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흥적으로 결정된 중국 출장이지만 어쨌든 가요.
CH한테 아빠가 태워준거 말고 태어나서 한번도 비행기를 안 타봤다고 했더니,
규정이 바뀌어서 국내선은 안 그런데 국제선에선 신발 벗고 탄다고 하던데, 맞나요?
히~ 녀석이 놀리느라 한 소린줄 알아요^^ 

잘 다녀올게요. B가 택시는 먼저 타지 말고, 밤길은 혼자 걷지 말고, 꼬박꼬박 자기한테 전화하라고 하는데... 무사하겠죠? 으~ 촌스러워!

일단 B 말은 유언비어 전문이니 제쳐두고, 사람들이 괜히 겁주는 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있는데 J씨가 지나가길래 살며시 물어봤어요.

- 여기 여행 안내서에도 시비 붙지 말라는 말이 나와있는데 중국에서 혹시 시비 붙다가 칼침 맞으면 어떡하지? 

- 사장님 같은 사람이나 맞지, 우린 아냐. 사장이야 아무한테나 시비 걸고 다니니까.

 안심하라고 하는 소리일까?

아무튼,
 별다른 일 없이 월요일날 뿅하고 나타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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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9-08-27 0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발벗고 타는 농담이 농담이 아니죠, 요즘은. 국제선은 신발 벗고 타는게 맞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몰라도, 미쿡 같은데서는 벗으라는데 안 벗으면 시큐러티에 끌려갑니다. 중국은 미국보다 더 해서 묻지도 않고 잡아가니깐, 남들 벗을때 꼭 아치님도 신발 벗으세요.

순오기 2009-08-27 07:22   좋아요 0 | URL
진짜에요? 하이드님~~

조선인 2009-08-27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절대 함부로 기념품 사지 말아요. 가장 위험한 장소라지요.

별족 2009-08-27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대학생때 제주도가 집인 선배가, 명절에는 비행기에도 입석 태운다고 해서 믿었다는.

머큐리 2009-08-27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탈없이 월욜에 뿅하고 나타나시길....

라주미힌 2009-08-27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여권이나 잘 챙기시길...
제일 잘 잃어버리는게 여권이라는데... ㅋ

Forgettable. 2009-08-27 17:33   좋아요 0 | URL
라님이 젤 잘 잃어버리는거 아니에요?
잃어버리기 대마왕인 나도 여권은 잘 챙긴다!!

비로그인 2009-08-27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물! 선물!!

바람돌이 2009-08-27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대체 이 사람들이... 첫 비행기라는데 이런 뻥만 치고 말이죠... ^^
그냥 중국갈때는요 비행기 내릴때 활주로에서 횡단보도 건널때만 조심하심 돼요. 잘못하면 비행기에 치어요. ^^

프레이야 2009-08-27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사히 귀환하시길요.ㅋㅋ

라주미힌 2009-08-27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진짠데... 입국심사때 말 잘못했다가. 공안인지 뭔지에 끌려가서 3시간 조사 받은 사람 있어요;;; 크

무해한모리군 2009-08-28 0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건 큰 거 말고 맛난걸로 부탁해여~ ㅎㅎㅎ
 


개미가 못들어오게 막는다.

 지민이 뭐하니~


잠잔다

지민이 뭐하니.


집 다 만들고 다른 장난치러 갔다.

지민이 뭐하니~


여기 있지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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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9-08-27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자애라서 그런가요? 노는 수준이 우리 집 애들보다 한단계 위군요. ㅎㅎ

Arch 2009-08-27 00:59   좋아요 0 | URL
남자애라서 그런건 아닌거 같구요, 민이기 때문인거 같아요. 바람돌이님, 늦게 주무시네요^^

순오기 2009-08-27 0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맞아요. 민이니까~~~ ^^

hnine 2009-08-27 0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이거 나도 어릴때 하고 놀던 놀이인데.
맨 아래 사진처럼 하는 것만 안 해봤어요. 오늘이라도 해볼까요? ^^
요시노 이발관을 자꾸 떠올리게 하는 민이 머리, 너무 귀여워요.

Arch님, 출장 잘 다녀오시고요~~

2009-08-27 08: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9-08-27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나 지금이나 동화책으로 집짓기놀이는 똑같구만~ ㅎ

무해한모리군 2009-08-28 0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놀라워놀라워 ^^
 

 옥찌가 이를 뺐다. 유치는 윗니부터 빠지는데 옥찌는 아랫니부터 흔들거렸다. A는 손톱깍이로 이를 잡고 빼래고, B는 실을 이에 묶으며 내게 목 매달 때 쓰는 매듭법이 뭐냐고 묻고 앉았다. 내가 알리 없잖아. 그러지 말고 병원가래니까 그래도 첫니는 자기가 빼겠다며 낑낑대는 B. B는 안 되겠는지 몇번 시도 끝에 전화로 C를 호출했다. 그 사이, 늦춰지는 시간과 왠지 아플 것 같은 느낌, 옆에서 오만상을 찌푸리고 앉았는 B덕분에 옥찌의 무서움은 극에 달했다. 귀신 이야기는 잘도 듣더만. 눈이 빠져서 휑한 귀신을 보고도 무서움은 커녕 대체 눈은 어디있는지 찾을 정도인데 이뽑기는 주사 맞기만큼 무서웠나보다.

 옥찌가 힝힝거리며 울기 시작하고, C는 돋보기를 찾고, C의 아이들이 폴짝폴짝 뛰고, B는 다시 오만상. 달래고 장난치고 떠드는 사이, 어어 하다가 이를 뺐다. 피가 조금 나왔다. 그다지 아프지 않은데도 놀라서 우는 옥찌와 새끼 손톱보다 작고 하얀 옥찌 이를 구경하는 무리들. 옆에서 A는 아빠가 내 이를 뽑다가 옆에 것까지 뽑았다는 이야기를 반복했고, C는 영구치를 뺀적이 있어서 고생 좀 했다는 이야기와 요즘 젊은 엄마들은 치과 가서 이를 뺀다는 이야기를 벌써 네번째 계속하고 있다. 그들 이야기처럼 뭔가가 반복된다는건데, 난 그저, 

 이 빠진 옥찌가 귀여울 따름이다.





 첫니란 말이 맞는지 네이버로 검색하다가 어떤 사람의 결혼 후 생활과 1년 된 아기 사진을 원없이 구경했다. 유치는 날 때도 귀엽지만, 뺄 때도 정말 예쁘구나. (유치한 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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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8-27 0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흐~ 애들 첫니 빼는 거 정말 무서워요~ 벌벌!
하지만 두번째 세번째는 지들 스스로 빼기도 하고 엄마 아빠도 무서워하지 않아요~~ㅋㅋ
나는 아직도 유치 하나를 갖고 살아요~ 치과에서도 놀란 어이없는 이!!^^

조선인 2009-08-27 0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 이갈이는 첫 걸음마처럼 설레죠. 그런데 그 작고 보석같은 이 대신 어른만한 이가 쑤욱 나올 땐 어이없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해요.

프레이야 2009-08-27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제가 겁나서 치과 가서 다 뽑았지요.
귀여운 옥찌, 이 빠지니까 더 귀여워요.^^
 

 주말에 회사에 나가면서 옥찌들을 데려갔다. 옥찌들은 좀 신이 난 모양인지 내게 몸을 부딪히며 조잘댔다. 버스 정류장 근처의 참새 나무 속 참새들처럼. 옥찌가 회사에 남자 친구가 있냐고 묻길래, 이모는 남자를 끊었다고 얘기해줬다. 그랬더니 자기 남자친구는 K라며 나도 남자 친구를 만들어보라고 부추겼다. 그래서 물었다.
- K의 어떤점이 좋아? 
- 사랑해서 좋아.
- 에이, 그거 말고, 좋아하는데 이유가 없어?
- 걔가 나한테 잘해줘.
- 잘해주는게 뭔데? 이모도 좀 배우려고.
- 응, 잘 놀아줘.
 동생에게 이 얘기를 해줬더니 지가(옥찌가) 더 잘 놀아주면서 괜히 그런단 얘기를 해준다. 알고보면 K는 새침떼기.

 옥찌가 엄마랑 누워서 얘기를 했다.
- 옥찌는 멋지고 씩씩한 친구지. 그런데 지희가 무슨 말만 하면 울어서 엄마가 속상해. 왜 그러는거야?
- 그래야 엄마가 보니까.
- 엄마는 하난데 지민이도 보고 지희도 보려면 힘들잖아.
- 그런데 지민이는 울고 떼쓰니까 엄마가 지민일 더 많이 보지만 지희는 안 그렇잖아. 
- 그래도,
(울보 옥찌가 또 운다.)


 민이가 엄마랑 목욕을 하면서
- 엄마는 귀엽고 예쁜 엄마
라고 엄마 찬가를 부르길래 내가 '이모는, 이모는'이라고 물었다. 이에 질세라 나의 엄마, 그러니까 민의 할머니도 미동도 않고 텔레비전을 보시다가 '나는, 할머니는'이라고 묻는거다. 당근, 우리 민은 so cool한지라 자기가 말하고 싶을때만 말을 한다. 엄마랑 나는 애타게 답을 원하다 목이 길어지고 말았다.
 목욕하고 나온 민에게 진지하고 간절하게 물었다.
- 민아, 이모는, 이모는(코가 막힌 소리로)
- 이모는 내가 네살이고 누나가, 그러니까 누나가
- (옆에서 옥찌) 여섯살!
- 내가 네살이고 누나가 여섯살 때 나 꼬집었잖아.
- 응? 엄마도 꼬집잖아.
- 엄마는 엄마니까 괜찮아.
 힝~ 이래저래 나랑 잘 놀다가도 엄마만 있으면 태도가 바뀌는 민. 그게 서운하고 얄미워서 엄마랑 있는 민이 어리광 피우면 버럭버럭 화를 냈는데. 이 녀석은 고작 꼬집은(그때 꽤 아팠을까, 못난 이모같으니.) 얘길 하는구나. 

 토요일날, 산에서 내려오며 아이들이 맛있게 바삭거리는 오징어인가 쥐포인가를 먹고 있었다. 옥찌가 뛰다가 실수로 민을 건드려 손에 쥐고 있던 쥐포인지 오징어가 떨어지고 말았다. 화가 잔뜩 난 민이 '자기는 아무 짓도 안 했는데-무슨 짓을 했든 싸울 때면 고정적으로 하는 민의 멘트- 누나가 와서 떨어졌다'며 누나가 놀라서 건넨 누나몫까지 땅에 떨어뜨렸다. 난 평소 같으면 민이 내는 화보다 더 많은 화를 낼 수 있다는걸 보여주려는 듯이 더 화를 냈을텐데 사람들도 있고, 이마에 써놓고 다닌 '공감'의 영향을 받아 민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 민이가 너무 화가 났구나.
- 내가 아무 짓도 안 했는데, 누나가. 어, 어, (서럽게 울기 시작하는 민)
- 아유, 그래서 속상했구나. 어쩌면 좋니. 괜찮을거야.
 민을 꼭 안은 후 몇발짝도 안 돼 힘이 딸려 '두부 사려'를 한 다음에 내려놓으려고 했다. 장난에 다시 맘이 풀린 민이 손을 잡고 걸으면서 내게 다짐을 받아내려고 했다.
- 큰 이모, 집에 가서 누나 때려줘.
- 음.. 민아, 누나가 지금도 미안해하고 있는데 집에 가서 또 혼내면 누나 맘이 아프지 않을까.
- ......
 지민인 고민하는 표정을 짓더니 내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다. 마음 속에 있던 분노와 미움이 가라앉자 사태를 제대로 볼 수 있는 눈이 생겼다고까지 말하는건 번잡스럽다. 민은 알고 있었던거다. 고함만 질러대는 큰이모가 지금 자기에게 어떤걸 줬고, 그걸 어떻게 나눌 수 있는지를. 주제파악 못하고 나 때문이란 생각을 잠깐했다. 실은 민 안에 있는 반짝반짝 씨앗 때문인데. 그래도 가끔은 껌처럼 쉬운 칭찬을 내게도 해주고 싶다. 아치, 잘했네. 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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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08-24 0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그때 민이 표정이 너무 기억에 생생해요. '오징어''오징어' 아 예뻐라 ㅎㅎㅎ
그렇게 솔직할 수 있을 때는 삶에서 너무 잠깐인듯 해요.

바람돌이 2009-08-24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 노는건 정말 귀여워요하다가 보니 저런 속터지는 상황이... 하여튼 귀여웠다가 속터졌다가 하하~~ ^^

조선인 2009-08-24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군님이 주신 오징어는 결국 쥐포로 밝혀졌지만 어쨌든 해람이랑 마로도 맛있어 했어요.
사실 해람이는 한 입 먹고 떨어뜨렸는데, 뜻밖의 결벽증으로 땅에 떨어진 건 절대 안 먹는 해람이가 왠일로 줏어들었죠. 하지만 차마 먹지는 못 하고 계속 들고다니며 눈치를 봤는데, 또 다른 왕건이가 땅에 떨어진 걸 본 거에요. 아마도 민이 떨어뜨렸겠거니 하며 슬그머니 내가 발로 밟았는데, 그걸 보고 결국 해람이도 쥐포를 포기하고 도로 땅에 버린 뒤 밟더군요.
왠지 그 순간의 기억이 물고기마을 이상으로 선명하게 남아버렸다죠.

비로그인 2009-08-24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리 '이모'가 이쁘고(?) 잘해줘도.. 어찌 '엄마'에 비할쏘냐..!!

Arch 2009-08-24 11:34   좋아요 0 | URL
댓글 다는 사이에 남기셨네요. 아주 몹쓸 댓글이오..^^ 이쁘단 말에 물음표는 반납하겠소!

비로그인 2009-08-24 12:49   좋아요 0 | URL
짤막한 후기 올렸음 ㅎ

Arch 2009-08-24 12:54   좋아요 0 | URL
정말 짤막하더군

Arch 2009-08-24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휘모리님, 민인 울상이었죠. 예뻤구나! 전 이 사태를 어떻게 수습해야할지 정신을 쏟느라 잘 보지 못했는데.

바람돌이님, 절대절대 공감^^

조선인님, 걔의 정체는 쥐포군요. 아이들이 어울리면 내 아이가 이랬구나 싶은 순간이 많아요. 지민이도 화내기 전에 살짝 옆에 있던 제 눈치를 보더라구요. 사람들 있으니까 더 화내기도 하고,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하기도 하고. 그런데 그날은 참을 수가 없었나봐요. 정말, 자기 잘못도 아닌데^^
어떤 풍경을 보고, 누구를 만났나보다 나 자신이 어느 순간 꽂힌게 더 기억에 남죠. 조선인님은 그러셨구나.

순오기 2009-08-24 12:01   좋아요 0 | URL
정군님은 분명 오징어라면서 줬어요. 그런데 먹어보니까 '쥐포' 맛이기에 쥐포라고 했더니 포장지 보곤 확인하더니 '쥐포' 맞아요.ㅋㅋㅋ 해람이 떨어진 거 다시 줍더니 결국 엄마의 만행(응?)에 못 먹었군요. 나같으면 과감하게 먹고 아이도 먹여요.ㅋㅋㅋ
 

 이제껏 쓴 후기 가운데 가장 쓰기가 곤혹스럽다. 내가 마련한 자리에 대해서 이러쿵 저러쿵 말하기도 뭐하고, 약간 찝찝한 기분이 들고, 역시 왜 했나 싶은 후회가 밀려오니. 그래도 혹시 하긴 한거야라며 궁금하실 분들과 후기쟁이가 왜 조용하나 싶어할 분들을 위해서는 뻥이고, 그냥 내가 쓰고 싶어서 후기를 써본다. 

 EBS 다큐 프라임에서 한달동안 엄마를 바꾸는 실험을 한적이 있다. 그때 인상 깊었던건 자신이 보지 못했던 아이들의 면면을 상대방 엄마는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일테면 '낯설게하기'. 낯설게하기는 내가 좋아하는 방식이다. 나는 같은 공간을 여행자처럼 바라보는 김연수의 시각을 좋아한다. 그저 사랑이 아니라 사실 이런 사랑의 느낌도 있다고 말해주는 보통의 말과 누군가 여행경로만 보여주는게 아니라 여행과 함께 변화하고 풍경과 사람을 다르게 바라보는 여행책도 좋아한다. 다른 곳을 찾아가서 보지 못한 것을 보고, 독특한 요리를 먹는 것만큼 일상을 여행한다는 것! 알라디너를 초대한건 그들의 낯섦을 나의 익숙한 공간과 접속시키려는 욕심이었다는 것을 인정해야겠다.  

 내가 보는 산과 내가 먹었던 음식, 내가 좋아하는 풍경의 단면과 내가 사랑하는 아이들과 그들이 일으킬 즐거운 소란. 기대를 안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계획은 별게 없었고, 누누히 말하지만 내가 사는 곳은 누군가를 혹하게 만들만큼 관광지의 색채를 지닌 곳이 아니었다. 걱정하는 내게 조선인님이 사람보러 오는거죠란 말을 해준게 고마웠다. 먹고 마시며 수다나 떠는거죠란 누구의 말도, 액면 그대로 보여주면 되는거 아니냐고 해준 J군의 말도 정말 고마웠다. 그렇다고 내가 벌인 일의 빈틈이 메워지는건 아니지만. 

 만나는 일정부터 삐그덕대기 시작했다. 누구보다 먼저 군산에 발을 디딘 머큐리님. 군산을 둘러본다는 말을 믿었건만 한적한 피씨방에서 페이퍼를 올린걸 보고서야 죄송스러워지고 말았다. 정자 나무 밑에서 하염없이 기다렸을 정군님은 말해서 뭐하고. 속절없이 책을 읽으며 기다린 순오기님과 옥찌들에게 둘러싸여 종이접기를 마구마구 해야했던 뽀님까지. 좋지 않은 시작이었다. 

 무국을 먹고 차를 마시려고 했는데 등산 스타일링한 머큐리님의 의지와 분위기를 반영해 내항을 거쳐 산에 오르기로 했다. 바로 이때, 그토록 고대한 낯선 순간, 나는 미처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한 다른 시각이 도드라졌다. 내항 가기 전에 (구)조선은행을 발견한 것이다. 허름한 건물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순오기님이 전에 와본 것을 또렷하게 기억하며 작품의 배경에 대해 설명을 해주셨다. 그걸 알리없는 시청 관계자들은 기념관으로 지정은 못할망정 PLAY BOY 간판을 단 단란주점인지 나이트 클럽으로 허가를 내줬으니. 공무원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 지역에 산다고 하면서 아무것도 모르는 나같은 무지렁쟁이가 할말이 있을려고. 멋졌다. 순오기님 설명에서 살아나는 탁류의 배경과 작품 하나만으로 군산이 잠깐 반짝였다. 앞으로 여력이 된다면 탁류를 읽고(우선은 알고), 어떻게 그 부분을 좀 더 의미있고,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게 할지 생각해보고 싶다. 아니, 할 것이다. 의욕 과잉 맞지만 부끄러운데 계속 부끄러울 수는 없잖아.

 내항에서 내가 보여주고 싶은 바다와 갈매기, 바다 냄새를 '같이' 맡았다. 날이 더웠다. 해망동까지 가서 물고기길을 통해 월명산을 오를 자신이 없었다. 경로를 변경해 산을 오르면서 씩씩하게 뛰고 걷는 아이들에게 고마웠다. 물론 목적지며 별다른 설명도 없이 그저 아치 하나 믿고 더운 날씨에도 걸어준 분들께도 감사한다. 아, 감사함은 조금 늦게 얘기를 해야겠다. 지금은 헉, 헉, 우선, 오르막길을 올라야했으니까.

 옥찌가 신발이 불편하다길래 신을 벗었고, 뽀님도 같이 벗었다. 벗는다는 말은 소라 껍질을 벗긴다는 말을 야하다고한 라주미힌님의 농담처럼 적절하게 괜찮았다. 폴짝폴짝 뛰며 쑥쑥 산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조금씩 조금씩 이 사람들 맘 속으로 들어갔다.

 산에서 내려와 차를 마시고, 목살집으로 이동해 고기보다 연기를 더 마시며 저녁밥을 먹었다. 전어 구이를 아작아작 씹어 먹으며 술을 한잔 했고, 난 좀 취해서 평소보다 더 시답지 않은 말을 했던 것도 같다. (아니, 했다) 술자리가 파하고, 1박 할 곳도 없는 사람들을 찜질방에 버리고(미안해요) 나 취했다고, 다음날 옥찌들을 봐야한다고 먼저 집으로 돌아왔다.

 배롱나무와 월명산 정자가 일본식이란걸 알려준 조선인님과 7년 전(아주 중요하다. 난 7년 전이 태어나지 않은 것처럼 아득할 정도로 먼 시간인데)에 답사를 한번 한게 다인데도 또렷하게 장소와 느낌을 기억하고 부지런히 움직이며 여행한 순오기님. 해람이를 무등 태워주는 체력과 날이 갈수록 향상되는 미모를 뽐낸 라주미힌님, 아치가 아이스크림 먹자고 조른걸 기억해내고 선뜻 사주시더니 대거 반품 교환 사태에도 의연하게 받아주신 머큐리님(당신이 보여준 관심이 딱 좋은 날의 햇살처럼 따뜻했어요.), 부지런히 산을 타며 자신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신 휘모리님, 자긴 아이들이랑 잘 못논다고 했지만 내가 본 사람 중에 가장 아이들 눈높이에서 재미있게 놀아준 뽀님(내가 민을 혼내려고 하자, 어서 도망가라고 하는데 귀여워서 원), 민에게 오만가지 장난을 알려주고, 조용히 있다가 한마디씩 하지만 그렇게 재치 넘치진 않았던(정군님은 이런 말에 별로 맘 상하지 않겠죠?, 써놓고 불안한데^^) 정군님.

 기대가 있었다. 나의 기대는 충분히 채워졌지만 다른 분들은 어떨지 불안하고 초조하다. 혹은 그저 죄송스럽기만하다. 어떤 느낌일까를 궁금했지만, 관계보다는 내 느낌이 더 궁금했던건 아닐까란, 역시 욕심이 먼저 눈에 보여서 송구스럽기만하다.  

 혹여 다음에 또 기회가 된다면(남발쟁이) 정말 군산을 제대로 알아서 의미있고, 멋진 추억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역시 또 과욕일까. 

 아참, 소라는 살짝 데친 후에 씻어서 먹는거란다. 소라보다 뻘을 더 먹게 해서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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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군산은 누구의 도시인가
    from 조선인과 마로, 그리고 해람 2009-08-24 09:51 
    내게 군산은 00의 고향이자 군복무지였다. 20대 초반 참 징그럽게도 붙어다녔던 남자 둘과 여자 둘. 그 중 둘은 커플이었으며, 나와 00도 두 번쯤 아슬아슬했던 적이 있었으나 우리는 의기투합하여 꿋꿋하게 친구 사이를 지켰다. 00의 사진첩에서 본 군산은 어딘가 이국적이었고, 어딘가 몽환적이었는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사진은 문만 전문적으로 만드는 목공소 거리였다. 지난 토요일 비록 차창밖으로나마 그
  2. Arch님 이벤트, 채만식과 탁류의 군산~~
    from 엄마는 독서중 2009-08-25 07:52 
    Arch님이 군산 초청 이벤트를 한다고 할 때, 나는 아무 생각없이 무조건 OK였다. 왜? 작년 6월 내가 광주이벤트 할 때, 시니에님(그때는 Arch 아니었음)이 왔으니까 당근 답방이다. 사람들의 도착시간이 1시쯤이라는 걸 알면서 기차 시간 다시 검색하기 싫어서 예정대로 9시에 집을 나섰다. 기다리는 시간에 책읽으면 더 좋지, 생각하며 예약주문으로 받아놓고도 읽기 겁내던 '도가니'를 가져 갔다. 28일 광주에 오는 공지영씨를 만나기 전에 봐야 하기도
 
 
무해한모리군 2009-08-24 0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을 많이 쓰였지요? 고생했어요.
전 말이예요 일요일 점심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ㅎ
글고 내 소개만 저게 뭐야~ 제가 무슨 자기과시자 같잖아요~~
그리고 정군님 장난이 전 정말 재미있던데 ㅋㄷ

Arch 2009-08-24 01:49   좋아요 0 | URL
감사할 따름이죠^^
그런가? 아니었어요?ㅋㅋ 뭐라고 고칠까나... 그런데 전에도 말했지만 휘모리님은 어떻게 딱 특징을 잡아내기 어려워요.
그건 '아치를 곯려주기 위한 민 훈련' 같던데.

무해한모리군 2009-08-24 01:58   좋아요 0 | URL
ㅎㅎㅎ
저는 더 느리게 어디 특별히 가려고 안하고 어슬렁어슬렁 하는 것도 좋아해요.
(굼벵이걸음 휘모리 ㅋㄷㅋㄷ)

그래요? 전 정군님을 본답아서 민이 마음을 훔치기 위해선 마술이라도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오호!

Arch 2009-08-24 10:40   좋아요 0 | URL
다행이다~ 위안받고 앉았는 Arch^^. 정군님 방식은, 민이 좋아하지 않아요. 이렇게라도 우겨야는 이유 아시죠?

머큐리 2009-08-24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고생많았어요...여러가지 신경쓰시는게 조금~ 미안하던데요..ㅎㅎ 그나저나 아치님에게 '마초'로 찍힌건 아닌가 걱정하고 있어요...ㅋㅋ 정말 다 좋던데요...특히 '라'님과의 뜨거운 밤은...ㅋㅋ 마지막 점심먹고 허겁지겁 떠나서 미안했어요...아무리 의연하려고 해도 유부남의 한계란 있는거랍니다...ㅎㅎ

Arch 2009-08-24 11:37   좋아요 0 | URL
제가 되려 더 미안했어요. 신경쓰기만 하고 제대로 못해서. 마초? 갑자기 왜? 그 아침 밥상 때문에? ^^ 그건 정군님께 지적질 당했잖아요. 정말 다 좋아서 정말 다행이다. 역시 '라'님 편애주의자!
그러게 저는 깜짝 놀랐어요. 갑자기 간다고 하셔서^^ 제가 말했잖아요. 평소에 마일리지 쌓아놔야한다고! 꼭!

프레이야 2009-08-24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들 유쾌한 시간이셨네요.
오랜만에 정군님 이름도 보이구요.
부럽부럽^^
군산은 한번도 못 가 본 도시 중 하나에요.

Arch 2009-08-24 12:48   좋아요 0 | URL
같이 했으면 좋았을텐데. 정군님을 아세요? ^^ 언제 또 기회가 되겠죠.

순오기 2009-08-24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이 주렁주렁 달렸는데 나는 뭐했을까요?ㅋㅋ
아~ 내겐 채만식의 고장 군산이에요. 후기 올리려고 옛날 사진도 뒤적거려 찾았는데
오늘 1시에 점심 약속 있어서 못 올리고 나가요~ ㅜㅜ

Arch 2009-08-24 12:49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기대기대

Forgettable. 2009-08-24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고생 많으셨어용
진짜 여행이라는데서 사람들이 기대하는게 천차만별이라서 모든 사람들의 욕구를 만족시키기가 정말 힘들잖아요. 윽 나같음 절대 못해~~~~~~
전 완전 좋았거든요, 재밌고ㅋㅋ 오히려 더 많이 뭔가 하시려고 했다면 더 지쳤을거에요 ㅠㅠ 지금도 집떠난지 일주일된 기분이라서^^;;;;; 어제 죽은듯이 잤어요 ㅋㅋ 저 저녁먹을 때까지 소라 맛이 입에 밴 기분 ㅋㅋㅋㅋ

전 정군님 완전 웃기던데요 ㅋㅋㅋㅋ 라님이랑 둘이서 웃겨요.. 빵빵은 아니지만 무지 재밌던데:)

Arch 2009-08-24 22:45   좋아요 0 | URL
감사해요, 뽀님. 고생은 뽀님이 더 많이 했는걸요. 소라를, 그렇게 멕여서(이렇게 발음해야 왠지^^) 미안해요. 정말, 몰랐어 ㅡ.ㅜ;;

두분 다 의외의 웃음 코드가 있어요.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