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나's 서울놀이 - 배두나의 일상, 그리고 서울여행
배두나 글.사진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사실 나는 서울이라는 도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일단 인구 밀도가 너무 높아서 사람이 사람에 대해 가지는 기본적인 애정을 말살하는 도시이다. 그곳에서는 사람과 마주치는 것이 반가움이나 유쾌함이 아닌. 단지 길을 복잡하게 하고 차가 막히게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거기다 도시와 어떤 조화도 이루지 못하는 건물들하며 (건물 지들끼리도 아무런 조화를 이루지 못함은 물론이다.) 조금씩 줄어가는 자연 환경이 숨막히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은 분명 매력적인 도시이다. 사람이 많은 만큼 그만큼의 다양성이 존재하고 문화적 컨덴츠도 풍부하다. 대한민국은 서울 공화국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모든것은 서울에 다 있다. 그건 말은 나면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한양으로 보내라는 오래전 얘기가 신기하게도 아직까지 잘 지켜지고 있는 드문 예이기도 하다.

서울은 나에게 있어 특별한 도시이다. 이십대의 한 부분을 그곳에서 보냈으며. 지금의 나와 어떻게든 연관을 맺고 있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살아가고 있는 도시이다. 그래서 참 희안하게도 나는 내가 살고 있는 도시가 아닌 서울로 자주 여행을 간다. 사람들은 휴가가 되면 도심에서 바깥으로 빠지지만 나는 오히려 밖에서 도심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서울은 나고 자란 도시라는 느낌이 아닌. 늘 여행지같은 느낌이다.

두나S 서울놀이는 배우 배두나가 부지런하게도 일년에 한번씩 냈던 놀이의 결정판이다. (런던놀이가 2006년. 도쿄놀이가 2007년이니 이 책 그 후로 딱 일년 후인 지금 나왔다.) 아마 별 이변이 없는 한 두나의 놀이 시리즈는 서울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 어쩌면 서울에서 터닝포인트를 찍고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는 뉴욕놀이가 나올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는 이 책이 놀이 시리즈의 마지막이자 결정판이라고 본다.

런던놀이와 도쿄놀이가 여행지에서 일상처럼 보내기였다면. 서울놀이는 오히려 그 반대선상에 있다. 일상지인 도시에서 여행하듯 관찰하며 돌아다니기. 그러면서도 곳곳에서 배우 배두나가 아닌 인간 배두나의 일상 내보이기. 물론 연예인들이 말하는 자신의 일상이란 미화된것일 확률이 높다. 솔직히 말해 보통 인간인 우리만 하더라도 싸이월드 같은 곳에서 진짜 자신의 일상이나 속내를 드러내는 일은 없으니까. 무릇 인간들은 비밀 일기를 쓰면서도 언젠가는 이 일기를 나 아닌 누군가 (혹은 쓰던때의 기억이 거의 희미해진 미래의 나) 를 독자로 염두해두며 쓴다고 하지 않는가. 그러므로 이 책에 나오는 배우 배두나의 일상이 진짜이냐 아니면 어느정도 포장된 것이냐라는 논쟁은 무의미한지도 모른다.

배두나가 보여주는 일상 중에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그녀가 운동 대신 집안 청소를 한다는 것이다. 갑갑한 휘트니스 센터에서 운동 기구로 운동을 하느니 설겆이를 하고 청소기를 밀면서 운동을 하는 것. 정말이지 집안일, 가사노동의 진정한 승화가 아닐 수 없다. 세상의 어느 배우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창을 열고 신나게 집안 청소를 하고 샤워를 한 다음 비로서 하루의 일과를 시작 할 것인가. 우리가 상상하는 여배우의 일상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간단히 세수를 하고 미용실에 달려가서 헤어케어와 스킨케어. 동시에 네일케어를 받는 귀족스런 삶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 누군가의 책을 보고 '어 나와 닮았잖아' 하는 공감이 살짝은 쑥쓰럽고 유치하지만 고백하건데 나 역시 마찬가지이다. 지독스럽게 운동을 싫어해서 내 평생 단 한번도 운동기구로 운동을 해 본적이 없다. 그럼에도 조금 마른편인 몸을 유지하는 이유는 오로지 집안일을 열심히 재미있게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 집이 인테리어샵처럼 근사하거나 반질 혹은 반짝대며 윤이 흐른단 소리는 아니다.) 내 지인중 한명은 니가 살이 찌지 않는 이유는 집구석에서 잠시도 가만히 있지를 않고 이것저것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배두나도 그런것 같다. 집에서 뭔가를 하며 노는것을 참 좋아하는 것 같다. 그래서 그녀의 일상은 참 바지런해보이면서도 친근하다.

알다시피 이 책은 사진집에 가깝다. 배두나는 사진을 취미로 가진 배우이다. 배우들이나 연예인 중에서 사진을 예술로 찍는 이들이 몇몇 있지만 대부분 남자인것을 감안하면 그녀의 존재는 우리나라 영화계에서와 마찬가지로 독보적이다. 거기다 그녀는 예쁘고 아름다운 사진. 많은 리터칭을 거쳐서 딱 여행지 엽서같은 느낌의 사진을 찍지 않는다. 오히려 그녀의 사진은 투박하고 무심해보이지만 가만히 드려다보면 인간에 대한 그리고 장소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사진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배두나의 사진이 내 스타일은 아니지만 (나는 촌스럽게도 심한 리터칭 끝에 딱 그림엽서 같은 사진을 좋아한다. 연예인이면서 사진을 찍는 이 중에서 꼽으라면 김진표의 사진이 가장 마음에 든다.) 그러나 배두나의 사진에 거부감은 없다. 너무 폼잡지도 힘을 주지도 않고 담담하게 찍어낸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피사체에 대한 강한 애정이 느껴져서 좋다. 사진을 찍기 위해 피사체를 바라보는 것이 아닌. 피사체가 너무 좋아서 사진기를 들이댈 수 밖에 라는 느낌이 난다.

나에게 있어 이 책은 약간 특별하다. 앙앙을 통해 나와 인연을 맺었던 훈희씨가 이 책에서 기획을 맡았기 때문이다. 사진 찍히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훈희씨라 이 책에서 훈희씨의 사진은 정말 작은 컷 하나가 들어있지만 배두나의 홈피에 가면 종종 훈희씨의 사진을 볼 수 있다. 내가 배우 배두나를 직접 만난적은 없지만 늘 훈희씨에게 그녀의 얘기를 듣다보니 (런던놀이 도쿄놀이에다 서울놀이까지 훈희씨가 다 기획을 했으니 늘 그녀의 얘기가 흘러나오는건 당연하다.) 마치 잘 아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그러니까 뭐랄까 친구의 미니홈피에서 자주 그 사진이 등장해서 나중에 길에서 마주쳤을때 모르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친숙하게 느껴지는. 그래서 일단 마주치기만 하면 쉽게 '아...' 하며 서로 얘기를 주고 받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책의 곳곳에서 훈희씨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던것도 이 책이 주는 기쁨 중 하나였다.

다시 책 얘기로 돌아가자. 이 책은 흔히 우리가 배우 배두나에게서 연상되는 발랄함 상큼함 그리고 약간의 엉뚱함으로만 가득 찬 책은 아니다. 의외로 이 책에서 우리는 고민하는 배두나. 약간은 어두운 배두나. 그리고 생각이 참 많은 배두나를 만날 수 있다. 일하지 않는 순간을 견디기 위해서 꽃꽂이도 하고 베이킹도 하고 사진도 찍고 공부한다는 그녀는 참 모범생같다. 어쩐지 학교 다녔을때 공부는 잘 하고 말썽을 피우지는 않지만 어딘지 모르게 조금은 반항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여학생이었을 것이라는 내 편견은 이 책을 통해 날아갔다. 물론 여기에 나오는 배두나의 일상들은 우리같은 평범한 소시민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그녀가 아무리 네추럴하게 혹은 거의 일반인과 다를 바 없는 일상을 즐기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녀에게는 이미 배우라는 또 또래의 평범한 직장인들에 비해서 제법 큰 돈을 버는 연예인이라는 타이틀을 안고 있으니까. 그래서 그녀의 일상을 보다가 보면 어느순간 우리의 일상이 약간은 구질하고 구차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건 어쩔 수 없다. 이미 배우이고 이미 탈렌트인 그녀에게 우리와 똑같은 일반인이기를 고집하는건 우리가 연예인인양 사는 것 만큼이나 웃긴 얘기이니까.

피부에 대한 솔직한 얘기가 참 재미있었다. 배두나의 엄마는 다들 알다시피 연극배우이다. 그런 엄마는 배우인 딸에게 늘 가꾸라고 얘기한다. (어찌나 우리 엄마와 반대인지. 우리 엄마는 내가 화장품과 피부과에 갖다 바치는 돈을 절대 이해하지 못한다. 어느 평범한 엄마인들 안그렇겠냐만) 그래서 그녀는 열심히 가꾼다고 말한다. 타고 났어요 라던가 로션 하나 발랐을 뿐인데 같은 말은 하지 않는다. 얼굴 뿐 아니라 바디 케어도 무척 꼼꼼하게 한다고 그녀는 말한다. 솔직히 바디케어에는 요즘들어 무신경을 넘어선 방치에 가까운 행동을 하고 있는 내게 맞아. 향기로운 입욕제도 촉촉한 바디 오일도 로션도 있었더랬지 하는 작은 깨우침을 주었다.

책에는 배두나가 예전에 살았던 동네에 대한 답사. 그리고 카페나 식당 같은 단골집들도 등장한다. 근데 참 재미있는 것이 배우 배두나가 갈 듯한. 그래서 당연해 보이는 근사한 카페와 레스토랑 단골집도 참 많지만. 인간 배두나가 갈 것 같은 평범. 혹은 약간 허름한 식당들도 그만큼 많다는 것이다. 반반씩 넣어야지 하고 작정을 한것은 아니겠지만 언뜻 내가 보기에는 비율이 딱 반반이었다.

자전거 여행을 좋아한다는 그녀를 사실은 가로수 길에서 스친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너무 평범한 옷에 화장끼도 전혀 없어서 (다들 맨얼굴이라 박박 우기는 투명메이크업까지도 하지 않은. 그때 비비크림을 바르고 눈썹도 약간은 칠했던 나보다 훨씬 더 맨얼굴이었다.) 처음에는 긴가민가 했었다. 더구나 자전거를 타고 와서는(여배우가 자전거를 타고 거리를 다닐꺼라는 상상은 쉽지 않겠지만) 내가 있는 곳에서 (모던밥상) 잠깐 멈췄다가 다시 가벼렸으니까. 그때의 나는 훈희씨를 기다리고 있었고 약속했던 모던밥상은 문을 닫아서 그 앞에 차를 세워도 되는지 마는지 우왕좌왕 하고 있었더랬다. 만약 그때 내가 '저어기 배두나씨 싸인 한장만' 이라고 했더라면 그녀는 불편했을까? 아니면 배우니까 당연한 일이라며 자전거를 타다 말고 느닷없이 싸인을 해 주었을까?

비교적 빨리 읽혔던 런던놀이 도쿄놀이와 달리 서울놀이는 찬찬히 들여다보게 된다. 그게 우리가 익히 알고있는 도시여서 그런지. 혹은 배우 배두나가 특별한 애정을 갖고 바라다본 도시여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 책은 좀 더 천천히 책장이 넘어간다. (지루하단 의미로 받아들인다면 난감) 그리고 가끔씩은 책장에서 읽을 책을 찾다가 더 이상 새롭게 읽을 책이 없는. 책이 배달되거나 사러 나가는 그 짧은 공백동안 다시 한번 꺼내서 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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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서울, 그 익숙한 공간에 대한 또 다른 해석
    from centris 2008-11-24 21:57 
    <두나’s 런던놀이>를 처음 보았을 때, 연예인이라는 대중성에 기대어 감각적 사진을 실은 책 한 권을 냈다는 정도의 인상이 지배적이었다. 첫 책이 나온 지 2년이 지난 지금, 배두나는 같은 컨셉의 세 번째 책을 냈다. 바로 <두나’s 서울놀이>. 세 번째 책은 보는 이들에게 낯선 이국땅이 아닌, 바로 대한민국 서울이라는 익숙한 공간을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한 번 더 책을 열어보게 한다. 하루 24시간, 서울에
 
 
BRINY 2008-11-24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두나 책 늘 살까말까하는데, 요건 사고 싶네요.

centris 2008-11-24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울'이라는 도시에 대한 근원모를 애틋함이 있는지라, '서울'이란 단어가 들어간 책을 보면 늘 구입을 하곤 했습니다. 배두나의 '놀이' 시리즈는 서점에 가서 보는 것으로 만족하곤 했는데, 이 책은 구입하고픈 생각이 듭니다.
 
디올 하이드라액션 딥 하이드레이션 에센스 - 30ml
디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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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우와 이 에센스 가격이 같은 라인의 젤 제품 (수분 젤) 과 똑같다니 앗싸 하며 샀었다. 그러나 배달된것을 보니 50ml가 아닌 30ml. 그러면 그렇지. 에센스가 젤이랑 가격이 같은게 말이되는가 하며 스스로 위안했지만 이왕이면 큰 용량도 함께 구매할 수 있도록 해놨으면 싶어 아쉬웠다. (알다시피 화장품은 한날 한시에 똑 하고 떨어져야 확 하고 저지르지 않는가 말이다. 한개씩 떨어지면 애간장만 녹는다.)

이 에센스 역시 디올 라인만 주구장창 써왔기에 나에게는 거의 제2의 피부같은 존재. 피부가 많이 당겨서 젤이나 보통의 수분 에센스 갖고는 해결이 안되겠다 싶으면 사용해볼만. 그러나 여름철에는 같은 라인에서 나오는 젤을 갖고 있다면 (리치함이 하나도 없는 묽은 에센스같은 느낌이라고 보면 된다.) 굳이 이 제품까지 사용할 필요는 없지만 가을 겨울에는 필수품.

수분에센스 중 가장 우리나라에서 제일 많이 팔리는 비오템 제품과 비교해본다면 이 제품이 좀 더 빨리 스며들고 유분기가 약간은 더 있는듯하다. 하지만 발랐을때 겉으로 도는 유분기가 아닌 피부속에서 느껴지는 유분기이므로 번들거림에대한 걱정은 접어도 좋다. 흔히 지성피부는 무조건 알콜이 들어가 소독되면서 쏴하니 유분기 하나도 없는 초극도의 산뜻한 제품만 쓰려고 하는데 그러면 안된다. 피부에 도는 기름기를 영양으로 착각하면 큰 오산. 차라리 기름 번들거리며 돌더라도 영양 공급을 제때 해 주어야 피부 노화를 방지한다. 따라서 이 제품은 지성. 건성. 중성 모두 만족시킬 만한 제품. 다만 악건성이라면 이 제품만으로 촉촉한 피부를 기대하긴 어려우므로 반드시 수분 크림. 그리고 그 이후 영양크림을 바를것을 권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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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올 캡춰 R-로션(링클 프리-트리트먼트 로션) - 200ml
디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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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


보통 스킨하면 아주 가벼운 액체로 된 것만 생각할텐데 이 스킨은 (이름은 로씨옹 이지만 분명 스킨이다.) 약간 덜 맑은 세럼 유액 정도의 묽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처음부터 이 스킨을 바로 바르기보다는 토너(화장솜에 뭍혀 피부를 닦아내듯 바르는 스킨)와 가벼운 스킨을 바르거나 아니면 미스트(뿌리는 형태로 되어있는 수분보충제.)를 뿌려주고 난 다음에 역시 가벼운 스킨을 바른 다음 단계로 사용하면 된다. 그러니까 맑은 스킨과 로션을 바르기 전의 중간단계에 바르면 좋다.

여름에는 로션을 대용으로 바르고 에센스 단계로 넘어가도 좋고 겨울에는 가벼운 스킨만 바르고 로션을 바르는 것 보다 중간단계에 이 스킨을 넣어주면 피부가 훨씬 덜 당기고 오래 촉촉해진다.

솔직히 말해 이 로션이 이름에 붙은 링클 프리를 얼마만큼 도와주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 스킨과 함께 캡춰R 시리즈의 에센스나 크림을 함께 지속적으로 사용한 결과 아직까지 얼굴에 잔주름은 거의 없는 편이다.

백화점에서 구입하면 스킨 치고는 약간 헉겁할 가격이지만 (하긴 더한 시슬리도 있다만은 그래도 스킨 치고는 고가라인에 속한다.) 알라딘의 가격 정도라면 보통 디올의 스킨 정도에 구입하는셈이라고 보면 될것이다.

하지만 20대 중반까지는 캡춰 R라인은 너무 리치하므로 20대 중.후반부터 쓰는게 좋다. 언제나 말하지만 우리나라 여자들은 고가라인의 화장품을. 필요한 시기보다 필요이상으로 앞당겨 사용한다. 물론 화장품 회사야 노나겠지만. 쩝. (특히 시슬리 같은건 완전 맛간 40대 피부용으로 개발된것들이다.바르면 확실히 좋기는 하지만 너무 일찍부터 이런걸 쓰다가는 정작 30대 후반이 되어서는 고가의 캐비어 크림따위를 안써주면 피부가 '너 화장품 발랐니?' 소리도 안할것이다.)

스킨으로써는 매우 만족스럽고 잔향도 거의 남지 않아서 좋다. 스킨케어는 향이 너무 강하면 자극적이므로 되도록이면 무향이나 거의 향이 없다시피하는 제품이 쵝오. 발랐을때 끈적임도 크게 없는 편이고 흡수도 빠르다. 단 심한 지성피부라면 겨울철 이외에는 로션 대용으로만 쓰는게 좋을듯. 피부 자극은 없다. 피부과에서 민감성피부라고 진단을 받은 나는 적어도 자극없이 사용하고 있다. (피부마다 다 상태가 다르므로 같은 민감성피부라 하더라도 다른이의 피부에는 장담할 수 없으나 중간 정도의 튼튼함을 가진 피부라면 사용해도 별 탈 없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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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8-11-24 0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흐 이 얼마만입니까 이런 가독성 높은 리뷰와 페이퍼!

플라시보 2008-11-25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쓰면서도 기쁜 일. 더구나 이렇게 Jude님이 기다려주셨다는걸 알게되면 더욱 기쁜 일^^

비로그인 2008-11-27 13:01   좋아요 0 | URL
전 언제나 좋아요~ 이렇게 자주자주 써주셔요~
 
괜찮다, 다 괜찮다 - 공지영이 당신에게 보내는 위로와 응원
공지영.지승호 지음 / 알마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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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포장한다. 그래서 어느 정도는 거짓말들을 하고 산다. 그게 비록 능동적으로 사실이 아닌것을 사실인것 처럼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그래서 그저 입 다물고 가만히 있어버리는 것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모두 거짓말쟁이들이다.

공지영에 대한 공격은 여기저기서 참 많았다. 그녀에게는 일기장 소설이라는 혹은 시대의 아픔을 간단히 팔아먹는 작가라는 불편한 이야기가 존재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그래서 인정해야만 하는 것은 그녀가 잘 팔리는 작가라는 것이다. 작가는 모름지기 작가의 세계에만 빠져 있으면 되느냐. 솔직히 말해 나 역시 그건 아니라고 본다. 아무도 읽지 않는 작가 팔리지 않는 작가는 차라리 말 그대로 자기 일기장에다 소설이나 에세이를 써대는 편이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이러저러한 공격에도 불구하고 공지영이 살아남은것은 순전히 그녀의 소설이 재미있고 대중적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작가로써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힘임에 틀림없다. 평단이 혹은 각종 문학상들이 알아주지 않았다해도 독자들은 그녀를 베스트셀러라는 이름으로 인정해주었다. 그것도 아주 여러번. 또는 책을 내는 족족 그랬다.

내가 공지영을 달리보게 된 것은 사형수를 다룬 이야기를 7년의 공백끝에 발표했을때 부터였다. 뭐 그 이전에는 안좋게 보았느냐하면 그런것은 아니고 다만 그냥 재미있는 소설을 쓰는 작가 정도로만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 소설을 읽고 나는 이 작가가 발로 뛰고 노력하는 작가라는 가산점을 추가해주었다.

하지만 즐거운 나의 집을 읽었을때는 매우 불편했다. 나 역시 엄마가 자신의 자서전을 내는 바람에 알리고싶지 않은 내 사생활 전체를 학우들에게 알려지게 된 경험이 있으므로. 어쩐지 자꾸만 공지영의 입장이 아닌 위녕과 제제. 둥빈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되었다. 그 아이들은 정말 좋을까? 엄마가 자신들의 사생활에 대해 모두 말해도 괜찮은걸까? 나는 그러지 않았으므로. 어쩌면 그 아이들도 조금쯤은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었다. (당시의 내 얘기를 하자면 엄마가 학비를 대어주고 있었으므로 엄마가 하는 일에 도저히 토를 달 상황이 아니었다.)

공지영의 이 인터뷰집은 즐거운 나의 집에 관한 얘기가 꽤나 많이 나온다. 아니 더 솔직히 말해서 그녀의 사생활 중에서 사람들 입에 끊임없이 오르내리는 이혼과 재혼과 성이 다른 아이들에 관한 얘기이다. 그녀들의 얘기를 읽으면서 나는 생각했다. 그래.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사생활이 알려지는 것에 대해 보통 사람들처럼 무서워하거나 비겁하게 숨지 않을수도 있다고. 그런 맥락으로 즐거운 나의 집과 공지영의 인터뷰집을 이해하자고.

알다시피 지승호는 우리나라 최고의 인터뷰어이다. 그가 낸 인터뷰 책들을 보고 있노라면 인터뷰란 자기가 전부 쓰지 않는다고 해서 결코 거저먹는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인터뷰 하는 사람이 그동안 매체에 발표했던 모든 것들을 다 읽고 습득해야 하며. 말 그대로 한 사람의 인생을 통째로 복습해야 하는 일이다. (물론 누군가가 가둬놓고 만두를 주지는 않겠지만. 또 자신의 인생이 아닌 남의 인생을 복습해야 하지만) 그래서 나는 그가 존경스럽다. 이렇게나 많은 노력을 들여서 인터뷰집을 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닐 것이다. 만약 나라면 이런 노력으로 차라리 내 책을 한권 내고 말지라는 생각에 나자빠졌을 것이다.

공지영과 지승호가 만들어낸 인터뷰집은 썩 훌륭하다. 물론 중간중간 같은 질문과 같은 대답이 반복되어서 약간 지루한감이 없지는 않지만. 과연 우리나라에서 어떤 남자가 공지영 작가에게 이다지도 편견 없이.(편견의 이유는 순전히 그녀의 글이아닌 사생활이다.)그리고 편안하게 인터뷰를 이끌어낼까 싶다.

우리가 잘 아는. 하지만 그 사람의 입으로 말하고 그 사람이 진짜로 행동하고 의도한것이 아닌 것을 가지고 우리는 얼마나 그 사람을 안다고 생각했던가. 하지만 지승호의 인터뷰는 녹취를 풀어낸 것이므로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으례 기자나 편집장에 의해 약간씩은 미화되고 수정되며 때로는 통째로 잘려 나가거나 없는 말들이 보태어지기도 하는 이 시대에. 이런 정직한 인터뷰집을 만난다는 것은 행운이다.

공지영에 대해 편견을 가졌건 그렇지 않았건 이 책을 읽다가 보면 공감하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나는 특히나 결혼한 여자들이 남편의 형제들에게 도련님 아가씨 하며 하녀의 말을 써야 한다는 것에 깊이 공감했다. (나 역시 그런 문제를 갖고 남편과 얘기한적이 있었으나 대안이 없었다. 아가씨와 도련님 이외의 단어가 아예 존재하지조차 않는다는 사실이 또 한번 절망스러웠다.)

많이 아파 본 사람은 아픈 사람을 달래줄 자격이 있다. 자기는 멀쩡하게 정말 잘 살면서 힘든 사람에게 용기를 내라던가 혹은 잘 될꺼라는 위로는 글쎄. 고맙기는 하지만 와닿지는 않는다. 하지만 공지영의 위로는 꽤나 와닿는다. 그녀 역시 누구보다도 아파 해 본 사람이기에. 물론 그 아픔의 종류가 다 똑같지는 않겠지만. 어떤 일에서건 깊이 아파본 사람은. 사람을 이해할 줄 안다는게 내 생각이다.

참 힘든 겨울이다. IMF가 다시 올지 모른다는 공포속에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어쩌면 이 겨울은 공지영에게 위로받고 싶은 사람이 참 많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녀의 이 책이 또 한번의 베스트셀러가 되길. 또한 책을 쓴 지승호 역시 이 책으로 또 한번 자신의 필모그라피를 넉넉하게 살찌우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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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sosh 2008-11-21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가부터 전 작가님의 리뷰를 읽는 재미로 알라딘에 기웃거립니다,.
오늘도 성공했네요 ^^ㅋ
어쩜 이렇게 똑부러지게 말씀을 잘 하시느지,,
아 그러니깐 작가님이지..한답니다~
네 춥네요..따스한 겨울 보내시구요..
 
당신의 조각들 - 타블로 소설집
타블로 지음 / 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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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를 쓴지가 한참 되었다. 물론 일주일에 한번은 직업상 마이크 앞에 앉아 내가 정한 두 권의 책에 대해 떠들기는 하지만. 그리고 그 떠듬을 위한 대본을 쓰기는 하지만 정작 책에 대한 리뷰를 쓴 기억은 한참전이다. 일로써 책의 리뷰를 쓴지도 오래되었지만 알라딘에 쓴 것도 꽤나 오래된듯 하다.

이렇게 장황하게 내가 그동안 얼마나 책 리뷰를 쓰지 않았는가를 설명하는 이유는 딱 하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꼭두새벽에 (적어도 나에게는) 잠 한숨 자지 않고 컴퓨터 앞에 앉아 책 리뷰를 쓰게 하는건 그만큼 타블로의 책이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작가가 너무 유명하거나 그가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인물일 경우. 각기 장단점이 있겠지만 특히나 단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독자들은 글을 읽으면서 어쩔 수 없이 그 인물을 떠올리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상력의 폭은 좁아진다. 주인공이 1인칭 작가 시점이건 전지적 작가 시점이건간에 그 주인공을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작가와 자꾸만 대입시키게 된다. 따라서 이 책의 저자 타블로도 마찬가지이다. 그는 작가이기 이전에 가수이며, 이 나라에서 가수라는 것은 더 이상 노래'만' 부르는 사람이 아닌 노래'도' 부르는 사람. 좋게 말해 만능 엔터테인먼트이고. 솔직히 말하자면 자신을 노출시킬 수 있는 한껏 노출 시켜야하는 연예인이다.

하지만 타블로는 솜씨있게 저 단점을 비껴나간다. 아니 오히려 그 단점이 장점으로 작용하는 기괴한 경험을 하게 한다. 단편속의 주인공들은 대게 남자인데 그 남자를 타블로라고 생각해버려도 별 문제가 없는 것이다. 대게는 그렇게 하면 글 읽기에 방해가 되거나 앞서 말했듯 상상의 폭이 좁아지는데 이 책을 읽는 동안에는 처음 몇 페이지만 빼놓고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타블로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여줬던 엉뚱함. 그리고 오랜 외국생활 덕에 약간은 어리버리해 보이는 (흔히 유학파 출신이 무지하게 똘똘하게 굴면 엄청 반감을 가지므로 타블로가 보여주는 어리버리함은 어쩌면 회의 끝에 내려진 설정인지도 모른다) 모습들을 이 책에서는 단 한 조각도 찾아볼 수 없다. 읽으면서 내내 이거 타블로가 쓴게 맞을까 싶을 정도로 착 가라앉아 있고 약간은 우울하다. (허나 팀 버튼의 우울함과는 또 다르다. 타블로의 우울함에 재기발랄은 없다.) 이 계절과 아주 꼭 맞아떨어지는 우울함 정도라고 표현해야 할 것 같다.

앞의 몇 단편은 솔직히 말해 아주 쏙 마음에 드는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쥐' 라는 단편에 이르렀을때 나는 결심했다. 오늘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간만에 리뷰라는 것도 한번 써봐야겠군 하고 말이다. 정말이지 단편 '쥐'는 아주 썩 마음에 들었다. (쏙과 썩중 어떤것이 우위냐고 묻는다면 나는 후자라 답하겠다.

책 소개하는 일을 하면서 나는 연예인이나 혹은 기타 등등의 직업군. 그러니까 전업 작가가 아닌 사람들의 책을 참 많이 소개했었다.(그래야 원고에 쓸 거리가 넘쳐흐른다. 저자 소개만 해도 몇 분은 후딱 지나간다.) 물론 소개하는 입장이니 '이것도 좋아요 저것도 좋아요' 라고 했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진짜로 좋았던 적은 거의 손에 꼽을 지경이었다. (지금 언뜻 생각나는건 김주하와 이적 정도?) 그리고 몇몇은 대필도 이정도면 예술이다 싶었고. 또 몇몇은 이런 후루꾸같은 대필은 대체 어디서 구했을까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단언컨데 타블로의 이 단편 소설집은 단연 상위권이다. 엄청나게 재미있으면서 심지어 대필까지 아니라니. 전업 작가도 아닌데 더 뭘 바라랴. 올해 워낙 소설을 적게 읽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 시점까지 읽은 소설 책 중에서는 올 한해 읽은 것 중제일 재미있었다.

타블로는 이 글을 영어로 썼다고 한다. (오...신기하기도 하여라. 영어로 말하거나 읽는게 아닌 영어로 글을 쓴다고? 그것도 소설을?) 그리고 이걸 다시 한글로 옮겼는데 덕분에 묘하게 번역서 같은 느낌이 난다. 어쩌면 그건 단지 그런 물리적 과정 때문이 아닌. 타블로의 실로 코스모폴리탄적인 성장과정 (앞에 소개글을 읽어보면 안다. 인도에 홍콩에 미국에..) 기인한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사랑해마지 않는 저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하는 이유도 바로 국적불명 (이건 결코 욕이 아니다. 나는 민족성이 너무 짙거나 지역색이 강한 소설은 별로 안땡긴다.) 스런 느낌 때문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우리 민족 중에서도 이런 성향을 가진 작가를 찾아냈다니 나로써는 '심봤다' 라고 할 밖에. 솔직히 타블로가 아니라면 (혹은 그렇게 코스모폴리탄적인 성장 배경이 없는) 우리나라 작가가 등장인물의 이름을 마크니 메이니 했을때 그 말을 입에 착 붙게 쓸 수 있는사람이 누구겠는가.

나는 타블로가 지금 자신의 인지도를 이용해서 예전의 습작들을 한데 엮어 낸 것에 의의를 두지 않기를 바란다. 실로 그의 필모그라피에 작가 라는 이름을 쓸 수 있도록 이 책 한권으로 끝낼것이 아닌 또 다른 소설을 쓰면 좋겠다. 물론 그러기에는 워낙에 바쁘긴 하지만. 뭐 그들의 시간 쪼개 쓰기야 내 알바 아니므로.

끝으로 이 책과 아무런 상관없는 얘기 하나. 세 살난 내 딸년은 에픽하이의 광팬이다. 태어나자 마자 에픽하이의 플라이에 맞춰 춤을 췄던 녀석은 이제 원 이라는 곡을 무척이나 사랑한다. (심지어 뽀로로 주제가보다 더 사랑하는데. 애들 안키우는 사람은 잘 모르겠지만 애들에게 뽀로로는 신이다.) 내 핸드폰에는 그녀가 에픽하이의 원에 맞춰 제법 나름의 안무라 부를 수 있는 무언가를 갖춘 춤사위를 찍은 동영상이 있다. 내가 좋아하니 (사실 나도 그 두 곡을 좋아한다. 그러니 딸년이 그걸 쉴 새 없이 들었겠지만) 저도 좋아하나 싶었는데 아니다. 다른 가수들의 곡들은 안무가 신기할 경우에만 약간 좋아한다. (이를테면 내가 미쳤어 하는거 아니면 저 지겨워 미칠 노바디) 거기다 놀랍게도 타블로가 노래를 하지 않고 그냥 TV에만 나와도 '원' 하고 외친다. 안다는거지. 원 부르는 아저씨란걸 말이지. 

아무튼 '당신의 조각들' 은 생각 이상으로 훌륭한 이야기꾼 타블로가 들려주는 아주 재밌는 열개의 단편이 들어있는 실한 책이다. 얇다는게 좀 불만인 이유는 가격대비 두께가 이게뭐냐 하는게 아닌 순전히 재미있는 이야기가 금방 끝날 것 같은 조바심에서 오는 불만이다.  12월달에 엄청나게 재미있는 소설책을 읽지 않는 한. 나는 이 책을 올해 읽은 가장 재미있는 단편소설 1위로 꼽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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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sosh 2008-11-21 1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볼까말까 망설이던 차에 단박에 해결해주시네요..주저말고 지릅니다~~~ㅋㅋ
돌아오셨군요^^ 역시 녹슬지 않은 평~~반가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