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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비령 - 1997년 제42회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
이순원 외 지음 / 현대문학 / 1997년 2월
평점 :
품절
나는 요즈음 MBC 수목드라마 <궁>을 아주 즐겁게 시청하고 있다. 몇회였던가? 극중 황태자 이신이 황태자비 채경과 밤에 무슨 언덕 같은 곳에서 궁을 바라보면서 이런 말을 하는 장면이 있었다. "내가 얼마전에 읽은 책에서 본건데, 사람과 사람사이에도 별처럼 공전주기라는 게 있고, 인간의 공전주기는 2천 5백만년이래. 즉 너하고 나도 2천 5백만년 후에는 바로 지금처럼 다시 만나서 이곳에 앉아서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게 될거야. " 뭐 그런 류의 대사였다.
음 나로써는 극중 황태자 이신이 멋있기도 했지만, 유독 그 대사가 뇌리에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극중 황태자가 얼마전에 읽은 책이 무엇일지가 무척 궁금해졌다. 그 말은 이 드라마 작가가 언젠가 읽은 책속 구절을 인용했다는 말로 들렸고, 그 책이 읽고싶어진 것이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의외로 답은 쉽게 나왔다. 이순원의 <은비령>. 어쩜 제목도 이렇게 맘에 들던지-
당장 도서관에 가서 은비령이란 책을 빌렸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내가 읽은 책은 이순원 소설집중 문이당에서 나온 <말을 찾아서>란 책이었으나, 그중 <은비령>만 읽고 반납해버렸기에, 리뷰는 <은비령>이란 제목의 책에 올리는게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여튼, 은비령은 남녀간의 로맨틱한 사랑이야기이지 않을까? 라고 저 대사 하나만으로 제멋대로 유추해 버렸었는데, 그런 내용과는 거리가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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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고시공부를 하러 강원도 산골에 들어갔다가, 자신과 같이 공부를 하러 온 한 남자를 만난다. 둘은 공부를 하다가 결국 그중 한 명은 시험을 포기하고 작가가 되고, 나머지 한명은 행시로 전환하여 고위급 공무원이 된다. 세월이 흐른 뒤 두사람은 운전면허시험장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고, 작가가 된 남자는 공무원이 된 남자의 부인을 보며, <바람꽃>을 떠올린다. 그후, 작가가 된 남자는 우연히 공무원이 된 남자의 부인을 만나게 되는데, 그사이 교통사고로 친구는 죽고 없다. 그리고 남자와 여자는 서서히 서로를 마음에 품게 된다. 그러나 두 사람다 먼저 간 친구, 남편에 대한 미안함이랄까? 그런 감정으로 쉽게 다가가지 못하다가, 결국엔 2만 5천년 뒤에 다시 만날 약속을 한채 각자 자신의 길을 가게 된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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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엔딩이 아니란 사실이 아쉬웠지만, 그래서 소설이 더 애틋한 것도 같았고, 무엇보다 은비령, 바람꽃, 등 소설에 쓰인 단어들의 로맨틱함과 별을 보며 나누는 이야기가 퍽 맘에 들었다. 드라마 덕분에 모르고 지나칠 뻔했던 소설 한편 건졌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