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정원
심윤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0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맙소사!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맙소사! 대체 어쩌자고 이렇게 재밌는 책을 난 이제서야 읽는 걸까? 하고 내내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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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윤경이라는 나에게는 아직 생소한 작가는 이력을 보아도 작가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서울대 분자생물학과를 나왔고, 동대학원까지 나왔다는 사람이 어쩌면 이리도 글을 감칠맛 나게 쓴 건지, 나로써는 정말 배가 아플 노릇이다. ^^

이 책에는 <동구>라는 한 소년이 나온다. 톰크루즈가 이 병에 걸렸다고 하여 널리 알려졌고, 몇해전 sbs에서 방영된 "별을 쏘다"란 드라마에서 조인성이 연기한 남자주인공도 바로 이 병에 걸려 있었다. 병명은 "난독증". 즉, 말 그대로 다른사람들에 비해서 "글"을 읽는 걸 힘들어 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톰크루즈는 난독증을 어떻게 치료했는지, 용케 막대한 양의 대본을 읽고 외워야 하는 배우가 되었지만, 소년 <동구>는 난독증을 이겨내기가 아주 힘들다.

집은 산동네 거의 꼭대기에 있고, 무역회사에 다니는 아버지는 항상 바쁘시고, 할머니는 항상 욕을 입에 달고 사시면서 초등학교 3학년이 되도록 글도 못 읽는 동구를 등신이며 바보라고 맨날 욕을 해대고, 할머니의 고된 시집살이와 가끔씩 아버지의 구타에 시달리는 엄마는 동구의 공부를 도와줄 여력이 없다. 그러던 어느날 동구는 "박영신 선생님"이란 담임선생님을 만나 매일같이 선생님과 나머지공부를 한 덕분에, (실은 그 공부 덕분이라기 보다는 선생님의 진심어린 관심과 사랑 덕분에~) 드디어 난독증을 조금씩 탈피하기 시작한다. 글을 읽고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동구가 처음으로 선생님이 동구부모님께 써주신 편지를 읽던 날 온 식구들은 얼싸안고 눈물바람을 하고, 다음날은 온 식구가 외식을 한다. ^^

한편, 동구에게는 아주아주 예쁘고 착하고 영특한 똘똘한, 그야말로 온갖 찬사가 아깝지 않을 아주 사랑스런 여동생이 있었다. 동구가 일곱살 되던 해에 태어나 나이터울이 나는 만큼 어릴때부터 동구가 업고 다니면서 아주 예뻐한 동생이다. 이름은 <영주>. 영주는 어찌나 똘똘한지 만 3돌이 되기도 전에 스스로 한글을 깨우쳐서 읽을 수 있게 되어 동네에서 천재요. 신동소리를 듣고, 부모님과 할머니의 사랑도 독차지 한다. 동구는 그런 동생이 그저 이쁘고 자랑스럽기만 하다.

또 하나 동구에게는 자랑거리가 있다. 그건 바로 동네 어귀에 있는 산동네의 유일한 삼층집의 정원이다. 동구에게는 정말이지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정원인데, 불행히도 삼층집의 대문은 번번히 잠겨 있어서 자주 들어가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운이 좋으면 가끔씩 살짝 열려있는 대문틈으로 들어가 동구는 자신만의 정원에 폭 빠져들 수가 있다.

박선생님. 엄마. 영주. 정원. 동구에게는 정말 소중한 사람들. 소중한 것들이었고, 때문에 영원히 동구의 곁에 있어줄 것만 같았지만, 불행히도 한사람씩 동구는 이별을 맞보게 된다. 어린 동구에게는 무척이나 힘들고 슬픈 일이었을텐데도 동구는 의젓하게 이겨낸다. 그리고 동구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다 보면, 언젠가 키가 이~만큼 자라나서 의젓한 청년이 되면 어느 길 모퉁이에서고 우연히 만날 수 있을거라는 희망을 가득 품은채 동구는 아름다운 정원과 잠시 작별인사를 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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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정말이지 너무나도 재미나서 나는 몇번이나 소리내어 깔깔거리고 웃어댔다. 정말이지 이렇게 재미난 책이 다 있구나~ 감탄에 감탄을 거듭해댔다.

그러나 이야기가 흘러갈수록 웃는 순간보다는 동구와 함께 마음 졸이고 안타까워하는 순간이 늘어만 갔다. 후에는 완전히 동구와 감정이입이 되어서 함께 동구의 할머니, 아빠를 미워하고 동구와 영주, 엄마를 동정하기도 했다. 어쩜, 저런 할머니가 다 있을까? 싶었다.

그러나, 소년 동구는 나보다 한참 어른이었다. 동구는 말미에 가서 그토록 밉고 또 미운 할머니마저 감싸안는다. 그런 의젓한 모습에 나도 모르게 동구에게 무척이나 부끄러워졌다.

정말이지 내게 많은 것을 가르쳐준 어른스럽고 의젓하고 훌륭한 소년. 동구. 올해가 가기전에 동구와 만나서 너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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