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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1 - 개정판
정은궐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09년 7월
평점 :
남장여자가 과거시험을 보러가서 이상형을 만나고 그와 함께 성균관유생이 되어 성균관 내 같은 방에서 숙식을 같이 해결한다는 로맨스 소설이라. 가벼운 마음으로 들었던 책이었는데, 속편인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까지 총 4권을 그 자리에서 독파하지 아니할 수가 없었다. 얼굴에는 미소 가득 담고서, 때로는 네 벗들의 장난질에 키득키득거리면서. 추리&스릴러에만 빠져사는 내가 로맨스 소설에 밤을 새면서 므흣하면서 간지럽다는 표정으로 책을 읽는 내 모습이 동생에게 낯설게 느껴질 정도였으니까.
이 소설의 뼈대는 순정만화의 그것과 하나도 다를바가 없다. 남장여자인 윤희는 솔직담백하면서 캔디와 같은 성격에 남자주인공에게 한눈에 반하고, 남자주인공인 선준은 문무뿐만 아니라 집안, 외모 어느것 하나 빠지는 것 없는 완벽한 엄친아지만 본능적으로 여자주인공에게 이끌리는 자신을 보면서 자신이 호모는 아닌지 괴로워하고, 또 다른 남자주인공인 재신은 선준과 다르게 자신의 능력을 감추면서 과거에 얽매여 거친 반항아의 모습이고 나머지 한사람인 용하는 약방의 감초같은 역할을 하면서 극에 재미를 부여하는 허허실실의 모습이지만 또한 내면에 깊은 상처를 담고 있는 인물. 그리고 전개도 비슷하다. 윤희와 선준은 서로 좋아하지만 나름 괴로워하고 재신은 짝사랑으로 그치고마는.. 장사 하루이틀하는 것도 아니고 겉표지만 봐도 대충 윤곽이 잡히는데 이 책이 이렇게 인기있는 이유는 뻔한 캐릭터와 진부한 내용을 뻔하지 않게 포장하고 게다가 유머까지 철철 넘친다는 것. 이 네 인물이 사랑스러워 어쩔줄 모르게 만드는 필력이랄까. 어떤 장면에서는 폭소를, 어떤 장면에서는 두근거림을 선사하는 이 책에는 윤희와 선준과 재신과 용하가 고스란히 녹아있는 불멸의 로맨스 소설이다. ㅎㅎㅎ
거기다 조선 성균관 유생들의 모습은 어찌 이리도 세밀하게 그려놓았는지. 내가 성균관 유생인 윤희가 되어 선준과 재신의 사랑을 다 받고 있는 판타지를 선사하는 기쁨.ㅎㅎ 그저그런 로맨스 소설과 구분되는 것은 정조 시절 성균관의 모습을 조밀하게 아기자기하게 배경으로 쓰고 있는 것이리라.
개인적으로 난 재신이 너무 좋다. ㅎㅎㅎ 그 반항적인 모습에 윤희에게는 한없이 부드러운 모습까지. 문집에 실을 시문을 부탁하러 온 동문들에게 투덜거리다가 윤희가 어떤 시문일지 궁금하다는 한마디에 냉큼 시문을 지어주는 귀여움까지. 아흑~ 여심이 녹지 아니할수가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