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사람들, 혜원의 그림 밖으로 걸어나오다
강명관 지음 / 푸른역사 / 200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고등학교 시절 국사선생님은 굉장히 독특하신 분이셨다. 여자분이신데도 성격은 여느 남자선생님보다 더 괄괄하셨고, 말씀도 굉장히 거칠게 하셨다. 그러나 그 모든 것보다 인상깊었던 것은 뭐니뭐니해도 그전까지는 별로 안 좋아하던 국사시간을 좋아하게 만들었을만큼 우리나라 역사이야기를 감칠맛 나게 잘하셨기 때문이다. ^^

여튼, 그 선생님께서는 유독 혜원 신윤복의 그림을 좋아라 하셨다. 그래서 그 전까지는 교과서에 많이 나오는 김홍도의 이름만 외우고 다니던 우리들에게 신윤복의 그림을 각인시켜 주셨다.

음.. 암튼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로는 김홍도도 신윤복도 까맣게 잊고 지내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왠만큼 유명한 서양 작가들의 그림은 척 보면 누가 그린 것이고 제목은 뭔지 대충이나마 알고 있고, 비싼 돈주고 전시회도 여러차례 가 보았지만, 우리나라 작가들의 그림에는 좀 무심했었다. <간송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신윤복의 그림을 보러가려는 노력조차 해보지 않았고, 솔직히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야 비로소, 신윤복의 그림 중 내가 알았던 것은 3~4점에 지나지 않음을 알았다.

서양작가들에 관해 펴낸 미술책은 에세이형식등으로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은데, 정작 국내 미술작가들에 관한 책은 왜 그리 눈에 안 띄는 걸까? 내가 관심이 없어서 있는데도 못 찾아본건지, 아니면 정말 서양작가들에 대한 책만 많이 발간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내 주변 사람들만 돌아보아도, 서양 미술 작품에 대한 책은 읽어본 사람이 많지만, 국내작가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내가 이 책을 읽는 모습을 본 사람들의 반응도 대체가 "아니, 그런 책이 재밌어?"였다. 고흐나 샤갈, 클램프등의 미술인들의 책을 너도나도 사서 읽고, 베스트셀러에도 오르는 것과는 너무 대조적인 반응이었다.

그런데 나는 그 어떤 서양 미술 관련 서적을 읽을 때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정녕 재밌었다. 역사학자가 써서 미술관련 설명보다는 풍속에 관한 설명이 주류를 이루었지만 그만큼 그림을 뜯어보는 재미가 느껴졌다고나 할까? 원래 그림이란 어떤 물감을 썼고, 그런 이야기보다는 그 그림에 얽힌 뒷얘기가 더 재밌는 법이다. 하하.

덧- 교육상의 목적으로 자녀분들께 이 책을 권하실 경우에는 유의하세요. 적어도 고등학교 이상은 되어야 읽고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신윤복이 조선시대 성과 유흥문화에 대해 그림을 많이 그렸다는 것은 알고 계시죠? 저로써는 아직 어려서인지, '어머! 이런 그림도!'라고 놀란 그림이 몇점 있었거든요. 음.. 조선시대에는 성인잡지대신 그림을 그려서 돌려보았다고 하던데, 그런 류의 그림도 몇점 끼어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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