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찌가 이를 뺐다. 유치는 윗니부터 빠지는데 옥찌는 아랫니부터 흔들거렸다. A는 손톱깍이로 이를 잡고 빼래고, B는 실을 이에 묶으며 내게 목 매달 때 쓰는 매듭법이 뭐냐고 묻고 앉았다. 내가 알리 없잖아. 그러지 말고 병원가래니까 그래도 첫니는 자기가 빼겠다며 낑낑대는 B. B는 안 되겠는지 몇번 시도 끝에 전화로 C를 호출했다. 그 사이, 늦춰지는 시간과 왠지 아플 것 같은 느낌, 옆에서 오만상을 찌푸리고 앉았는 B덕분에 옥찌의 무서움은 극에 달했다. 귀신 이야기는 잘도 듣더만. 눈이 빠져서 휑한 귀신을 보고도 무서움은 커녕 대체 눈은 어디있는지 찾을 정도인데 이뽑기는 주사 맞기만큼 무서웠나보다.
옥찌가 힝힝거리며 울기 시작하고, C는 돋보기를 찾고, C의 아이들이 폴짝폴짝 뛰고, B는 다시 오만상. 달래고 장난치고 떠드는 사이, 어어 하다가 이를 뺐다. 피가 조금 나왔다. 그다지 아프지 않은데도 놀라서 우는 옥찌와 새끼 손톱보다 작고 하얀 옥찌 이를 구경하는 무리들. 옆에서 A는 아빠가 내 이를 뽑다가 옆에 것까지 뽑았다는 이야기를 반복했고, C는 영구치를 뺀적이 있어서 고생 좀 했다는 이야기와 요즘 젊은 엄마들은 치과 가서 이를 뺀다는 이야기를 벌써 네번째 계속하고 있다. 그들 이야기처럼 뭔가가 반복된다는건데, 난 그저,
이 빠진 옥찌가 귀여울 따름이다.


첫니란 말이 맞는지 네이버로 검색하다가 어떤 사람의 결혼 후 생활과 1년 된 아기 사진을 원없이 구경했다. 유치는 날 때도 귀엽지만, 뺄 때도 정말 예쁘구나. (유치한 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