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내가 자주 들어가던 인터넷 사이트에, 닉네임이 '마노기' 인 분이 계셨다. 무슨 천연기념물 제 몇호쯤 되는 희귀 새 이름인가보다 했었는데 어느날 그분이 마노기의 뜻을 밝히셨다. 마노기는 바로 장만옥의 만옥을 가르키는 말이었다. 그때 내 나이가 스물 셋? 아님 넷쯤 되었나보다. 아무튼 나는 장만옥이 뭐가 예쁘다고 닉네임을 마노기로 쓰나 싶었다. 그랬다. 그때는 장만옥이 뭐가 매력적인지 전혀 알지 못했었다. 당시 내 눈에는 홍콩 배우는 뭐니뭐니 해도 오렌지를 헤집고 태어난듯 상큼한 왕정문이 최고라고 생각했었다. 그랬다. 그때는 어렸었다. 그래서 나는 장만옥의 매력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한달 뒤면 계란 한판을 바라보고 있는 지금은 알것같다. 서른 둘이라던 그 분이 왜 닉네임을 '마노기' 라고 지을정도로 장만옥을 좋아했었는지를 말이다.


내가 일하는 건물에는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있다. 그래서 꽤나 게으른 나 이지만 이 회사에 입사하고 나서 영화 만큼은 원없이 봤다. 퇴근길에 들러서 봐도 되고, 가끔이긴 하지만 일을 하다 말고 스윽 빠져 나가서 영화관으로 슬금슬금 기어들어가기도 한다. 오늘 나는 두번째 방법으로 장만옥이 나오는 영화 클린 (Clean) 을 혼자서 봤다. 클린은 별로 장사가 안되는지 오후 3시 30분이 마지막 프로였고 나머지 시간에는 여선생 VS 여제자를 상영했고. 영화를 보러 들어가니 나를 포함해서 3명의 관객이 전부였다. 이 영화로 2004년 칸영화제 여우주연상까지 받았지만 대한민국에서도 소도시인 이곳에서는 그녀 혼자서 원톱으로 관객을 끌어들이기에는 무리였나보다. 아니면 예전의 나처럼. 너무 어린 관객들이 그녀의 매력을 발견하지 못했거나 말이다.


한물간 록스타 리. 그리고 그의 아내 에밀리 (장만옥)는 캐나다에서 투어 중이다. 하지만 한물간 록스타답게 그들을 원하는 곳은 없다. 음반 계약자들은 싼값에 후려치려고 하고 리의 음악도 신통찮다. 설상가상으로 리와 에밀리는 헤로인 중독자이다. 사람들은 에밀리가 리를 망쳤다고 말한다. 캐나다의 호텔방에서 에밀리와 리는 말다툼을 한다. 에밀리는 화가나서 차를 몰고 나가버리고 그 사이 리는 헤로인 과다복용으로 사망한다. 다음날 에밀리가 도착했을때 리는 이미 죽어있고 집에는 경찰들이 와 있다. 경찰들은 흥분해서 호텔방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에밀리를 저지하다가 에밀리의 가방을 뒤지게 되고 그 속에서 마약을 발견한다. 에밀리는 마약 소지죄로 6개월형을 선고받는다. 6개월 후 에밀리는 석방되지만 그녀의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다. 아륻을 맡은 시아버지는 그녀가 새로운 사람이 되기 전 까지는 자기들이 맡아서 키우고 있는 리와 그녀의 사이에서 난 아들을 데려갈수도 만날수도 없다고 말한다. 하루아침에 남편도 돈도 집도 아들도 없어져버린 에밀리는 이제 선택을 해야 한다. 아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또 살기 위해서는 마약도 끊고 번듯한 직장도 잡아야 하는 것이다.



내가 클린이란 영화가 나왔다는 기사를 접하면서 가장 놀랐던 것은 이 영화의 감독이 올리비에 아싸야스라는 사실이었다. 알다시피 장만옥과 올리비에 아싸야스는 한때 부부였지만 지금은 이혼을 한 남남이다. 한국 사회같으면 서로 철천지 원수가 되어서 헤어졌을 것인데 놀랍게도 이들은 함께 작업을 했고, 그 결과는 칸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TV드라마에서야 헤어지고도 서로 친구로 잘 지내는 쿨한 신세대 이혼부부들이 등장하지만 현실에서는 좀 어렵지 않을까 하는게 내 생각이었는데 아닐수도 있나보다. 만약 그들이 인터뷰할때 입으로만 나불거리는 '서로 좋은 친구로 남기로 했어요' 부류였다면 어떻게 영화를 같이 할수가 있었겠는가. 그것도 배우와 배우가 아닌 배우와 감독으로 말이다. 이 영화에서 올리비에 아싸야스는 그동안 장만옥과 함께 작업을 한 어떤 감독들 보다도 장만옥에게 많은 무게를 실어 주었다. (영화 속에서 여배우가 아름답거나 매력적이기는 흔한 일이었지만 무게를 가지는 일은 매우 드물다.) 이혼을 하더라도 저렇게 직업적 동료로는 여전히 남을 수 있는 그들이어서 그런지 이 영화엣 장만옥은 다른 어떤 영화에서 보다 자신의 연기력을 십분 발휘한다. 특별해 보이는, 누가 봐도 '우와 연기' 라는 생각이 드는 대단한 장면 같은건 없지만 장만옥은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를 같은 무게로 끌고 나간다. 여배우 치고도 무척 갸냘픈 몸을 가졌지만 대단한 액션이나 큰 재스쳐 없이도 그녀는 화면을 채우고도 남을 카리스마를 발산한다. 물론 그 카리스마가 문신하고 여기저기 정신 사나울만큼 장신구를 달고 있는 락가수들의 카리스마와는 또 다른 것임은 두말 할 필요도 없다.




어떤 사람들은 이 영화를 모성을 위해 눈물겨운 노력을 하는 한 여자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내 생각에는 여기서 장만옥이 보여주는 것은 모성애가 전부가 아닌것 같다. 물론 그녀가 깨끗해지려는. 즉 마약을 끊고 새 일자리를 구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으로 돌아가려는 이유는 아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 영화는 장만옥의 모성애에 포커스를 맞추었다기 보다는 그냥 장만옥이 연기한 에밀리의 삶에 중점을 둔것 같다. 어느날 갑자기 자기를 지켜주고 보살펴주던 남편이 사라지고 그녀는 세상에서 외토리가 된다. 가진 돈도 없으며 돈을 벌 만한 능력도 없는 그녀. 아들에게 말 한것 처럼 마약을 하는 삶 이외에 다른 삶은 알지 못했던 그녀가 서서히 세상을 살아간다. 누군가의 도움이나 누구에게 의지해서가 아닌. 오직 그녀 혼자서 판단하고 결정하고 또 행동해야 한다. 잘 나가던 시절과는 판이하게 달라져버린 삶을 그녀는 어떻게건 꾸려나가고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처음부터 으쌰하고 종잇장 뒤집듯 열심히인 딱 영화같은 모습은 보여주지 않는다. 그녀는 영화 밖의 사람들이 그런것 처럼 실패도 하고 뭔가 옹골찬 부분도 모자라고 될대로 되라는 식이었다가 또 다시 갈등하고 애를 쓰는 것을 반복한다. 극중에서 누군가는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녀는 서서히 변한다. 필요하다면 사람은 변하기도 한다는 그녀의 시아버지 닉놀테의 말처럼 말이다.


별로 오래 살아보지는 않았지만. 내가 살아보니 사는데 정답은 없는것 같다. 처음부터 바른생활 인간으로 태어나 오직 바르게만 살면 모르겠지만 사는게 어디 그렇게 흘러가는가. 우린 가끔 시궁창에도 빠지고 진흙도 뭍혀가면서 산다. 그러다가 서서히 조금씩 자기도 모르게 인생의 고삐를 쥐고 있는 사람은 결국 자신이라는 사실을 깨닳게 된다. 어떻게 살건 정답은 없지만 결과는 고스란히 자신의 몫으로 남는다. 내가 남의 인생을 대신 살아주거나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 것 처럼 남들도 마찬가지다. 그냥 살면서 잠깐씩 머물고 스치는 사람들일 뿐이다. 설사 그게 핏줄의 이름으로 혹은 사랑의 이름으로 엮인 가족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영화에서 그녀는 친정쪽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친척이 운영하는 식당에 취직하지만 금방 쫒겨난다.) 그렇다고 해서 시댁쪽의 도움을 받지도 않는다. 친구들도 예전에 잘 나갈때의 그녀를 대하던 것과 지금은 사뭇 다르다. 내일일도 알수 없는 인간인데 감히 자기 인생은 탄탄대로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한. 사는건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믿을 수 있고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있다. 바로 자기 자신이다. 이 영화에서 장만옥을 클린하는 것은 결국 장만옥 자신인것 처럼 말이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마립간 2004-12-01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8 : 한국 대표 만화가 18명의 감동적인 이야기 1,2> (장상용 저/크림슨 출판) 에 유명한 만화가들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있습니다. (아직 안 앍은 책 - 라디오 '이주향의 문화포커스')

김수정 : 내 인생은 밑바닥까지 떨어졌다. 이젠 일어서기만 하면 된다.

고우영 : 절체절명의 위기를 겪어봐야 든든한 사나이로 거듭날 수 있다.

방학기 : '그러니까'가 아니라, '그럼에도'의 명제로 인생을 살아라.

과연 인생의 바닥까지 내가 추락하다면 이들과 같이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자신이 없고 두렵다. 단지 그러지 않기 바랄 뿐이다.

플라시보 2004-12-01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립간님. 인생의 바닥이라는게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일단 스스로 바닥이다 라고 생각하면 다시 정상 궤도로 오르기까지가 참 힘든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몇번 겪고 나면 내성이 생긴다고 저번 보다는 조금더 일어서기 쉬운 지금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물론 안떨어지고 사는게 제일 좋죠. 제가 생각하기에 무난하고 평탄한 삶 만큼 복받은건 없는것 같거든요. 물론 시련이라는게 나름대로 얻는것도 있긴 하지만요. 저도 큰 이변없이 그냥 지금처럼 별일 없이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스스로 바닥까지 추락했다는 기분을 느끼지 않고 말입니다.^^

주근깨 2004-12-01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저 역시 마노기 언니 엄청시레 좋아합니다...뭘 바르는지 변함없이 뺀뺀한 피부하며..요란하지는 않지만 결코 시드는 법이 없을것 같은 그녀의 연기가...님 후기는 아껴두었다 영화보고와서 읽어야겠어요~~귀 얇은인간 리뷰 먼저 읽고 가면 리뷰의 리뷰(?)처럼 영화를 볼게 분명해서리...

플라시보 2004-12-01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근깨님. 님도 장만옥을 좋아라 하시는군요. 정말 나이가 들수록 기품있게 아름다운 배우인것 같습니다. (이미숙도 비슷한 이유로 제가 좋아하는 배우입니다^^) 한때 꽃보다 아름다웠던 여배우들이 나이가 들수록 그 아름다움을 세월에 빼앗기는걸 바라보는 것은 참으로 잔인한 일이죠. 그러나 가끔 장만옥이나 이미숙같은 배우가 있기에 덜 서글픕니다. 그들의 아름다움은 결코 외면에만 그치지 않았기에 그런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구요.^^

marine 2004-12-01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플라시보님 말에 동감합니다 스스로 바닥이라고 생각한다면 다시 정상 궤도로 돌아간다는 거 정말 너무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울 것 같아요 그저 지금만큼만 무난하게 살 수 있기를, 인생의 행로를 조심스럽게 운행할 따름입니다 고통을 받으면 얻는 것도 있지만 잃는 것도 너무 많아서리... 장만옥 참 우아하고 기품있죠? 요즘 옛날 영화들을 보는데 "열혈남아" 나 "아비정전" "화양연화" 등에 나오는 장만옥 분위기가 참 좋아요 특히 화양연화에서 전통 의상 입고 나오는 장만옥, 정말 예술이죠^^ 헤어진 후에도 친구처럼 만날 수 있는 건 상대에게 덜 집착하고 그래서 헤어짐이 자신에게 준 상처가 적기 때문에 가능한 게 아닐까요? 사귀다 헤어져도 친구처럼 지내는 게 어려운 법인데, 결혼까지 해서 살다가 헤어진 후에도 같이 작업할 수 있는 그들 관계가 정말 부럽네요 어떻게 하면 그럴 수 있는지 배우고 싶을 정도입니다...

플라시보 2004-12-01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나님. 맞아요. 특히 화양연화에서 장만옥이 죽음이었죠. 으 그 차이나 드레스에 그 표정에 그 자태란...이번에 청룡영화제 시상식에서 누가 장만옥 필로 입었다고 해서 사진을 봤는데 흉내만 냈을뿐 그 느낌은 안나더라구요. (하긴 그 느낌을 내기에 그 배우는 너무 젊고 또 깜찍하고 발랄한 이미지였어요)

음. 그리고 사귀다가 헤어져서 친구면 모르겠지만 살 맞대고 살다가 헤어지고 친구되는건 정말 힘들것 같아요. 비결이 뭘까요? ^^
 
디자인을 공부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Essays On Design 2
시마다 아쓰시 지음, 김난주 옮김, 이우일 그림 / 디자인하우스 / 200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백하건데 나는 디자인과 관련된 어떤 일도 하지 않는 그냥 평범한 인간이다. 굳이 디자인과의 인연을 생각해보자면 우리 집안에 유달리 디자인 이나 미술 계열을 전공한 사람들이 많다는것. 또 지금은 폐간되었지만 월간 그래픽 디자인이라는 잡지에서 매월 디자인과 관련된 서적을 읽고 북리뷰 원고를 마감했었다는 것 정도이다. 


디자인에 대해 아무 생각도 없고 알고싶지 않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우리는 끊임없이 디자인을 보고 또 디자인을 선택한다.  집을 나서기전에 옷을 고르고 머리모양을 결정하는것. 또 거기에 따라 악세사리와 구두를 선택하는 것,  상점에 가서 물건을 고르는 것,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친구들과 식사를 하는것이 따지고 보면 모두 디자인을 보며 선택하는 과정이다. 근사하다. 예쁘다. 귀엽다. 멋있다. 등등은 디자인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이 디자인을 접했을때 쓰는 말들이다. 이런 느낌을 가지는것은 나아가 자신의 취향을 만들고 디자인을 결정하는데 있어 어떤 지표가 된다.


이 책은 디자인을 공부하는 사람들을 위해 쓰여진 책이라고 하지만 일반인들이 읽어도 별다른 무리가 없다. 어떻게 디자인을 하는지에 대한 책이 아니라 생활속에서 디자인을 배우는 책이다. 일본에서 쓰여진 책이며 한 사람이 쓴게 아니라 여러 사람들의 원고를 모아서 하나의 책으로 만든 것이다. 알다시피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디자인쪽으로는 한참을 앞서 있다. 그것이 니폰필로 대변되는 패션 디자인이건, 소니로 대표되는 전자제품 디자인이건 간에 그들은 우리보다 훨씬 앞선 디자인 강국이다. 그래서인지 디자인을 공부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도 많이 출간되고 그들은 각 분야의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이 많다.


이 책에서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디자인을 전공한 사람이 책을 번역한 것이 아니라 소설을 주로 번역하는 번역가 김난주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특히나 많이 번역했었다.) 씨가 번역을 맡았다는 것이다. 뒷장에 옮긴이의 말에서 김난주도 말했었지만 디자인을 공부하지 않은 사람들도 충분하게 읽을 수 있을 만큼 전문적인 디자인 용어 같은건 별로 등장하지 않는다. 디자인을 단지 기술로 보는것이 아닌, 머리와 가슴으로 생각하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라면 이런 책들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여진다. 하지만 내가 내 주변의 미술을 전공하는 학생들을 봤을때 그들은 전부 기술 연마에 여념이 없었다. 하긴 대입 시험부터가 기술에 관한 것만 보기 때문에 그런걸 공부할 여유가 없을 것이며 대학에 가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즉 우리는 기술은 뛰어난데 아이디어와 생각하는 힘이 절대적으로 부족한것 같다. 그래서는 작품이라고 불릴만한 디자인이 탄생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따라서 이 책은 디자인을 공부하려고 마음을 먹는 사람서 부터 현재 디자인에 관련된 일을 업으로 삼는 이들 까지 다양하게 읽어봐야 할 책인것 같다.


디자인에 대해 관심은 많지만 실제 전공을 했다던가 관련 분야에 종사하지 않는 나에게는 조금 지루한감도 있었던 책이지만 그래도 괜찮은 책이라는 느낌이 든다. 흔히 디자인 관련 책에서 기대했던 그림들이 많이 등장하지 않았지만 디자인이라는 학문역시 단지 그림을 많이 보는것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여느 학문들 처럼 끊임없이 공부하고 연구하고 생각해야 하는 학문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디자인을 배울 생각이라던가 혹은 디자인을 공부하고 있는 학생이라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며 더 나가서는 현직 디자이너들도 이런 책 몇권쯤은 읽어야 하는게 아닌가 싶다. 왜냐면 내가 생각하기에 디자이너는 단순 기술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물건의 껍질을 디자인 한다기 보다는 물건의 영혼을 담고 나아가서 이 디자인을 고르는 사람의 스타일을 대변해야 한다면. 디자이너들 스스로 부단히 공부하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공부라는 것은 미술학원을 다녀서 배우는 디자인의 기술적인 측면의 연마에 그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디자이너들이 공부하지 않는 나라에서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나올수 없을 것이며 그러면 언제까지고 우리나라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디자인 후진국에 머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렌지의 단면을 잘라놓은 모양의 컵 받침대. 겨울에는 썩 어울리지 않겠지만 여름에 투명한 컵을 올려두기에는 그만이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mannerist 2004-11-28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오... two thumb up!! 진정 멋집니다!! 저는 플라스틱이나 금속, 유리류의 따각따각 소리나는 게 싫어 나무 깎아 만든 단순한 컵받침을 씁니다만 저건 정말 탐나는군요. 어이 만든 것일까요? 진짜 오렌지 잘라 넣어 에폭시 수지로 굳힌 것 같지는 않고, 플라스틱 모형을 리얼하게 만들어 집어넣었겠죠? 오, 저 리얼리티와 모서리 포인트 준 기포자욱까지!! 아, 저런 걸 집구석에 쌓아두고 살아야 한다니까요!! (매너 돈 많이 모아야겠습니다. -_-)

플라시보 2004-11-28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너님. 이쁘죠? 겨울에 올리기는 다소 거시기하지만 하도 이뻐 올려봤습니다. 저는 컵 받침대를 천으로 만들어진걸 쓰는데 흰색이라서 음료가 뭍으면 바로바로 세탁을 해야 하는게 좀 불편하더라구요. 나무로된것도 멋지구리한게 많이 나오더군요. 하여간 저런 근사한 것들을 다 사려면 돈이 무진장 깨질것 같습니다. 흐흐. 열심히 모으십쇼^^

sweetrain 2004-11-29 0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멋지네요.

플라시보 2004-12-01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비님. 오오 그래요^^ 흐흐.
 

이케아에서 나온 레드 스톨. 보기에는 딱딱해서 불편해 보이지만 인체공학적으로 디자인이 되어서 앉으면 몸에 꼭 맞는것이 전혀 불편하지 않단다. 물론 장시간 앉아있는 용도로는 그다지 적당해 보이지 않지만 저런걸 집에 하나 놔 두면 무척 감각있어 보일것 같다. 내 개인적으로는 설계를 잘못하는 바람에 의자를 놓고 앉기에는 좀 낮고. 그렇다고 바닥에 앉아서 사용하기에는 좀 뭣한 검은색 화장대가 있는데 (쉽게 말해 높이가 어정쩡하다.) 그 앞에다가 저런 스툴을 놔두면 좋을것 같다. 색은 여기 보이는 빨간색과 검은색. 그리고 은색이 있다. 은색은 이쁘긴 한데 너무 차가워보일것 같으므로 빨간색이나 검은색이 좋을듯 하다. 특히나 빨간색은 유달리 칙칙한 색만 고집하며 컬러 감각이 제로인 사람들은 저거 하나만 놔 둬도 뭔가 컬러에 대한 철학이 있는것 처럼 보일 정도로 근사하다. 자동차를 칠하는 특수 도장으로 마무리를 해서 흠집이 잘 나지 않는단다.


 뛰어난 발색과 탐스러운 광택을 보여주는 빨간색 스톨. 백설공주에게 마녀가 권했다는 사과가 저런 색이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매혹적이다. (이케아 제품)




댓글(7)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흰 바람벽 2004-11-26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꾸 뒤로 눕는 버릇이 있는 저는 미끄러질거 같아요. ^^;; 히히..

호랑녀 2004-11-26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울 것 같아요, 저기 앉으면... 그냥 미술관의 장식품 쯤이 더 어울릴 것 같은데요?

biseol 2004-11-26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립스틱 광고 이미지처럼 윤기나는 빨강이 참 이뻐요..근데 전 상당히 자세가 안좋아 얌전히 발을 두지 못하고, 의자위로 양반자세마냥 앉거나 치마입은 여인네가 앉는 폼으로 두다리 오른쪽으로 구부리거나...암튼 저만한 거로는 안될 거 같아요.ㅋ

플라시보 2004-11-26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흰 바람벽님. 흐흐. 때론 아름다운 집구석을 위해 버릇도 과감히 고쳐야 한답니다.^^



호랑녀님. 반대로 여름에는 얼마나 시원하겠어요. 그리고 겨울에도 야외에 놔두는것도 아닌데 설마 춥겠어요^^



스미레님. 아름다운 집구석을 위해서는 어렵겠지만 자세를 고치라는 말을 하고 싶군요^^ 흐흐. 아름다운 집구석이 사람 여럿 잡는군요.^^

sweetrain 2004-11-26 2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립스틱 같아요..

주근깨 2004-11-27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케아 상품들 유난히 이쁜게 많죠??근데 저거 오래 앉아있음..둥이(!)에 자국 남을거 같으...그리고 어쩐지 요강의 이미지가...-_-;;;

플라시보 2004-11-28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비님. 그죠. 잡지에 나오는 립스틱 광고사진처럼 어찌나 윤이 나 주시는지^^



주근께님. 저 의자는 오래는 못 앉아있을것 같아요. 제 아무리 인체공학적으로 디자인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일단 소재 자체가 딱딱하니까요. 뭐 장식삼아 두고 짧은 시간동안 앉을때나 유용할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요강 이미지..흐흐. 듣고본니 그러네요^^
 
야, 이노마! 1
김미영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1999년 12월
평점 :
절판


어렸을때 부터 만화에 환장을 한 동생을 둔 덕분에 나도 찔끔찔끔 꽤나 많은 만화를 보았다. 그 중에서도 우리 자매가 가장 열광한 만화는 일본에서 건너온 드레곤 볼. 그리고 한국의 작가 김미영이 쓴 야, 이노마 이다. 나같은 경우는 스토리가 계속 이어져 나간다던가 좀 심각한 부류의 만화는 잘 읽지 못하는 편이라서 유달리 코믹한 만화에 집착하고 멋지다 마사루류의 너무 마니악한 만화는 재밌긴 하지만 약간 부담스러운데 그런 의미에서 볼때 이 만화는 딱 내 입맛이다. 세상천지 심각할것도 없고, 대단한 스토리가 이어지지도 않는다. 절대로 드라마나 영화 같은걸로 만들어질리 없는 이 만화는 읽고나면 세상이 다 즐거워진다.


야, 이노마의 그림체는 동글동글한게 상당히 정감이 간다. 3등신의 주인공들. 그리고 리얼하고 강렬한 표현들이 도무지 어울릴것 같지 않지만. 냉장고에서 대충 꺼낸 반찬들을 넣고 비빈 오합지졸 비빔밥이 예상외로 끝내주는 맛을 내는것 처럼 그 둘은 서로 잘 섞여있다. 비록 정석을 추구하는 그림 (호텔 아프리카의 작가처럼 제대로 된 만화를 그리는) 은 아니지만 작가의 뛰어난 연출력 때문에 가만 보면 어설픈것 같으면서도 상당히 완벽하기까지 하다.


야, 이노마는 산골 초등학교에 다니는 이노마 (이게 이름이다.) 와 삐꾸 (본명이 있으나 주로 삐꾸로 불림) 그리고 산속에 사는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행복한 미친 여자아이 광년이가 주인공이다. 노마와 삐꾸는 주로 사고를 치고 다니고 그 사이 사이 꽃치마에 꽃미소를 흘리는 광년이가 등장한다. 광년이는 노마를 좋아하고 노마역시 그런 광년이가 은근히 싫지 않다. 광년이가 비록 미친 여자아이로 설정되어 있지만 좀 모자라는 노마와 삐꾸를 한참 보다가 보면 대체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는 어딘가 하는 심오한 생각마저 하게 만든다. 노마와 삐꾸, 광년이 이외에도 담임선생님. 삐꾸의 누나 (만화가다.) 등의 캐릭터도 상당히 정감이 간다. 스토리가 길게 이어진다기 보다는 단편으로 끝나기 때문에 굳이 1권부터 연달아서 읽지 않아도 재밌다.


야, 이노마는 좀처럼 만화를 사지 않는 내가 소장하고 있는 몇 안되는 만화이다. 내가 소장하고 있는 만화들의 대부분이 보고 또 봐도 재밌는 건데 이게 바로 책과 만화의 차이점이 아닌가 싶다. 책은 내 경우에 아무리 재밌어도 3번정도 읽으면 물리던데 만화는 그렇지 않다. 보면 볼수록 새로운 맛이 생겨나고 뒤의 스토리를 이미 알고 있어도 전혀 재미가 반감이 되질 않는다. 그건 아마 모르긴 해도 그림의 힘이 아닌가 싶다.


좀 우울하거나 꿀꿀한 일이 있을때 침대에 배깔고 엎드려서 읽다가 보면 어느새 미친듯이 키득거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큰 내용도 없고 대단한 스토리가 등장하거나 아름다운 그림이 있는건 아니지만 나는 이렇게 보면서 끊임없이 키득댈수 있는 만화야 말로 만화가 가진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모 만화잡지에 연재될때 부터 봤었는데 단행본으로 나오자 마자 망설임없이 샀다. 이제 만화도 웬만하면 대본소에서 빌려보지 말고 직접 사 주자. 특히나 이 만화책은 두고두고 읽어도 절대 질리지 않는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흰 바람벽 2004-11-26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생각만해도 웃겨요.

저도 이거 너무 잼있게 봤거든요. 그리고 그림도 넘 귀엽잖아요. 둥글둥글..

그로밋 2004-11-26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소장하고 있는 만화랍니다. 3살짜리 조카도 웃다가 넘어가는........... 김미영은 이야기를 너무 재미있게 엮어서 좋아합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

플라시보 2004-11-26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흰 바람벽님. 진짜 떠올리기만 해도 막 웃기죠?^^ 저도 진짜 소리내 웃으며 본 만화 중 하나입니다.



그로밋님. 저 만화를 보고 웃다가 넘어가지 않는 이가 있을 수 있을까요?^^ 정말 김미영 작가의 상상력과 표현력이 놀라울 따름이죠^^

LAYLA 2004-11-26 1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작가님 디게 좋아하는데 ㅎㅎ 다른 작품도 보셨나요? 제목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이 작가님 작품중에 남자와 여자가 바뀐만화가 있거든요..여성상위시대라는 배경이었었나? 그랬었는데 그거도 정말 웃겨요 ^0^

LAYLA 2004-11-26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왔다' 입니다..^^

플라시보 2004-11-26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LAYLA님. 다른 작품은 공포단편 컬렉션밖에는 못봤어요. 방금 찾아보니까 기생충이라는 작품도 있던데...님이 말씀하시는게 혹시 그건가요?

kleinsusun 2004-11-27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인공 이름이 이노마, 삐꾸와 광년이. 재미있어요.

제가 항상 "삐꾸"라 부르던 친구가 있었네요.

이 만화 저도 읽어 볼꼐요. 좋은 주말!

플라시보 2004-11-28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만화에서 삐구란 말을 이렇게 풀이 해 놨더군요. '신체적 결함이 있는 사람을 정겹게 일컷는 말' 이 대목 읽고 한참을 웃었어요. 삐꾸는 다른 이름이 있는데 그냥 삐꾸라고 불러요. 노마는 본명 맞고 광년이도 이름이 있기는 한것 같은데 살짝 맛이 가서 그냥 애들이 광년이라고 부르구요^^ 님도 좋은 주말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