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재 창비시선 18
신경림 지음 / 창비 / 197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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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집은 1부와 2,3부 그리고 장시 '새재', 이렇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1부는 부초같이 떠도는 장돌뱅이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아다니면서, 체념과 그에 따른 슬픔이 짙게 배어나온다. 장터에서 또 다른 장터를 떠돌며 술 한 잔, 장터로 가기 위한 나루터에서 또 술 한 잔 걸치며 세상 시름 다 잊어버린 듯 허허 웃으며 장돌뱅이가 떠오른다. 그에겐 분노란 없다.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치열한 고민도 없다. 아마도 있었겠지만 이미 잊은지 오래다. 그저 주어진대로 흘러갈 뿐이다. 주막에서 막거리 한 사발 들이키고 휘적휘적 걸어가는 한 사내의 뒷모습이 떠오른다.

하지만 2, 3부에서는 분노가 전면적으로 떠오른다. 왜 가난해야 하는지, 굶어죽어야 하는지 분노한다. 하지만 알고있다. 이 삶을 어찌할 수 없다는 것을. 아무리 분노하고 울어봐야 이 삶은 계속 고달프기만 하다는 체념을 안고산다. 그리고 체념을 부끄러워한다. 분노하지만 체념할 수 밖에 없고 그 체념을 부끄러워하는 화자가 곳곳에서 보인다.

마지막으로 '새재'라는 장시, 이것이 가장 큰 문제인 것 같다. 서사시의 골격을 가지고 있으되 화자인 돌배의 독백만 난무할 뿐이다. 분노한 끝에 봉기했고 결국 화적이 되어 문경새재까지 도망가지만 좌절한 한 사내의 모습과 그의 독백은 바람결에 흩날릴 뿐이다. 독자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지 못한다. 하고자하는 말은 다 했으나 그것으로 끝이다. 들어주는 이에게 어떤 감동도 주지 못한다. 참여시의 한계가 뼈저리게 느껴지는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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