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다, 다 괜찮다 - 공지영이 당신에게 보내는 위로와 응원
공지영.지승호 지음 / 알마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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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포장한다. 그래서 어느 정도는 거짓말들을 하고 산다. 그게 비록 능동적으로 사실이 아닌것을 사실인것 처럼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그래서 그저 입 다물고 가만히 있어버리는 것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모두 거짓말쟁이들이다.

공지영에 대한 공격은 여기저기서 참 많았다. 그녀에게는 일기장 소설이라는 혹은 시대의 아픔을 간단히 팔아먹는 작가라는 불편한 이야기가 존재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그래서 인정해야만 하는 것은 그녀가 잘 팔리는 작가라는 것이다. 작가는 모름지기 작가의 세계에만 빠져 있으면 되느냐. 솔직히 말해 나 역시 그건 아니라고 본다. 아무도 읽지 않는 작가 팔리지 않는 작가는 차라리 말 그대로 자기 일기장에다 소설이나 에세이를 써대는 편이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이러저러한 공격에도 불구하고 공지영이 살아남은것은 순전히 그녀의 소설이 재미있고 대중적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작가로써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힘임에 틀림없다. 평단이 혹은 각종 문학상들이 알아주지 않았다해도 독자들은 그녀를 베스트셀러라는 이름으로 인정해주었다. 그것도 아주 여러번. 또는 책을 내는 족족 그랬다.

내가 공지영을 달리보게 된 것은 사형수를 다룬 이야기를 7년의 공백끝에 발표했을때 부터였다. 뭐 그 이전에는 안좋게 보았느냐하면 그런것은 아니고 다만 그냥 재미있는 소설을 쓰는 작가 정도로만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 소설을 읽고 나는 이 작가가 발로 뛰고 노력하는 작가라는 가산점을 추가해주었다.

하지만 즐거운 나의 집을 읽었을때는 매우 불편했다. 나 역시 엄마가 자신의 자서전을 내는 바람에 알리고싶지 않은 내 사생활 전체를 학우들에게 알려지게 된 경험이 있으므로. 어쩐지 자꾸만 공지영의 입장이 아닌 위녕과 제제. 둥빈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되었다. 그 아이들은 정말 좋을까? 엄마가 자신들의 사생활에 대해 모두 말해도 괜찮은걸까? 나는 그러지 않았으므로. 어쩌면 그 아이들도 조금쯤은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었다. (당시의 내 얘기를 하자면 엄마가 학비를 대어주고 있었으므로 엄마가 하는 일에 도저히 토를 달 상황이 아니었다.)

공지영의 이 인터뷰집은 즐거운 나의 집에 관한 얘기가 꽤나 많이 나온다. 아니 더 솔직히 말해서 그녀의 사생활 중에서 사람들 입에 끊임없이 오르내리는 이혼과 재혼과 성이 다른 아이들에 관한 얘기이다. 그녀들의 얘기를 읽으면서 나는 생각했다. 그래.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사생활이 알려지는 것에 대해 보통 사람들처럼 무서워하거나 비겁하게 숨지 않을수도 있다고. 그런 맥락으로 즐거운 나의 집과 공지영의 인터뷰집을 이해하자고.

알다시피 지승호는 우리나라 최고의 인터뷰어이다. 그가 낸 인터뷰 책들을 보고 있노라면 인터뷰란 자기가 전부 쓰지 않는다고 해서 결코 거저먹는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인터뷰 하는 사람이 그동안 매체에 발표했던 모든 것들을 다 읽고 습득해야 하며. 말 그대로 한 사람의 인생을 통째로 복습해야 하는 일이다. (물론 누군가가 가둬놓고 만두를 주지는 않겠지만. 또 자신의 인생이 아닌 남의 인생을 복습해야 하지만) 그래서 나는 그가 존경스럽다. 이렇게나 많은 노력을 들여서 인터뷰집을 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닐 것이다. 만약 나라면 이런 노력으로 차라리 내 책을 한권 내고 말지라는 생각에 나자빠졌을 것이다.

공지영과 지승호가 만들어낸 인터뷰집은 썩 훌륭하다. 물론 중간중간 같은 질문과 같은 대답이 반복되어서 약간 지루한감이 없지는 않지만. 과연 우리나라에서 어떤 남자가 공지영 작가에게 이다지도 편견 없이.(편견의 이유는 순전히 그녀의 글이아닌 사생활이다.)그리고 편안하게 인터뷰를 이끌어낼까 싶다.

우리가 잘 아는. 하지만 그 사람의 입으로 말하고 그 사람이 진짜로 행동하고 의도한것이 아닌 것을 가지고 우리는 얼마나 그 사람을 안다고 생각했던가. 하지만 지승호의 인터뷰는 녹취를 풀어낸 것이므로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으례 기자나 편집장에 의해 약간씩은 미화되고 수정되며 때로는 통째로 잘려 나가거나 없는 말들이 보태어지기도 하는 이 시대에. 이런 정직한 인터뷰집을 만난다는 것은 행운이다.

공지영에 대해 편견을 가졌건 그렇지 않았건 이 책을 읽다가 보면 공감하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나는 특히나 결혼한 여자들이 남편의 형제들에게 도련님 아가씨 하며 하녀의 말을 써야 한다는 것에 깊이 공감했다. (나 역시 그런 문제를 갖고 남편과 얘기한적이 있었으나 대안이 없었다. 아가씨와 도련님 이외의 단어가 아예 존재하지조차 않는다는 사실이 또 한번 절망스러웠다.)

많이 아파 본 사람은 아픈 사람을 달래줄 자격이 있다. 자기는 멀쩡하게 정말 잘 살면서 힘든 사람에게 용기를 내라던가 혹은 잘 될꺼라는 위로는 글쎄. 고맙기는 하지만 와닿지는 않는다. 하지만 공지영의 위로는 꽤나 와닿는다. 그녀 역시 누구보다도 아파 해 본 사람이기에. 물론 그 아픔의 종류가 다 똑같지는 않겠지만. 어떤 일에서건 깊이 아파본 사람은. 사람을 이해할 줄 안다는게 내 생각이다.

참 힘든 겨울이다. IMF가 다시 올지 모른다는 공포속에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어쩌면 이 겨울은 공지영에게 위로받고 싶은 사람이 참 많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녀의 이 책이 또 한번의 베스트셀러가 되길. 또한 책을 쓴 지승호 역시 이 책으로 또 한번 자신의 필모그라피를 넉넉하게 살찌우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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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sosh 2008-11-21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가부터 전 작가님의 리뷰를 읽는 재미로 알라딘에 기웃거립니다,.
오늘도 성공했네요 ^^ㅋ
어쩜 이렇게 똑부러지게 말씀을 잘 하시느지,,
아 그러니깐 작가님이지..한답니다~
네 춥네요..따스한 겨울 보내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