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기전에 먼저, 얼마 보지도 않은 (정확히 말하자면 채널 돌리다가 몇번 봤고 오늘은 작정하고 보고 있다.) 드라마에 대해 씹자니 내 마음도 편치 않다는걸 미리 밝혀두는 바이다.
요즘 SBS에서는 루루공주라는 드라를 한다. 오늘이 보자 수요일이니까 수목 드라마인가보다. 아주 대충 봤으므로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재벌가들의 사랑과 우정과 꿈과 희망과 기타 나발 뒷통수를 다루는 드라마 되시겠다.
여기서 정말로 지랄스런 캐릭터는 왼쪽의 김정은이 맡은 고희수라는 인물이다. 재벌가에서 사는 고희수는 작은 행동마저도 제약을 받는다. 내가 재벌가라고는 그 안에 사는 개도 한마리 모르므로 실제랑 얼마나 비슷한지 모르겠지만 고희수가 하는 모든건 정말이지 골때린다. 재벌가에서 아무리 가둬 길렀다고 하더라도 이미 성인인 고희수는 딱 10살 정도의 지능을 가지고 있다. 그녀는 스스로 생각할줄도 모르고 세상 일에 대해서도 아무것도 모른다. 그러니까 겁나 돈많은 집안의 공주인 것이다. 그런데 이 공주가 어느날 사랑을 하게 되었다. 상대남은 김정은이 영화에서도 호흡을 맞췄던 (가문의 영광이던가?) 정준호. 그런데 이 상대남이 끝내주는 바람둥이다. 하지만 김정은은 그를 너무도 사랑해서 바람둥이라는 사실을 전혀 게의치않고 사귄다. 하지만 일단 사귀기 시작하면서 부터 고희수는 이 바람둥이에게 집착하고 행여 그가 여자들에게 추파를 던질까봐 노심초사한다.
고희수라는 캐릭터가 너무 지랄스러워 그런지 몰라도 나는 이 드라마에서 그녀가 하고 나오는 악세사리 헤어스타일 옷 모두 촌스러워 미칠것 같다. 누가 코디를 했는지 몰라도 월급은 받는지 걱정이 될 지경. 물론 그녀는 재벌가의 손녀딸로 나오기 때문에 일단 그녀의 몸에 걸친 모든것은 명품이다. 하지만 내 눈에는 시장에서 사도 저런건 안고를텐데 싶은 것들 뿐이다. 그냥 비싼것만 막 걸치고 나온다고 해서 재벌가를 표현할 수 있다고 믿는건지 뭔지 모르겠지만. 그녀의 스타일은 차라리 불어라 봄바람에서 보여준 다방 여 종업원 스타일보다 훨 못하다.
보통 사람들은 재벌이 아니다. 더구나 재벌인 사람을 알지도 못한다. 이 드라마는 그런 평민들에게 재벌들의 생활을 알려주는 고마운 드라마이다. 그들이 얼마나 럭셔리하게 즐기는지를 말이다. 그런데 딱 거기까지면 용서를 하겠는데 왜 재벌가의 여자들을 하나같이 바보로 그리는걸까? 고희수의 경우는 너무 순진하다 못해 저거 어디 모자라는거 아냐? 싶을 정도이고 고희수의 새엄만가 뭔가인 금보라는 푼수떼기에 무식쟁이로 나온다. 물론 재벌이라고 해서 다 똑똑하리란 법은 없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멍청한 인물들은 다 여자에 집중되어 있는걸까? 고희수의 친구로 나오는 여자도 한심하기는 마찬가지다. 약간 머리 빈 공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오늘의 내용은 고희수가 남자친구에게 차이고 (꿈도 희망도 없다는 이유로) 난 다음 자신의 진정한 꿈을 찾아 나서는 내용이다. 참 웃기는 일이다. 몇십평생을 살아도 존재하는지 조차 알지 못했던 꿈을 바람둥이 남자 하나로 찾아내다니 정말이지 재주도 좋다.
나는 김정은이라는 배우를 싫어하지 않았다. 하지만 저번 드라마 그 뭐냐 박신양이랑 나온거. 거기서부터 확 질리기 시작했다. 저 여자가 연기랍시고 할줄 아는건 눈을 똥그랗게 뜨고 귀여운척 하는게 전부이다. 내가 알기로는 김정은이라는 배우가 그렇게 연기를 못하는 배우는 아니다. 하지만 이젠 아주 이쁜척과 귀여운척만 하기로 작정이라도 한듯 시종일관 이쁘고 귀여운척이다. 이젠 좀 자기 나이에 맞는 캐릭터를 찾아도 좋겠는데 어째서 김정은은 영원이 20대 초반의 철없고 깜찍한 여자역만 하려는 것일까? 물론 여배우가 극중에서 나이든 역을 맡는다는건 쉽지 않다. 하지만 김정은과 또 다른 드라마에 나오는 장서희는 지겹다. 왜 그녀들은 나이를 먹으려고 하지 않을까? 늙어가는건 숨길 수 없는 일이다. 아무리 보톡스를 맞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을 귀엽게 해도 안되는 일이다. 나이든 여자가 그 나이를 인정하지 않고 홀로 귀여운 척으로 무마하려는 것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안쓰럽게 만든다. 자연스럽게 나이를 먹어가면 참 좋을텐데 아직까지 여배우들은 그럴 생각들이 없어 보인다.
나는 정말이지 이 드라마의 기획 의도가 무엇인지를 모르겠다. 물론 모든 드라마가 기획 의도가 분명하고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확실해야 하는건 아니지만 그게 없다면 재미라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성 떨어지는 저 드라마는 재미도 참 더럽게 없다. 어쩌면 보통 여자들에게 늬들은 그래도 재벌가 여자들이 아니라 머리가 완전 비지는 않았으니 얼마나 행복하냐를 알려주려는 건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이 드라마는 성공했다.) 돈이 많으면 희망도 없고 하고픈 일도 없이 오직 사랑하는 왕자님을 만나 행복하게 사는게 꿈이라니 너무나 어설프다. 그들 중에서 그런 사람이 없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저 드라마에는 재벌가 여자이면서 한사람쯤은 남자의 힘이 아닌 자신의 힘으로 뭔가를 하려고 혹은 하고싶어 하는 여자 하나쯤 등장해도 되지 않았을까?
비싼 명품옷과 외제차. 그리고 멤버쉽 클럽만 들락거리는 출연진들만 보는건 정말 짜증스러운 일이다. 어쩌면 내가 가난하기 때문에 재벌이 아니라서 배가 아파 이러는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나 확실한건 나는 고희수만큼 바보가 될바에는 그냥 가난하면서 비교적 덜 바보인 내가 좋다. 아마 나 아닌 대부분의 여자들도 그럴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참 웃긴게 바람둥이로 나오는 정준호는 그래도 일 하나는 똑부러지게 한다. 여기 등장하는 남자들이 다 그렇다. 그런데 여자들은 아무도 일을 하지 않는다. 그저 신부수업이나 받고 왕자님이 자길 낚아주길 기다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