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 반양장본
마크 해던 지음, 유은영 옮김 / 문학수첩 리틀북 / 2004년 1월
평점 :
절판


 독특한 제목에 이끌려 이 책을 펼쳤는데, 각 단락을 나누는 장이 '2장'부터 시작하고 있었다. 순간 인쇄가 잘못되었나? 앞페이지가 뜯겨졌나? 고민했으나, 내용을 읽어보니 그런것 같지는 않았다. 조금더 읽다가 알게 된 사실인데 이 책 속 주인공 "크리스토퍼"는 자폐증에 걸린 소년이다. 그는 대부분의 자폐아들이 그렇듯 특정 분야에 굉장한 지능을 보유하고 있고, 크리스토퍼의 경우엔 수학과 과학, 천문학 분야에 굉장한 지능을 갖고 있었다. 그리하여 수학에 능한 크리스토퍼는 이 책의 장을 "소수"로 매기기로 결심한 것이다. (인쇄가 잘못 된것 같다고 그랬으면 망신당할 뻔했다. 하하. ;;)

자폐아이고, 수학에 능하다는 사실 때문일까? 책을 읽는 내내 <레인맨>이 떠올랐다.

이 책은 <액자식 구성>형태를 띄고 있다. 즉, 크리스토퍼에 대한 전지적 작가시점으로 쓰여진 진짜 소설이 한챕터 이어지고, 다음 챕터에는 크리스토퍼가 소설속에서 직접 쓰고 있는 소설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이 책의 주요 줄거리는 제목에서 보여지듯,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바로 개가 살해당한 사건-에 대한 이야기다. 크리스토퍼네 이웃집 개가 끔찍하게 죽어있는데 그걸 공교롭게도 제일먼저 발견한 사람은 크리스토퍼였고, 이에 크리스토퍼는 범인으로 오해를 받기에 이른다. 그 후 크리스토퍼는 왠지모를 호기심과 사명감으로 개를 죽인 범인을 찾아 나서게 되고... 그러면서 이야기는 생각지도 못했던 방향으로 툭.툭. 튀어 나간다.

나로써는 솔직히 3분의 1정도 읽을 때까지는... 아니 어쩌면 거의 절반가량을 읽을 때 까지도 과연 이 책이 끝까지 읽을만한 가치가 있을까?하고 고민했다. 아무리 자폐아라지만, 크리스토퍼의 행동에는 이해가 안되는 부분도 많았고, 아무리 개도 소중하다지만, 그까짓 개가 죽은 걸 갖고 너무 이야기가 길어지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점점 사건이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가는 걸 보면서 도저히 책을 그만 덮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책을 읽은 사람들이 들려준 '재미있다'는 이야기도 나를 자꾸만 옭아맸고 말이다. 큭!

결론은, 끝까지 책을 읽기를 참 잘했다고 생각한다는 거다.
자폐아. 정말이지 그들은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 그저 우리와 조금 다를 뿐이다. 사람이 많은 곳을 싫어하고 낯선장소를 두려워하고, 누군가 자신을 만지는 것을 싫어하고... 그런것들만 우리와 다른 뿐이다. 자폐아를 대하면서 주의를 해야 할것은 그들이 아니라 우리들이다. 우리들이 조금만 조심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크리스토퍼는 이 이야기속에서 크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람이 많은 곳을 싫어하고 낯선곳을 싫어하던 아이가, 개를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해 낯선이에게 다가가 먼저 말을 걸고, 나중에는 엄마를 찾아 혼자서 기차를 타고 런던까지 가기도 한다. 물론 일반일들보다는 훨씬 힘든 일이었고, 그 과정이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았지만, 결국 크리스토퍼는 해냈다. 마지막으로 크리스토퍼가 한 말처럼, 정말 앞으로 크리스토퍼는 훨씬 더 많은 일들을 해낼 것이다. 못할 일이 뭐가 있겠는가!

이 책을 읽고 나서, 스스로 장애를 극복해 나가는 크리스토퍼처럼, 우리들도 자신이 봉착한 난관과 시련을 스스로 극복해 나가는 힘을 얻었으면 한다. 못할게 뭐란 말인가! 크리스토퍼도 해냈는데..! 우리들은 크리스토퍼처럼 자폐증이란 병도 갖고 있지 않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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