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연애를 시작한 친구들을 만나면 우린 이런 얘기들을 종종 듣게 된다.
완전 우린 천생연분이야. 그 많은 찌게 중에서 우리 둘 다 해물순두부찌게를 좋아한다니까, 흔해빠진 김치찌게도 된장찌게도 아니고 그냥 순두부도 아닌 해물순두부찌게라는게 믿어지냐?'
'이건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 틀림없어 내가 작년에 홍콩 갔던거 기억나지? 그때 상하이 샤워 난궈 퀴진이라는 레스토랑에서 게살 씨우룽빠우를 먹고 있었는데 그 사람도 그때 그 식당에서 누군가와 식사를 하면서 게살 씨우룽빠우를 먹을까 하다가 찹쌀이 들어간 딤섬을 먹었다는거야.
'뭣보다도 우린 일단 핸드폰 통화 연결음이 둘 다 Sugar ray 의 아브라카다브라야. 브아걸이 아니라 Sugar ray라는게 중요해. 이건 인연도 보통 인연이 아니란 얘기지. 나 아무래도 곧 결혼할것 같아'
음. 해물순두부찌게는 나도 좋아하고 홍콩이 상하이 샤워 난궈 퀴진 이란 레스토랑은 스타벅스 절반 정도의 가맹점을 갖고 있는지 돌아다닐때마다 '어 또 저 식당이네' 할 정도였고 Sugar ray의 아브라카다브라는 나도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깔아놓은 배경음악이다. 그러나 그녀들은 나와는 유사점을 찾지 않는다. 왜냐면 나는 그녀들의 '그' 가 아니기 때문이다.
전세계 인구가 60억명이라고 칠 때 그들은 자신이 그들과 만날 확률이 60억분의 1이라고 생각한다. (참 코스모폴리탄적이기도 하지 짐바브웨이에 있는 이름모를 청년도 해당사항이 있고, 무엇보다 심각한것은 여자와 어린애 및 노약자와 임산부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그들의 말을 빌어 전세계 인구가 60억명이라 치면, 그런 우연은 밑도 끝도 없이 일어난다. 오죽하면 케빈 베이컨 게임이라는 것도 다 있겠는가. 심지어 한 방에 모인 사람 중에 생일이 같을 확률이 50%가 넘는 두 사람이 있으려면 23명이면 족하다.
그러니까 그녀들이 인연 혹은 임자 만났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은 우연의 일치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절대 나는 솔직하게 말하지 않는다. 왜냐면 나만 해도 특정한 누군가와 휴대번호 앞자리는 다르지만 같은 이동통신사를 쓰다니 하며 오~ 놀라워라를 연발했던 기억이 있으니까. 사랑에는 확률이나 우연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인연과 필연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그녀들의 말에 맞장구를 쳐 준다. 마치 그녀와 그녀의 그가 만날 확률은 로또 일등에 당첨될 확률과 맞먹는 대단한 인연이라는 듯, 아침에 일어났더니 빌 브라이슨이 옆집으로 이사와서는 한국에서 살게 되었는데 아직 물정을 잘 모른다며 잘 부탁한다는 인사를 건네오기라도 했다는 듯. 그렇게 신비하고 놀라워하며 함께 기뻐해준다. 사랑은 원래가 좀 그런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