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가는 것

칠드런 ㅣ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6
이사카 코타로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5년 1월

이사카 고타로. 요즘 내가 주목하게 된 일본작가다. 나는 왠지 어떤 작가의 한 작품이 마음에 들면, 질릴때까지 그의 책을 모조리 읽어버리게 되곤 한다. 특히나 국내작가보다는 일본작가의 경우 그런 경향이 많이 나타나는데, 아무래도 책자체가 어려운 내용이 아니라 가볍게 빠른 시간에 읽을 수 있기 때문인 듯 하다.

친구의 추천으로 우연히 알게된 이사카 고타로의 <사신치바>란 책이 꽤나 재미나서, <칠드런>이란 이 책도 곧장 찾아서 읽어보았다. 예전에도 학교 도서관에서 많이 보고 지나쳤던 책인데, 파란색 표지가 인상깊어서 몇번이나 읽을까? 말까? 망설였지만 결국엔 아직 못 읽어보고 있던 터였다.

이번 책 역시 지난번 책처럼 연작소설이다. 즉, 각각 따로따로 읽어도 단편으로 구실을 하지만, 연달아 읽으면 주인공이라던가 사건이라던가가 묘하게 겹치는 내용이다. 나로서는 장편을 좋아하긴 하지만 연작소설도 나름의 매력이 있어서 참 좋아한다. 연작소설을 잘 쓰는 작가는 어찌보면 장편소설을 쓰는 작가보다 소설의 구도에 대해 더 고민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인상도 받곤 한다.

아무튼 이 책은 총 5편의 이야기가 나온다. 각각의 이야기에는 주인공과 사건이 모두 겹치는데, 특히 '진나이'라는 사내가 자주 겹쳐지고 중심인물로 나온다. 그러나 그 밖에도 등장인물들이 다 굉장히 독특하다. 진나이는 사고가 일반인보다 굉장히 독특하고 열려있으며 그러나 결코 나쁜쪽으로가 아니라 뭔가 밝고 긍정적이다. '나가세'는 태어날때부터 눈이 먼 시각장애인인데, 사고가 유연하고 두뇌회전이 빨라서 사건에 대한 추리력이 뛰어나고 으레히 시각장애인이 그렇듯 청각과 촉각등 다른 감각이 뛰어나다. 그 밖에 '나가세'의 여자친구인 '유코'와 안내견인 '베스', '진나이'의 청소년기 절친한 친구 '가모이'와 직장동료 '무토'가 나온다.

진나이와 가모이, 나가세가 처음 만나게 된 계기는 은행에서 였는데, 때마침 그 은행에 강도가 들고 이들은 인질로 잡혀있으면서 만났다. 그러나 이 책의 주요 이야기는 '진나이'의 직장인 법원의 청소년범죄코너(?)에 대한 이야기다. 진나이는 이곳에서 소위 비행청소년들을 상담하는 역할을 한다. <사신치바>라는 책에서 사신이 인간의 죽음여부를 결정했다면, 이번 책에서 주인공 '진나이'는 상담을 통해 청소년들을 그냥 돌려보낼것인지, 소년원에 보낼것인지를 결정한다.

그 안에서 상담을 통해 만나는 청소년들, 그리고 무토란 직장동료가 담당하는 이혼관련 민사재판이야기등이 교묘하게 얽혀있어서 한편의 소설집을 완성하는데 구성이 독특하면서도 묘하게 사람을 끄는 면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