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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우의 사물들
김선우 지음 / 눌와 / 200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김선우. 솔직히 처음에 이름을 듣고는 남자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왠걸! 작가프로필 사진을 보니, 퍽이나 곱게도 생긴 여성작가이다. 요새는 한겨레 신문에 칼럼도 연재하고 있지만, 얼마전까지는 전혀 모르는 작가였다. 이번학기에 학교에서 <문예창작론>이란 수업을 듣고 있는데, 그 수업시간에 이 책을 읽고 과제를 하는 것이 있어서 알게되었다.
재미있게도, 이 책은 학교 도서관에도 달랑 1~2권밖에 없는데, 그 수업을 듣는 학생은 무려 60여명이나 되어서 서울시내 모든 대형서점에서 이 책이 금방 동이 나 버렸다. 나도 굉장히 고생한 끝에 책을 손에 넣어, 간신히 과제를 마칠 수가 있었다.
그런데 단순히 과제로만 읽고 말기에 이 책은 좀 특별했다. 김선우라는 작가의 글 투에는 여태껏 다른 글에서 느껴보지 못한 독특한 느낌이 있었다. 사물을 사물이상으로 바라보고 있는 시선이 느껴졌달까? 물론 모든 작가들이 자신만의 독특한 글투와 느낌을 갖고 있지만, 그런 것들과도 미묘하게 다른, 아무튼 읽어본 자만이 느낄 수 있는 독특한 뭔가가 느껴졌다.
쓰레기통을 보면서 그냥 '쓰레기통'이상의 것을 느껴보지 못한 내게, 그녀는 쓰레기통은 낙관주의자라고 말한다. 모든 버려지는 것들을 '담는' 통이라는 이율배반을 지니고 태어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존재가 바로 쓰레기통이라나?! 그리하여 그녀는 쓰레기통에서 부정된 것들을 긍정하는 자의 힘을 느낀다고 말한다. 아~! 나는 여지껏 한번도 귀기울여 들어주지 못한 쓰레기통의 이야기를 그녀의 글을 통해 들었다. 그리고 새삼 내 책상 한켠에 있는 낙관주의자 쓰레기통을 고맙게 바라보았다.
그런식이다. 김선우의 글을 읽다보면, 사물들 하나, 하나가 들려주는 그들의 이야기가 들리고, 그들이 새삼 고맙고 위대하게 보인다. 그리하여 여지껏 쓰레기통을 그냥 쓰레기통으로, 의자를 그냥 의자로만 보아온 나의 시선이 부끄러워지고 미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