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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소설 읽는 노인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23
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정창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평점 :
제목만 보고는 은퇴한 노인이 연애소설에 빠져 무료한 시간을 떼우며 살아가다가, 실제로 연애소설 속 이야기처럼 달달한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웬걸, 이 책은 전혀 다른 내용이었다.
배경은 무려 밀림. 그 중에서도 오지중의 오지다. 도서실은커녕, 슈퍼 하나 찾아보기 힘든 마을. 그곳에 사는 한 노인이, 어느 날 우연히 자신이 글을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는 그 후, 글이라면 빠짐없이 읽어대는(!) 재미에 빠지는데, 우연히 연애소설을 접하면서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게 된다. 한자, 한자 정성스레 읽으면서 내용을 음미하는 그를 보면서, 책을 쓴 작가가 무척 기쁘겠구나 싶었고, 한편으로는 속독을 잘하는 스스로의 태도를 조금 반성하기도 했다. 정말 글을 쓰는 사람은 한자, 한자 정성들여 적었을 텐데, 읽는 우리는 너무 쉽게 읽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어서.
밀림에 사는 노인이 힘겹게 연애소설을 구해서 아주 열심히 읽었다, 로 끝나는 내용이면 좋겠으나 이 책은 전혀 뜻밖으로 자연에 대한 인간들의 횡포와 그에 맞선 동물들의 반격. 그리고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인간을 위협하는 성난 동물들과 대적하게 된 노인에 대한 이야기다.
개인적으로 동물원을 무척 좋아하는데, 동물원은 과연 누구를 위한 공간일까 싶어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가죽가방을 들 때마다 가죽의 원 주인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져야겠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이 책의 감상으로 적기에는 너무나 부족하게 느껴지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