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 혹독한 날들이 다가오고 있다

판결의 파기로 유예된 시간이

지평선에 나타나게 될 것이다

이제 곧 그대는 구두끈을 조여매고

개들을 늪지로 쫒아버려야 한다

물고기의 내장들은

바람을 맞아 차갑게 식어버렸으니

초라하게 루우핀의 빛이 타오르고 있다

그대의 시선이 안개 속에 흔적을 남기리니

판결의 파기로 유예된 시간이

 지평선에 나타나게 될 것이다

저 편에서 그대의 연인이 모래에 파묻혀 가라앉고 있다

모래는 그녀의 나부끼는 머리칼까지 솟아오르고,

모래는 그녀의 말을 가로막아

침묵하라고 명령한다

포옹을 모두 마친 후

기꺼이 이별을 감당하고 있음을 보고 있다

뒤돌아보지 마라

그대의 구두끈을 조여 매라

개들을 쫓아 보내라

물고기를 바다 속에 던져 버리라

루우핀의 빛을 꺼버려라!

더욱 혹독한 날들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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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어버려야만 한다

진정 잊어버려야만 한다

오고 가는 먼 길가에서

인사 없이 헤어진 지금은 누구던가

그 사람으로 잊어버려야만 한다

온 생명은 모두 흘러 가는 데 있고

흘러 가는 한 줄기 속에

나도 또 하나 작은

비둘기 가슴을 비벼대며 밀려 가야만 한다

눈을 감으면

나와 가까운 어느 자리에

싸리꽃이 마구 핀 잔디밭이 있어

잔디밭에 누워

마지막 하늘을 바라보는 내 그날이 온다

그날이 있어 나는 살고

그날을 위하여 바쳐 온 마지막 내 소리를 생각한다

그날이 오면

잊어버려야만 한다

오고 가는 먼 길가에서

인사 없이 헤어진 시밤은 누구던가

그 사람으로 잊어버려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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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4-06-10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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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는 건

자유를 조금씩

잃어가는 거다

어느 순간

스스로가 스스로를

가누지 못하게 될 때

몸 속 깊숙히

꽃가루는 번져

아니야, 아니라고

몸부림쳐봐도

더이상 자신은

자신의 소유가 아닌 것

사랑한다는 건

이 세상 단 한사람

 그 앞에

항복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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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6-09 14: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는 압니다.

당신이라는 거대한 촛불은

내가 다가가자마자 꺼질 준비가

되어 있다는 사실

그러나 오늘 당신을 만나

당신의 타오르는 불길에 젖고 싶은 마음

어느새 식어가는 당신의

젖은 몸 속에 뛰어듭니다.

나의 날개로부터 당신이 되고

나의 온몸이 당신이 되고

당신의 온몸이 나의

온몸이 되고

아 그러나

당신의 몸 속에는 이미

당신이 없습니다.

젖은 당신이 화산으로 타오르기 전

아니 당신을 만나기 전

당신은 이미

당신을 떠났던 거지요.

당신의 몸은

당신을 만났다는 환상일 뿐

색깔을 바꾸어

어둠으로 깔릴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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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그래.

어느 형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무슨 법에 걸리는 것도 아닌데

그게 잘 안돼.

그게 좀 그렇더라고

사람 자꾸 치사해지고

벌레같이 느껴질 때도 있고

그럴 필요까지 없는데

마음처럼 쉽지가 않아.

법에 걸리는 것도 아닌데

법보다 더 무서운

뭐 그딴 게 있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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