서로를 적대시했고 인간은 자기와 다르다는 이유, 자기보다 힘이 없다는 이유로 자연을 짓밟고 있다, 인간은 단지 힘을 가졌을 뿐이데 말이다. 다르기 때문에 생겨나는 온갖 악은 사람을 원시적인 수준으로 끌어내리고 있었다. 눈이 보이는 사람은 공포로 인해 힘이 있는 사람은 무고한 사람들에게 총을 쏘고, 눈이 먼 사람들은 그들끼리 권력이라 할만한 총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과의 차이가 또 다시 악을 이끌어냈다.  

  이 책은 내내 인간 본성에 대한 심도있게 탐구하고 있으며 마주하기 불편한 진실을 까발리고 있다. 인간이 얼마나 더 추악해질 수 있으며, 더러워질 수 있는지 말이다. 작가의 시선에서는, 인간은 선하지도 막하지도 않은, 단지 이기적인 존재일 뿐이다. 공포와 마주쳤을 때 힘이 없으면 복종하고 힘이 있다면 군림하려는 인간의 특성은 본능처럼 느껴진다. 책의 말미에 성당의 그림과 조각들, 예수까지 눈이 먼 상태로 있는 장면은 신조차 인간의 본성은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유일하게 눈이 멀지 않은 그녀를 통해서 작가는 사회가 유지되려면, 아니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타적으로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다. 혹은 여성성일수도 있다. 비폭력적이며 가족애를 가지고 있는 여성의 특성 혹은 어머니의 특성이 무너져가는 사회를 유지시킬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눈이 멀지 않은 그녀는 자신의 조직을 지키기 위해서 살인도 하고 기꺼이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약육강식의 세계로 뛰쳐나가고 궂은일을 도맡아한다. 길 잃은 개조차 그녀에게 이끌려 그녀의 보호자겸 위안자의 역할을 할만큼.  

  이타적인 태도야말로 정신과 윤리가 눈 멀어가는 현대사회를 지켜낼 수 있고, 그래야만 눈이 보일 수 있을 때까지 인간다운 모습을 잃지 않을 것이라는 작가의 충고는 곱씹을만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눈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02년 11월
구판절판


그래, 인간은 원래 그렇게 만들어진 거야, 반은 무관심으로, 반은 악의로.-52쪽

두려움은 실명의 원인이 될 수 있어요, 검은 색안경을 썼던 여자가 말했다. 그거야말로 진리로군, 그것보다 더 참된 말은 있을 수 없어, 우리는 눈이 머는 순간 이미 눈이 멀어 있었소, 두려움 때문에 눈이 먼 거지, 그리고 두려움 때문에 우리는 계속 눈이 멀어 있을 것이고.-184~185쪽

우리가 전에 지니고 살았던 감정, 과거에 우리가 사는 모습을 규정하던 감정은 우리가 눈을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야, 눈이 없으면 감정도 다른 것이 되어버려, 어떻게 그렇게 될지는 모르고, 다른 무엇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아가씨는 우리가 눈이 멀었기 때문에 죽은 것이라고 말했는데, 바로 그게 그 얘기야.-354쪽

말이란 것이 그렇다. 말이란 속이는 것이니까, 과장하는 것이니까. 사실 말은 자기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것 같다. 우리는 갑자기 튀어나온 두 마디나 세 마디나 네 마디 말, 그 자체로는 단순한 말, 인칭대명사 하나, 부사 하나, 동사 하나, 형용사 하나 때문에 흥분한다. 그 말이 저항할 수 없는 힘으로 살갗을 뚫고, 눈을 뚫고 겉으로 튀어나와 우리 감정의 평정을 흩트려놓는 것을 보며 흥분한다. 때로는 신경마저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돌파당하고 만다. 사실 신경은 많은 것을 견딘다. 모든 것을 견딘다. 갑옷을 입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 의사의 아내의 신경은 강철로 되어 있다. 그러나 인칭대명사 하나, 부사 하나, 동사 하나, 형용사 하나 때문에, 이런 단순한 문법적 범주들 때문에, 단순한 부호 때문에 눈물을 흘리고 만다. -395쪽

왜 우리가 눈이 멀게 된 거죠. 모르겠어,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어요. 응, 알고 싶어. 나는 우리가 눈이 멀었다가 다시 보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나는 우리가 처음부터 눈이 멀었고, 지금도 눈이 멀었다고 생각해요. 눈은 멀었지만 본다는 건가. 볼 수는 있지만 보지 않는 눈먼 사람들이라는 거죠.-461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