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53&aid=0000011965  

  일본 소설 열풍에 대한 분석글을 보면서 특히나 일본 미스터리가 이렇게 각광받고 있는 이유에 대해 잠시 생각해보았다.

  히가시노 게이고와 미야베 미유키를 위시한 일본 미스터리 작가군들이 진을 치고 있는 한국 출판 상황을 보면서, 그와는 다르게 영어권 미스터리, 스릴러 작품들은 그 명성에 비해서 한국 시장에서 약발이 덜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일단, 일본 미스터리는 먹히는데 영어권 미스터리는 잘 안먹히는 이유는 번역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일본어는 한국어로 번역하는데 크게 문제가 없다. 물론 번역이라는 것이 또 하나의 창작활동이어서 쉬운 일은 아니지만, 한자문화권이고 어순이 거의 같으므로 영어권 문학의 번역보다는 수월한 것이 사실이다. 영어권 인문도서를 읽다보면, 특히나 심리학 책이나 종교에 관한 책을 읽다보면 번역 때문에 책을 끝까지 읽을 수가 없을 때가 너무 많다. 전문적인 내용이라서 번역 전문가가 아닌, 영어가 좀 되는 그 방면 전문가가 번역자로 떡하니 이름이 올라가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전문 번역가의 도움이 있겠지만 대체 주어가 뭐고 뭐에 대해 기술하고자 하는지, 독자를 매우 불편하게 하는 책이 많다. 인문 도서 번역이 잘되었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은 정말 드물다. 영어권 미스터리도 이름 있는 번역가의 번역은 그래도 믿을만 하지만, 중소 출판사의 그저그런 번역을 보고 있자면, 하.. 내가 이걸 왜 읽고 있는건지 싶은 생각이 많이 든다. 차라리 힘들어도 원서로 읽을까 싶을때도 한두번이 아니다. 단어의 맛은 둘째치고 무얼 서술하고자 하는지도 불분명하면 진짜 책 던지고 싶다. 특히 하드보일드 소설에서 분위기에 대한 묘사는 정말 그 맛을 잘 살리기 힘든데, 중간도 못하는 작품을 보고 있으면 절로 일본 미스터리에 더욱 손이 갈 수 밖에 없다.

  일본 번역 책도 물론 거슬리는 점이 있다. 특히 일본식 한자 단어를 쓸 때는 심히 거슬린다. 분명히 대체할 한국식 한자어도 있는데 성의없이 그대로 방치했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물론 한자어로 이루어져있는 단어이므로 뜻을 아는데 별 무리는 없지만 사람들이 뭣도 모르고 '야채, 야채' 하는 것과 공들인 번역이 뭐가 다르단 말인가. 야채는 분명히 일본식 한자어다. 한국식 한자어인 채소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미 사람들은 야채라고 말하고 있다. 번역은 그런 오류를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 분위기를 살린답시고 일본식 한자어를 방치하는 처사도 시정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괴리감 때문에 영어권 미스터리보다는 일본 미스터리가 더욱 사랑받고 있는것은 자명한 일이다. 하지만 번역의 문제도 내게 미스터리를 고르는 중요한 문제임을 생각해보면 많은 영어 번역자들이 있지만 생각보다 잘하는 번역자는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일본 작품은 대충만해도 반은 갈 수 있지만 영어 작품은 정말 정성들이지 않으면 문장이 허공에서 떠돌고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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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새 하도 셜록홈즈에 빠져있다보니까.. 내가 대체 왜 백년도 더 된, 약간은 쉰내나는 할배랑 같이 한달넘게 보내고 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셜록홈즈 영화는 나오자마자, 크리스마스 이브였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보여주겠다고 꼬드겨서 아무 사심도 없는 남정네 둘을 이끌고 영화관으로 향해더랬다. 셜록홈즈, 매체가 무엇이건간에 보지 않고는 못배기는 중독같은 캐릭터.... 

  솔직히 시발점은 영화였다. 영화에서 셜록홈즈는 안하무인에 왓슨에게 거의 동성애적 집착을 보여주고 격투기에도 능한, 지금까지 머리속에서 아로새겨져있던 셜록홈즈와는 너무 달라서 원작을 확인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경성탐정록>과 이제 읽으려고 하는 <셜록홈즈의 7퍼센트 용액>, 이거 다 읽고 나면 어떤 패스티시 작품을 찾아 읽어볼까.. 올해는 셜록홈즈 완전정복의 해로 만들어야겠다.. 등등 여러 홈즈 관련 생각이 머리속에 꽉 차있다.  

  수 많은 셜로키언과 수 많은 패스티시 작품들, 혹은 셜록홈즈와 왓슨에 대한 오마주가 가득 담긴 작품들까지.. 대체 백년이 넘도록 어마어마하게 사랑받는 이유는 뭘까 생각해보게 된다.  

  음.. 여러 의견이 있겠지만 난 서술 형태에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 셜록홈즈 시리즈는 대부분 왓슨의 1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서술된다. 왓슨이 셜록홈즈와 같이 살면서 그를 방문하는 손님을 맞는것부터 시작해서 홈즈의 고민, 홈즈의 추적까지 사건 해결의 전반적인 모습을 바로 곁에서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이 자세하게 기술하고 있다.(물론 가끔 범죄자의 인생을 사건의 시작점부터 재구성하는 연대기적 서술도 있긴 하지만...)  

  시리즈를 읽다보면 내가 왓슨이 되어 작품에 몰입해 있는 것을 느끼게 된다. 왓슨이 '나'라고 자신을 지칭하는 것이 독자에게 왓슨과의 일체감을 부여한다. 한마디로, 작품 밖의 독자가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는 왓슨의 '나'와 서서히 동화되면서 셜록홈즈와 함께 사건을 뒤따라가는 재미가 쏠쏠해지는 것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셜록홈즈 바로 옆에서 왓슨이 된 것처럼 셜록홈즈에게 사건에 대해 묻기도 하고, 셜록홈즈가 트릭에 대해 왓슨에게 질문을 던지면 꼭 독자인 나에게 던지는 것 같이 머리를 굴리게 되는 경험!!! 내가 베이커가 221B번지에 셜록홈즈와 함께 살고 있는 것 같은 환시적인 체험, 그것이 셜록홈즈 시리즈의 가장 큰 매력이자 미덕이 아닌가 싶다.  

  내가 왓슨이 되어 셜록홈즈에게 애증의 눈길을 보내게 되면서 홈즈가 코카인에 절어살아도 마냥 미워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면, 셜로키언으로의 첫발을 내딛기 시작하는게 아닌가 싶다.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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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도록 미스터리나 스릴러를 읽어오면서, 한국 미스터리 문학의 침체는 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 늘 생각하게 된다. 일본 미스터리 소설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옛날 그저그런 작품까지 번역되어 나오고 있는 실정이고, 영미권은 다양한 장르문학이 번역되고 있는 가운데 내가 보기엔 미스터리계열 보다는 스릴러가 더욱 인기를 끌고 있는데, 한국 장르소설은 대체 어디에 있는건가....  
 

  내가 생각하는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을 차지하는 요소는 크게 사건, 캐릭터, 문장력, 구성 이 네가지라고 생각한다. 스릴러든 본격 미스터리든 누군가가 죽거나 다치거나 사라지는 등의, 범죄적인 요소가 담겨있는 '사건'이라는 것이 일어나야 작품이 존재할 수 있다. 그리고 피해자든 탐정이든 형사든 그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인물이 등장하는데, 그 인물에게 부여된 모든 요소가 캐릭터다. 마지막으로 문장의 집합체가 바로 소설이기에 작가의 머리 속에 들어있는 고차원적인 상상을 언어라는 도구를 써서 어떤 문장으로 발현시킬 것인지,그 능력치가 문장력이고, 문장들을 어떻게 꾸려나가고 사건을 어떻게 배치시킬지에 관한 것이 구성이다. 

  나는 한국장르문학이 이렇게 헤매고 있는 것인 이 세가지 가운데 특히 '문장력'에 문제가 많기 때문이라고 본다. 솔직히 한국장르문학은 천시받고 있기 때문에 도전적인 자세로 장르문학 작가가 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다. 국문학을 전공했다는 나의 이력 때문에 작가도 만나보고 작가지망생들도 많이 봤지만 장르문학에 대한 애정을 과시하는 것도 분위기상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아니, 솔직히 글로 먹고 살겠다고 나선다는 것 자체가 한국의 현실에서 거의 불가능한 일 아닐까...) 

  일단 내가 지금껏 읽어본 한국 미스터리 가운데 문장력이 가장 나았던 작품은 최혁곤의 <B컷>이었다.(10년도 더 전에 읽어본 <헤르메스의 기둥>도 괜찮았다는 생각이 얼핏 들지만,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아 조만간 다시 확인해볼 생각이다). 이정도 문장력이면 미스터리나 스릴러를 써내려가는데 전혀 문제가 없어보인다. 조금만 더 갈고 닦으면 빛나는 표현도 구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마저 들기도 한다. 문장력이란게 뭔지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미스터리도 스릴러도 인간에 대한 이야기이기에 인간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표현을 해야한다. 단순히 반전이 뛰어난 사건을 보고서 쓰듯이, 혹은 '그것이 알고싶다' 대본처럼 딱딱하게 써내려가는 건 소설이라고 볼 수도 없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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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 2010-01-21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간만에 분석적인 글을 쓰려니 너무 힘들다.. 조금씩 쓰다보면 언젠가 끝이 나겠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