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을 공부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Essays On Design 2
시마다 아쓰시 지음, 김난주 옮김, 이우일 그림 / 디자인하우스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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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건데 나는 디자인과 관련된 어떤 일도 하지 않는 그냥 평범한 인간이다. 굳이 디자인과의 인연을 생각해보자면 우리 집안에 유달리 디자인 이나 미술 계열을 전공한 사람들이 많다는것. 또 지금은 폐간되었지만 월간 그래픽 디자인이라는 잡지에서 매월 디자인과 관련된 서적을 읽고 북리뷰 원고를 마감했었다는 것 정도이다. 


디자인에 대해 아무 생각도 없고 알고싶지 않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우리는 끊임없이 디자인을 보고 또 디자인을 선택한다.  집을 나서기전에 옷을 고르고 머리모양을 결정하는것. 또 거기에 따라 악세사리와 구두를 선택하는 것,  상점에 가서 물건을 고르는 것,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친구들과 식사를 하는것이 따지고 보면 모두 디자인을 보며 선택하는 과정이다. 근사하다. 예쁘다. 귀엽다. 멋있다. 등등은 디자인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이 디자인을 접했을때 쓰는 말들이다. 이런 느낌을 가지는것은 나아가 자신의 취향을 만들고 디자인을 결정하는데 있어 어떤 지표가 된다.


이 책은 디자인을 공부하는 사람들을 위해 쓰여진 책이라고 하지만 일반인들이 읽어도 별다른 무리가 없다. 어떻게 디자인을 하는지에 대한 책이 아니라 생활속에서 디자인을 배우는 책이다. 일본에서 쓰여진 책이며 한 사람이 쓴게 아니라 여러 사람들의 원고를 모아서 하나의 책으로 만든 것이다. 알다시피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디자인쪽으로는 한참을 앞서 있다. 그것이 니폰필로 대변되는 패션 디자인이건, 소니로 대표되는 전자제품 디자인이건 간에 그들은 우리보다 훨씬 앞선 디자인 강국이다. 그래서인지 디자인을 공부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도 많이 출간되고 그들은 각 분야의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이 많다.


이 책에서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디자인을 전공한 사람이 책을 번역한 것이 아니라 소설을 주로 번역하는 번역가 김난주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특히나 많이 번역했었다.) 씨가 번역을 맡았다는 것이다. 뒷장에 옮긴이의 말에서 김난주도 말했었지만 디자인을 공부하지 않은 사람들도 충분하게 읽을 수 있을 만큼 전문적인 디자인 용어 같은건 별로 등장하지 않는다. 디자인을 단지 기술로 보는것이 아닌, 머리와 가슴으로 생각하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라면 이런 책들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여진다. 하지만 내가 내 주변의 미술을 전공하는 학생들을 봤을때 그들은 전부 기술 연마에 여념이 없었다. 하긴 대입 시험부터가 기술에 관한 것만 보기 때문에 그런걸 공부할 여유가 없을 것이며 대학에 가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즉 우리는 기술은 뛰어난데 아이디어와 생각하는 힘이 절대적으로 부족한것 같다. 그래서는 작품이라고 불릴만한 디자인이 탄생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따라서 이 책은 디자인을 공부하려고 마음을 먹는 사람서 부터 현재 디자인에 관련된 일을 업으로 삼는 이들 까지 다양하게 읽어봐야 할 책인것 같다.


디자인에 대해 관심은 많지만 실제 전공을 했다던가 관련 분야에 종사하지 않는 나에게는 조금 지루한감도 있었던 책이지만 그래도 괜찮은 책이라는 느낌이 든다. 흔히 디자인 관련 책에서 기대했던 그림들이 많이 등장하지 않았지만 디자인이라는 학문역시 단지 그림을 많이 보는것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여느 학문들 처럼 끊임없이 공부하고 연구하고 생각해야 하는 학문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디자인을 배울 생각이라던가 혹은 디자인을 공부하고 있는 학생이라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며 더 나가서는 현직 디자이너들도 이런 책 몇권쯤은 읽어야 하는게 아닌가 싶다. 왜냐면 내가 생각하기에 디자이너는 단순 기술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물건의 껍질을 디자인 한다기 보다는 물건의 영혼을 담고 나아가서 이 디자인을 고르는 사람의 스타일을 대변해야 한다면. 디자이너들 스스로 부단히 공부하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공부라는 것은 미술학원을 다녀서 배우는 디자인의 기술적인 측면의 연마에 그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디자이너들이 공부하지 않는 나라에서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나올수 없을 것이며 그러면 언제까지고 우리나라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디자인 후진국에 머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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