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나의 잉글리쉬 보이
왕강 지음, 김양수 옮김 / 푸른숲 / 2006년 4월
평점 :
품절


  중국소설이 변화하고 있다. 역사적 사실을 바탕에 둔 소설이 많다는 점은 여전하지만, 예전처럼 딱딱하지 않다. 무척 발랄하고 재미나다. 게다가 이 책은 번역에 고심을 둔 흔적이 역력하다.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굉장히 재미나게 읽어댈 수 있었다. 

  1960년대, 중국에서도 변방에 위치한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우루무치'란 마을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주인공은 '류아이'란 소년으로 위구르어를 가르치는 어여쁜 ' 아지타이'선생님을 흠모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정책이 바뀌면서 학교에서는 위구르어대신 영어를 가르치기로 결정하고 이에 상하이에서 신지식인 '왕야쥔'선생님이 나타난다. 그는 늘 깔끔한 옷차림에 당시로서는 여자한테서도 드물던 향수냄새를 풍기고 다니며, 유창한 영어실력을 자랑하는 엘리트였다. 곧 류아이는 왕야쥔 선생님의 매력에 푹 빠져들고 둘은 스승과 제자사이를 넘어 진정한 친구가 된다.
  그러나 당시는 모택동의 공산당이 지배하던 시기였고, (쉽게 우리나라 박정희 정권을 떠올리면 될 듯) 거기에 '문화대혁명'이란 운동까지 몰아닥쳐 지식인들이 오히려 천시를 받고 지방으로 쫓겨나 노동을 하면서 사상개조를 받는다. 덕분에 류아이의 부모님도 명문 칭화대학을 나오고 소련으로 유학까지 다녀온 엘리트 였으나 우루무치란 시골마을에서 벽화나 그리는 신세로 전락하고 만다. 
  한편, 류아이의 집은 빌라같은 개념의 건물이었는데 1층에 류아이의 같은반 친구 '황쉬성'이란 여자아이가 살고 있다. 그녀의 아버지는 과거 국민당이었는데 자살을 해서 죽고 말고, 황쉬성은 이에 굉장히 낙담하지만 예나지금이나 여전히 류아이네 반에서 영어를 제일 잘하는 아이로, 왕야쥔 선생님의 사랑을 받는다.
  쓰레기리 - 황쉬성 - 왕야쥔 - 아지타이로 연결되는 복잡한 짝사랑과 그 와중에 정치적인 문제들이 끼여들어서, 왕야쥔은 모함을 당해 쫓겨나기도 하고, 쓰레기리는 황쉬성을 위해 살인을 하기도 한다. 
   공산당의 압박이 심해지면서 류아이네 학급도 공부 대신 노동에 동원되게 되는데, 이 때 황쉬성과 쓰레기리는 홍위병에 자원입대하여 노동에서 해방되고, 진짜 총을 들고 다니게 된다. 그러나 이 들은 아직 어린 소년, 소녀였을 뿐. 총을 들고 장난을 치다가 실수로 황쉬성이 쓰레기리를 죽이게 되고 결국 황쉬성은 감옥에 갇히고 만다.
   이 밖에 아지타이를 흠모한 류아이가 목욕탕에서 아지타이를 훔쳐보는 이야기. 결국 왕야쥔 선생님과 같이 갔다가 선생님은 발각되어 감옥에 갇히는 이야기 등등 무궁무진한 에피소드들이 재미를 더해주고, 단순한 재미뿐 아니라, 중국 현대사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을 갖게 만들어 준다.

   레포트를 쓰기 위해 읽은 소설이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정말 유쾌하게 재미나게 읽은 소설이다.
   결국 왕야쥔처럼 고향, 우루무치 마을의 영어선생님이 된 류아이. 그도 어릴적 자신같은 똘똘하고 착한 제자를 만나게 될까? 진정한 자유를 누리게 될까? 모쪼록 앞으로 그의 삶은 순탄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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