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졸린 데 자긴 싫고
장혜현 지음 / 자화상 / 2017년 8월
평점 :
혼자 국내가 아닌 해외로 여행을 떠난 게 만 2년 전. 서른을 한참 넘기고서도 여전히 무슨
자아를 그렇게 찾아야했는지 늦은 '자아찾기'여행을 다녀왔다. 이전에는 가족 혹은 연인과 함께 다녔는데 생각해보니 홀로 떠났던 그 여행에서도 크게
외롭지는 않았던 것 같다. 연인이 있었고, 오래 머물렀던 게스트하우스에서도 좋은 사람들을 만나 진짜 '혼자'라고 느꼈던 시간은 이틀정도. 그래서
깊게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여행에 대해 그리고 사랑에 대해. 책<졸린데 자긴 싫고>를 읽는동안 그렇게 잊힌 여행에 대해, 혼자 떠났던 여행에 대해
생각했고, 사랑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
지금 나에게 중요한 건 이 모르는 길 위에서 헤매지 않고
숙소로 잘 돌아가는 것과
내일 돌아가는 날인 것을 기억하는 것, 118쪽
사실 개인적으로 결혼하지 않은 연인과 정말 좋을것이라 예상되는 여행지에 함께 가는 것을
권하지 않는다. 그치만 저자의 여행처럼 그 장소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이자 중요한 의미를 가진 곳이라면 피할수만은 없다. 다행인 것은 막상 여행을 떠나보면 추억에 사로잡혀 눈물바람 할 여유(?)가 없다.
저자처럼 날짜를 아예 잊어 놓친 적은 없지만 체크인 이후 공항에서 깊은 잠에 빠져 하마터면 비행기를 놓칠뻔 한 적이 있어서 그런지 출입국
전후로는 늘 긴장이 된다. 게다가 런던 한복판에서 휴대폰 전원이 아예 나가버려 미아가 될 뻔한 적도 있어 '숙소로 잘 돌아가는 것'이 내게는
그야말로 크게 다가왔다. 이렇게 적으면 여행가서 허둥지둥 거리는 에피소드가 많은 책이라 느껴질테지만 아쉽게도 혹은 안타깝게도 '여자'는 줄곧
눈물을 흘린다. 옛 사람과의 이별장면에서 헤어나오지 못해 투정버리는 것도 같고, 어느 부분에서는 도대체 왜이렇게 징징거리는걸까 싶어 짜증도
났다. 그야말로 진짜 내 친구가 이별하고 여행다녀와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기분이랄까. 그렇다보니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이번에는 '내 차례'라고
말하듯 나의 이별이야기, 여행이야기를 노트에 적을 수 있었다. 그동안 엉뚱하게 다른 곳에 화풀이하고 아닌 척했던 것들을 천천히 토해낼 수 있었던
셈이다.
그러니 상처받지 말자.
당최 사람이 사랑을 이해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200쪽
공감가는 말들이 참 많지만 위의 저 문장. '사람이 사랑을 이해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만큼 격하게 공감되는 건 또 없을 것 같다. 결국 혼자했던 사랑이고, 혼자 착각했던 사랑이라 잊는 것 역시 오롯이 혼자 해야만 하는게
사랑인 것 같다. 그나마 다행인 것이 그런 방황과 슬픔과 눈물흘림이 내게만 내려진 굴레가 아니라는 것이다. 다 아물었다고 느꼈던 헤어짐, 그저
좋았던 그래서 너무 쉽게 잊었던 여행추억을 되살려준 <졸린데 자긴 싫고>는 진짜 친구 같다. 뜨겁게 사랑도 해보고, 아프게 이별도
해보고, 담대하게 떠날 줄도 아닌 그런 친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