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다 마오 - 다큐멘터리 작가가 본 무대 뒤 아사다 마오
우츠노미야 나오코 지음, 이수미 옮김 / 멜론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몇 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피겨 스케이팅은 극소수의 매니아층만 즐기던 스포츠였습니다. 5년 동안 겨울마다 태릉선수촌 스케이트장에서 스케이트를 타던 저도 피겨 스케이팅은 신발이 스피드 스케이팅과 다르구나 하는 인식 정도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세계 정상급의 실력을 가진 김연아가 등장하면서 피겨 스케이팅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관심 받는 겨울 스포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가 되었습니다. 광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김연아 열풍은, 피겨 스케이팅에 전혀 관심 없는 사람들에게도 김연아라는 이름을 기억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김연아 못지않게 들리는 이름이 있었는데, 그 이름은 바로 아사다 마오였습니다.

피겨 스케이팅 선수로서 아사다 마오는 세계에서 주목받는 인재입니다. 피겨 스케이팅의 전통적 강국인 일본의 기대주이면서 각종 세계 선수권과 대회를 휩쓴 정상급 선수입니다. 축구에 메시와 호날두가 있듯이, 피겨 스케이팅엔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가 있다고 말해도 될 정도입니다. 이런 류의 책들이 으레 그렇듯이, 이 책은 아사다 마오의 선수로서의 삶과 동시에 한 사람으로서의 삶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크리스토퍼 히친스는 프레드 캐플런이 쓴《마크 트웨인 전기》를 비평하면서 전기 부문의 문학적인 측면을 다스리는 법칙 다섯 가지를 지적한 바 있는데, 히친스의 기준을 통해 이 책의 저자 우츠노미야 나오코의 글을 평가하자면, 평범한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히친스는 전기를 읽으면서 독자들이 전기의 주인공과 아는 사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고, 책을 통해 그를 알게 되는 것보다 더 가까운 사이가 되고 싶다는 욕망을 불러일으켜야 하며, 전기의 여러 요소들을 반드시 필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구분해서 흔해빠진 이야기들은 골라내고 주인공을 최고의 인간으로 만들어줄 찬란하고 영광스러운 순간들을 번쩍번쩍하게 표현해야 하고, 전기 작가는 문맥을 통해 주인공이 역사와 사회 속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확실하게 보여줘 그가 살았던 시대의 상황을 배경으로 그가 어떤 생애를 살았는지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하며, 주인공의 사적인 모습 또한 온갖 특이한 버릇까지도 전부 밝혀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일본이나 한국이나 마오와 연아를 라이벌 구도로 몰아가는 경향이 있잖아요. 그래서 한국 사람도 그런 식으로 보고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연기할 때는 자기 자신한테만 집중하니까 그리 신경 쓰이지는 않아요. 그저 실수하지 않도록 노력할 뿐이지요. 라이벌을 의식해서 도움이 되는 부분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물론 좋은 면이 있기는 해요. 상대를 생각하면 나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기분이 드니까요. 하지만 경기 때는 라이벌이 아무 소용 없어요. 상대를 생각한다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한테 집중하지 않는다는 뜻이니까요. - p.74

우츠노미야 나오코의《아사다 마오》는 불고기 등 한국음식을 좋아하는 아사다 마오, 김연아를 포함한 정상급 선수들과의 관계 속에서 노력하고 투쟁하는 아사다 마오, 한국 미디어와 일본 미디어, 한국 팬과 일본 팬 사이에서의 아사다 마오 등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마오는 단수가 아니라는 느낌을 잘 전해주고 있기는 하지만, 안타깝게도 너무 책의 분량이 적어 깊이있게 접해보려고 하면 끝내버리는 느낌을 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일본 빙상연맹의 체계화된 시스템을 통해서 발굴된 아사다 마오를 통해 한국 빙산연맹의 시스템 및 한국 스포츠의 모습을 돌아본다거나 하는 등의 책을 통해 얻는 지식에서 이어지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은 전적으로 독자의 몫으로 남겨졌습니다.

제가 아사다 마오의 이름을 처음 듣게 된 건 아이러니하게도 아사다 마오 금지령 때문이었습니다. 김연아의 팬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모인 모 피겨스케이팅 인터넷 커뮤니티를 알게 되었는데, 그곳은 오직 김연아와 관련된 긍정적인 글만 올릴 수 있었고, 다른 선수들의 긍정적인 평가는 피겨 스케이팅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금지된 곳이었습니다. 다른 선수들 중에서도 아사다 마오는 최고의 주적으로 간주되고 있었습니다. 극단적인 민족주의적 성향 표출은 오히려 아사다 마오에 대한 정보를 알고 싶다는 욕구를 만들게 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책은 그런 욕구를 만족시켜 주지는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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