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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뭘까
가쿠타 미츠요 지음, 최선임 옮김 / 작품 / 2005년 6월
평점 :
절판
표지부터 굉장히 독특한 매력을 뽐내는 이 책을 손에 들고, 책을 읽어나가면서 드라마 한편을 보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밤에 졸음이 쏟아지는 데도 책을 계속 읽어대는 스스로의 모습에서 드라마를 전편 다운로드받아놓고 밤새 연이어 다음편을 보고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드라마를 보듯, 드라마속 데루코의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워하고 혼자서 괜히 '그러면 안돼!' 라던가 '아아~ 안타까워!'라는 추임새를 넣곤했다.
가쿠타 미츠요. 그녀의 책들중 <공중정원>이나 <인생베스트텐>의 경우, 도서관근로를 하면서 꽤 많이 보게되는 책이라 제목정도는 익히 알고 있었고, 언젠가 한번쯤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해왔지만 작가이름까지는 확실하게 각인시키기가 쉽지 않았는데, 이번 책을 계기로 '가쿠타 미츠요'란 (내게는 낯설어서 기억하기가)제법 어려운 이름을 기억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언제적 사진인지는 모르겠으나 우선은 작가의 사진이 너무 어려보여서 약간 놀란 마음으로 책을 펼쳤고, 읽으면서 내내 왠지 데루코가 작가처럼 작고 귀엽고 동글동글한 얼굴이 아닐까? 상상해보았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데루코'란 20대 후반 여성이다. 현재 설문조사기관에서 일하고 있는데, 그녀가 하루종일 하는 일이라고는 설문조사결과를 컴퓨터 모니터에 열심히 입력하는 일이다. 가령, 면도를 일주일에 몇번이나 하는가? 라는 따위의 도무지 이런 설문조사 결과가 어디에 쓰이는 지 의심스러운 그런 수많은 설문조사들을....
그런 그녀에게는 하나의 징크스가 있다. 신념이라고 해야 할까? 좋은 남자와 좋은 직업은 함께 갖을 수 없다는 말도 안되는 논리다. 그래서 그녀는 항상 좋은 남자를 만나게 되면 그 남자를 잃지 않도록 좋은 직업을 관두는 습성이 있다. (게다가 그녀가 생각하는 좋은 남자란 우리들이 흔히 생각하는 '좋은 남자'와는 굉장히 다르다. )
그녀는 어느날 친구 요코의 권유로 참석한 어느 파티에서 우연히 '마모'란 남자를 만난다. 키도작고 마른체형에 도무지 잘생겼다고는 볼 수 없으며, 굉장히 자기중심적인 이 남자 '마모'를, 데루코는 그만 사랑하게 되고 만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데루코는 이 남자를 향해 자기자신을 24시간 대기시킨다. 언제든 마모가 만나자고 하면 뛰어나가고, 마모가 먹고싶다는 음식은 아무리 밤늦은 시간이고 먼 곳에 있는 것이라도 사다주고, 조금이라도 마모가 만나자고 하면 일찍 만나기 위해 퇴근후에는 마모의 회사근처를 배회하기도 한다. 게다가 회사에서 근무시간중에도 마모의 연락은 꼭 받고 아무때고 출퇴근을 해대는 통에 그만 데루코는 회사에서도 짤리고 만다.
그러나 이 자기중심적인 남자 마모는 그런 데루코의 마음을 이용만 할 뿐, 정작 중요한 마음은 주지 않는다. 거기다 한 술 더 떠서 '스미레'란 연상의 다른 여자를 좋아하게 되고, 그 여자와의 관계진착을 위해 데루코를 이용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데루코는 언제나 그런 마모를 '좋다!'고 말한다. 정말 알 수 없는 데루코의 마음.
결국, 데루코는 마모와의 사랑을 위해 마모의 사랑을 받을 수는 없지만, 언제까지고 마모곁에 머무를 수 있는 위치를 선택하며 이야기가 끝난다.
과연, 데루코의 마모에 대한 마음을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어찌보면 약간은 집착같기도 한 그런 마음. 그러나 그 집착까지도 마모에 대한 사랑이겠지...!
흔히들 말하는 짝사랑. 나로써는 아직까지 그렇게 절실한 짝사랑은 한번도 해본적이 없어서 데루코의 마음을 100%이해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 책속 마모에 대한 데루코의 사랑이나 뭇 남성들에 대한 요코의 행동이나 그런 것들을 통해 무조건 양보만 하는 사랑은 오히려 사랑에 독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보면 데루코가 마모에게 조금만 양보를 덜 했더라면, 조금만 자기 주장을 똑부러지게 말하고 가끔은 다투기도 하고 그랬더라면 데루코가 오히려 마모에게 매력을 느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데루코 역시, 만일 마모가 그렇게 자기중심적인 성격이 아니었다면 좋아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데루코는 자기희생을 통해 사랑을 표현하게 되는 성격일지도... 여하튼 데루코에게도 정말 착한 멋진 남성이 나타나 데루코의 마음을 받아주었으면 좋겠다.
그나저나 참 어렵다. 정말이지 이 책의 제목처럼, 사랑은...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