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순 햇살에 몸을 맡겨도

마음놓고 피어나지 못하거든.

숨막히고 목이 타고

그냥 주저앉아 버리고만 싶거든

남아버린 것이라곤

맨몸뿐이야. 아무것도 없어.

내눈이 보이는 것도

이제는 내가 보이는 것도 아니야

가슴도 어느 사이,

남의 가슴으로만 뛰는 거야

입도 잃었어

사람이 사람의 마을로도 갈 수 없대서야

호통을 치고

호르라기 소리 들려오면

더욱 겁나지 않는 얼굴들

저희끼리 모여,

마음을 쌓아두고 불을 지피는 때,

이 마지막 남은 칼,

이 부끄럽지 않은 몸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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