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순 햇살에 몸을 맡겨도

마음놓고 피어나지 못하거든.

숨막히고 목이 타고

그냥 주저앉아 버리고만 싶거든

남아버린 것이라곤

맨몸뿐이야. 아무것도 없어.

내눈이 보이는 것도

이제는 내가 보이는 것도 아니야

가슴도 어느 사이,

남의 가슴으로만 뛰는 거야

입도 잃었어

사람이 사람의 마을로도 갈 수 없대서야

호통을 치고

호르라기 소리 들려오면

더욱 겁나지 않는 얼굴들

저희끼리 모여,

마음을 쌓아두고 불을 지피는 때,

이 마지막 남은 칼,

이 부끄럽지 않은 몸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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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흐른다

사람들이 흐른다

하늘이 깊숙이 내려와

흘러가는 사람들의

가슴을 적시는 거리

오, 슬픔의 거리

아픔의 거리 꿈의 거리

혹은 손잡고 춤추는 거리

흘러가는 사람들의 눈물이

물고기처럼 퍼덕이는 거리

옛날은 잊혀져가도

넘치는 술잔 넘치는 사랑

무덤보다 더 깊은 고독

무덤보다 더 깊은 추억

무덤보다 더 깊은 거리

세월이 흐른다

노래만이 남는다

밤이면 불꺼진 밤마다

하느님도 몰래 찾아와서

사람처럼 울고 가는 거리

오,희망의 거리

이별의 거리 만남의 거리

꽃의 거리 신들의 거리

항구와 돛의 거리

눈을 감으면 파도 넘쳐

갈매기가 날으는 거리

세월이 흐른다

아이들이 태어난다

무심코 스치는 쓰레기통마저

사람으로 연인으로 보이는 거리

해와 달의 거리

노래여 꿈이여

하늘이라면 푸르른 하늘이여

흘러가는 사람들의

가슴을 적시는 거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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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체가 다 닳도록 헤매어도

못 만난 그리움

보일 듯 말 듯한

안개를 사르려고

지피는 모닥불

이 고개 넘고 저 고개 넘으면

갈길 가로막는 안개는 끝이 없어

목숨을 버려도

끝내 포기 못할

죽어서도 그리울 그리움이기에

아예 제 몸까지 불을 질러

불덩이로 찾아가는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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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2-17 14: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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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추억이 아픈 모양이다

손톱속으로 환한 구름이 보이고

길 모퉁이를 지키는 별이

낭하 긴 가슴을 눈여겨 쳐다본다

겨울이 오고 눈이 내리면

눈발들에게 방을 내줄

커다란 나뭇잎

추억의 음악이 떨리는 모양이다

2.

옛집 집 앞 옥수수밭에 바람이 덮치나

가슴이 실타래처럼 얽힌다

얽힌 실타래 속 물고기 한 마리

입 속에 환한 불이 켜져 있다

3.

새벽에 가을 나무를 보면

애정이 꽃피던 시절이 있었다

사랑이 다 바람 불어간 후

근심의 밑바닥을 바라보면

비로소 애정이 꽃피는

가지들이 너무 무거웠으므로 나는 너그럽지 못했다

4.

나는 오늘밤 마른 물고기를 타고

진흙벌에까지 가야한다

그곳에 두 눈 칭 칭 동여맨 나의 사랑이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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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2-17 14: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대는 이 나라 어디 언덕에

그리운 풀꽃으로 흔들리느냐

오늘은 네 곁으로 바람이 불고

빈마음 여기 홀로 술 한잔을 마신다

이 나라 어두움도 모두 마신다

나는 나는 이 깊은 겨울

한마리 벌레처럼 잠을 자면서

어느 봄날 은혜의 잠을 자면서

한마리 나비되는 꿈을 꾸면서

이 밤을 돌아앉아 촛불을 켠다

그대는 이 나라 어디 언덕에

그리운 풀꽃으로 흔들리느냐

오늘은 네 곁으로 바람이 불고

빈마음 여기 홀로 술을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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