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편력기 -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세계문화기행 지식여행자 8
요네하라 마리 지음, 조영렬 옮김, 이현우 감수 / 마음산책 / 2009년 12월
품절


플라스틱 그릇에 담기는 순간, 어떤 요리든 먹이로 전락한다.-84쪽

한자 문화권 사람이 뇌에 정보를 입력하는 경로는 시력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고, 서구인의 뇌는 청력 의존도가 높다. 서구의 알파벳 자체가 음성을 문자화한 것으로, 문자 자체가 청력모드인 것이다... 실제로 '장대한 서사시를 기억하던 세계 각지의 음유시인들이 문자가 발명되지마자 엄청난 지식을 잃어버렸다'라고 소크라테스나 플라톤은 탄식하고 있다... 요건태 논리성은 기억의 부담을 덜어주는 역할을 담당한다는 것이고, 문자 의존도가 높은 일본인에 비해, 문자 의존도가 낮은 서구인의 언어 중추는 논리적이 될수밖에 없었던 것은 아닐까.-126쪽

알랭 들롱의 식탁 매너가 너무나 완벽하다는 사실이 도리어 그의 태생이 비천함을 증명한다. 매너를 제 주머니 속의 물건 다룻듯 완전히 몸에 익한 사람은 좀 더 편안한 법이다. - 시오노 나나미-132쪽

안정된 낡은 틀이 있기에 끊임없이 흘러들어오는 새 정보를 담아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문학이 오래된, 혹은 보편적인 진실을 늘 새로운 방법으로 전달하려 하는 것이라면, 신문은 늘 새로운 진실을 오래된 방법으로 전달하려 한다고도 할 수 있다.-136쪽

욕망과 그것을 실현하는 과정이야말로 문화인 것이다. 그런데 이 욕망과 그것을 실현하는 사이에 놓인 거리가 100년 전보다 더욱 짧아지고 있다. 아니 한없이 제로에 가까워지고 있다. 사실은 품과 시간을 들여 만드는 것이 기쁨이기도 할 텐데, 그것이 점점 생략되고 상품화되고 있다.-180쪽

이해력과 표현력은 하늘과 땅만큼 다르다. 이것은 외국어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모국어건, 음악이나 그림이건, 수동적인 지식과 능동적인 지식 사이에는 늘 간격이 있는 것이다.-1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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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랄라 하우스
김영하 지음 / 마음산책 / 2005년 8월
구판절판


한마디로 흰 고양이들은, 이 세상 것이 아닌 느낌을 준다. 그냥 그 자리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일상을 동화적 차원으로 만들어 버린다. -18쪽

왜 고양이는 언제나 깊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것일까. 개는 대체로 아무 생각없는 얼굴을 하고 있는데.-26쪽

"웃는 저 꽃과 우는 저 새들 그 운명이 모두 다 같구나. 삶에 열중한 가련한 인생아. 너는 칼 우에 춤추는 자로다." <사의 찬미> 2절 중-88쪽

...그러나 저 젊은 여배우의 죽음에 모두가 무죄하는 결론은 이상하게 부당해보인다...바로 그 무책임의 전력 때문에 우리는, 우리의 양심 안에서, 유죄다. 고인의 다음 생이 행복하길 빈다.-90쪽

담배여, 그동안 너와 함께 즐거웠다. 그러나 이제는 때가 다하였다. 나는 너 없는 인생을 살아볼 작정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우리의 관계는 최근들어 조금은 불평등하였다. 너는 나를 지배하고 내 위에 군림하지만 나는 저항하지 못하였다. 나는 그것이 너의 본성임을 알고 그래서 너를 원망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제는 헤어져야 하겠다. 내 사랑하는 폭군이여, 안녕!-116쪽

결별과 함께 금단증상이 시작됐다. 담배는 누구보다도 지능적인 스토커였고 매혹적 팜프파탈이었다. 담배는 그를 떠나보내려는 사람과 똑같은 지능을 가지고 있다. 학자에게는 학자의 언어로, 의사에게는 의사의 언어로, 작가에게는 작가의 언어로 유혹한다.-116쪽

평화는 그렇게 서로가 서로의 실력을 잘 알고 있는 상태를 말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예술의 세계에는 그런 평화가 없다. 칼의 세계야 실수를 용납하지 않지만 예술이야 어디 그런가. '액면'을 보여주기도 어렵고, 봐도 수긍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현대 예술은 더욱 그렇다. 평화는 가능하지 않다. '네가 나보다 잘났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니 날마다 전쟁이다. 전쟁의 무기로는 이룬바 '작가적 거짓말'이 동원된다. '작가적 거짓말'의 특징은 검증이 불가능하다는 것, 그렇지만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것이다.-141쪽

...질문자가 상황을 통제하게 된다...세상은 질문하는 자의 것이고 답변만 하다가는 질문하는 사람의 뜻대도 살게 된다는 말씀.-159쪽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이 출판사와 저작권 에이전시들 위주의 상업적, 국제적 도서전이라면 라이프치히 도서전은 작가와 독자들이 주인인 정서적 도서전이었다.-201쪽

"과거의 독일 문학이 위대했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만약 현재 활동하는 작가들로만 팀을 짜서 일종의 문학적 축구경기를 벌인다면, 우리가 꼭 진다고는 말하지 못한다."고, 나는 말했다. 이런 공언이 만용으로 치부되지 않는 날이 오기를 기다린다.-203쪽

특히 우리나라의 소설에는 직업은 있으되 직장은 없다. 직업에 대한 묘사도 인물이 등장할 때 잠깐 나타날 뿐, 소설의 플롯과 주제를 건드릴 정도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소설의 인물들은 소설이 시작하자마자 직장을 나선다. 회사 앞에서 누군가를 만나며 카페나 술집에서 술을 마신다. 가끔 어디론가 훌쩍 떠나며 그곳에서 '직장에서는 찾을 수 없는' 그 무언가를 만난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이것은 어쩌면 작가들의 착시현상은 아닐까. 로라는 말한다...그들에게 글쓰기는 휘황한 아우라에 둘러싸인 것처럼 느껴지는 반면 직장은 그저 단순한 업무만 반복하는 지옥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들의 꿈은 글만으로 먹고사는 전업작가가 되는 것이다. -205쪽

독자들은 직장을 사랑할 뿐 아니라 그곳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역학관계에 많은 관심이 있다. 그곳은 작가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무미건조한 시멘트 공간이 아닌 것이다. 그러나 우리 작가들은 그곳을 잘 모른다. 그러니 우리의 주인공들은 소설을 시작하자마자 직장을 나오는 것이다. 이제는 우리의 주인공들을 직장에 머무르게 할 때인지도 모르겠다. 대신 작가들이 그 속으로 들어가야 하겠지만.-206쪽

눈 내리는 노천 온천에 몸을 담그고 뜨거운 정종을 마시노라면 눈송이 녹는 소리가 들린다.-228쪽

열렬한 독자로, 무던히도 읽다가 이 정도라면 나도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끄적거리다가 남들이 읽을 만하다고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작가가 되는 거지요. 세상의 거의 모든 작가는 바로 이 길로 걸어왔을 겁니다.-262쪽

독서에도 일정한 훈련과 의식적인 노력이 분명히 필요하다. 그리고 그런 노력은 분명한 대가를 받는다. 소설은 춤과 같아서 처음에도 즐겁지만 배우면 배울수록 더 큰 즐거움을 준다. 아는 작가가 많아지고 출판사나 번역자에 따라 책을 고르는 요령들을 터득해감에 따라 취향은 분명해지고 만족감도 커진다. 처음에는 도대체 무슨 책을 사야 할지 알 수 없던 대형서점이 자기 방 서재처럼 친숙해지는 순간이 온다. 동시에 소설을 읽는 목적도 달라진다. 감정이입을 통한 즉자적 수준의 감동보다는 텍스트 자체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형태로 바뀐다... 불안한 존재가 읽는 완벽한 소설. 이것만한 즐거움을 나는 아직 별로 발견하지 못했다. -208쪽

우리는 우리가 뭘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천만의 말씀. 인생의 버스는 항상 엉뚱한 곳에 우리를 내려놓는다. 1905년의 그들처럼.-187쪽

오류의 주목효과, 심통의 경제학, 애도의 금연법, 외래어의 반응지연 효과, 소설의 엔진, 낭독의 발견, <101가지 철학체험>
2006.09.0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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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 거야 1 - 현경 순례기 1
정현경 지음 / 열림원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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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여자가 함께 자유로워질 때까지는 어떤 한 여자만 특출나게 혼자 자유로워질 수가 없는 겁니다.-13쪽

네 안엔 그 누구에 의해서도 부서지지 않은 빛나는 아름다움이 있어. 네가 그 빛나는 아름다움을 네 안에서 꺼낼 수 있다면 그 빛나는 아름다움이 너를 구원할 거야. 그러나 네가 만약 그 빛나는 아름다움을 네 안에서 꺼내지 못한다면 그 태어나지 못한 빛나는 아름다움이 너를 파괴시키고 말겠지. 그 빛나는 아름다움밖에는 아무것도 너를 도와줄 수 없어.-35쪽

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나는 진짜 철든 여자(우주와 삶의 의미를 깨달은 여자), 진짜 자기를 죽일 수 있는 여자(두려움에서 벗어난 진정한 자유 때문에 자신의 에고를 내려놓을 수 있는 여자), 진짜 좋은 여자(우주로부터 오는 사랑으로 가득 차 옆에 있기만 해도 신나는 여자), 진짜 착한 여자(큰 것을 위해서 자기를 크게, 목숨까지도 버릴 수 있는 여자), 진정 그런 여자로 살고 싶었다.-63쪽

나는 짧은 인생을 더 이상 고칠 가능성이 희박한 곳에 쓰기보다는 새로운 대안을 만드는데 쓰고 싶은 것이다. 또한 나는 상아탑 안에서만 아둥바둥거리는 신학을 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나는 더 이상 신을 ‘설명’하는 신학을 하고 싶지 않다. 이제는 ‘신을 표현’하는 신학을 하고 싶은 것이다. 참으로 대중적인 신학을 하고 싶다.-188쪽

내가 꿈꾸는 새 정체성은 경계를 넘나드는 자(Boundary Crosser), 다리를 놓는 자(Bridge Builder), 문화 통역가(Cultural Translater) 등이다.-189쪽

나 역시 목숨을 건 실험을 해보려고 뉴욕 인민공화국에 왔다. 어떻게 하면 ‘다름’들이 분쟁과 증오의 대상으로 추락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성의 거름으로 쓰여질 수 있나 실험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그 다름들을 이으면서 태어나는 신의 얼굴을 어떻게 하면 가장 감동적으로 보여줄 수 있나를 알아내고 싶었다.-194쪽

현경, 현경의 애인이 될 수 있는 남자는 삶의 모든 것이 한번 완전히 타버린 남자. 그래서 백골만 남은 남자. 그 백골이 비와 바람에 씻겨 눈처럼 하얘졌고 그 백골 속에서 백만송이 붉은 장미를 피워내는 남자, 그런 남자 일거야.-220쪽

침묵은 절대로 우리를 구원하지 못한다.-12쪽

2004.06.2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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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수컷은 필요 없어 지식여행자 5
요네하라 마리 지음, 김윤수 옮김 / 마음산책 / 2008년 8월
품절


고양이는 어쩌면 이렇게 단번에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걸까. 무리 도리와 함께 살면서 점차 두 녀석들이 내 마음과 생활을 차지해가는 속도를 깨닫고 깜짝 놀랐다. 이렇게 되면, '고양이는 외계인들의 지구 정복을 위한 전략의 일부'라는 설에 신빙성을 느끼게 된다.-82쪽

러시아어를 배우기 시작한 사람은 반드시 러시아어 단어의 어미 변화에 쩔쩔 맨다. 그리고 나같은 러시아어 통역사가 페레스트로이카 시작 전후부터 최근 15년동안 진땀을 빼는 일이 하나 있다. 바로 러시아의 윗사람과 학자들의 '사상적 입장'이 눈이 핑핑 돌 정도로 어지럽게 변하는 점이다.-121쪽

실컷 주인의 시중을 들다가 헌신짝처럼 버려진 맹인안내견들은 하나같이 머리가 멍해진다고 한다. 지나치게 자신을 억제하고 스트레스가 많은 반평생을 보냈기 때문에 해방되어 편안한 생활을 하게 된 순간, 긴장이 풀려서 늙어버린다.-167쪽

이렇게 집념이 강한 자명종이 세상천지 어디에 또 있을까. 당연히 훈련을 시킨 적은 없다. 언제나 정해진 시간에 녀석들의 배가 고파지는 덕이다.-278쪽

영원히 계속되는 허무한 일, 이만큼 절망적인 운명은 없다.
사람을 절망시키는 아이디어에는 천재성을 발휘한 나치스도 강제 수용소에서 시시포스의 신화를 차용하고 있다. 매일같이 A지점에서 B지점까지 벽돌을 운반시키고 다음에 같은 벽돌을 다시 B지점에서 A지점까지 운반시킨다. 미치는 사람이 속출했다고 하니, 어떠한 고문보다 더 괴로운 것 같다.-284쪽

"두자릿수의 남자를 겪어보고 '내 인생에 남자는 필요없다'는 결론을 얻었어."
마리는 큰소리친다. 그 수가 열인지 아흔아홉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명석한 두뇌, 목수일도 마다않는 체력, 월등한 재력, 이 세가지를 겸비한 그녀에게 필적할 남자가 쉽게 눈에 띌 리 없다. 또 생각한 바를 솔직하게 털어놓는 그녀의 독설을 흘려들을 포용력을 지닌 남자도 적을 것이다. 그녀의 사전에 영합이라는 단어는 없다. 상대의 지위는 상관하지 않고 모두에게 생각한 바를 솔직하게 말하기에 일본 남성의 섬세한 신경은 갈기갈기 찢긴다.
"바보하고는 상종 안 해." 마리가 하는 공언 중 하나다.
그런데 그녀는 일반적으로 사람보다 바보라는 동물들에게 가장 자상하다.-3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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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질 카논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최고은 옮김 / 북스피어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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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은 멀쩡했지만 귀도 살짝 멀고 눈도 침침했기 때문에, 마치 얇은 베일을 뒤집어쓰고 세상과 한 걸음 떨어진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 같았다.-131쪽

...양심의 가책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마치 문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틈새바람 같은 감정이었다. 어떤 순간을 계기로 마음속에 소리없이 들어왔다. 어디를 어떻게 닫고 어떻게 끊어내면 바람을 잠재울 수 있을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그럴 때마다 그는 자신의 마음조차 다잡지 못하는 무력감을 느끼곤 했다.-134쪽

그것은 분명한 증거가 될 것이다. 아무리 괴로운 일을 겪어도, 아무것도 믿을 수 없게 되어도, 유서를 쓰게 될 정도로 궁지에 몰려도, 거기서 지지 않는다면, 그 자리에서 다시 일어나 살아가는 것의 의미를, 가치를, 어딘가에서 반드시 찾아낼 수 있다는 증거가.-1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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