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 폭풍이 지날 때 나를 찾아가는 징검다리 소설 4
캐런 헤스 지음, 부희령 옮김 / 생각과느낌 / 2005년 9월
평점 :
품절


 

책을 받아들고 표지를 보자마자 표지가득한 모래폭풍이 느껴져 목이 말라왔다. 우선 시원한 물한잔을 준비해두고 책을 펼쳤다. 이 책은 독특하게도 전체가 산문시형태를 띄고 있다. 그래서 내용을 이해하는데 어렵지나 않을런지 걱정했는데, 오히려 문맥들이 짧고 간단하게 쓰여져 있어서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


맨 처음 빌리조란 아이에 대한 묘사를 읽고 나서 왠지 모르게 ‘앤 셜리’가 생각났다. 처음엔 ‘둘 다 빨강머리에 그리 이쁘지 않은 얼굴에 키만 크고 말랐다’는 외형적인 모습만 닮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책을 다 덮고 나니, 자신이 처한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싸워서 현실을 이겨낸다는 사실이 닮았다는 것을 알았다.


이 책의 배경은 1930년대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미국의 대 공황기이다. 전쟁 중 유럽에 수출하기 위해 밀재배가 성행하였다가 기나긴 전쟁이 끝난 후 더 이상 유럽이 밀을 수입하지 않자, 미국의 밀재배 농민들은 큰 타격을 입는다. 빌리네 집도 그런 가정들 중 한 집이었다. 게다가 빌리가 살고 있는 곳은 원래도 그리 비옥한 땅이 아니었는데, 너무 사람들이 무분별하게 가축을 사육하고 밀을 재배하여 토양이 완전히 황폐해져 버렸다. 그래서 마치 사막처럼 하루에도 몇 번씩 모래폭풍이 불어온다.


모래폭풍속에서 빌리는 엄마, 아빠와 곧 태어날 동생을 기다리면서 가난하지만, 힘들지만 그래도 열심히 살아가고 있었다. 게다가 빌리에게는 엄마에게 물려받은 소중한 재능. 피아노를 잘 치는 재주가 있었고, 덕분에 제법 큰 행사장에도 불려다니면서 피아노를 친다. 그러나 빌리에게는 모래 폭풍보다 더 무서운 재앙이 닥친다. 화재사고로 엄마와 동생을 잃고, 본인은 손을 다쳐 피아노를 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아직 고작 열네살밖에 안먹은 빌리에게는 너무 가혹한 시련이었고, 결국 빌리는 이를 견디지 못하고 가출을 한다. 그러나.. 곧 빌리는 깨닫게 된다. 자신이 있어야 할곳은 바로 집임을, 그 모래폭풍 속임을...


아내를 잃은 슬픔에 빠져 허우적대던 아빠도 정신을 차리고 새 삶을 시작한다.


역사상 이 시기는 유명한 <뉴딜정책>으로 헤쳐나갔다고 배웠는데, 빌리와 아빠도 과연 그 뉴딜정책의 영향을 받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꿈을 포기 하지 않고 자신에게 닥친 고난에 당당히 맞써 싸웠던 빌리란 여자아이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자신이 처한 삶이 너무 힘겹게 느껴질때, 나만 불행한 것 같을때, 이 책을 펼쳐 빌리조를 만나보았으면 좋겠다. 빌리가 처한 현실을 보면, 그 안에서도 희망을 이야기 하는 빌리네 가족을 만나면 분명 잊고 있었던 희망을 다시 찾을 수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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