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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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국사시간을 떠올려보면, 항상 아쉬움이 남는다. 삼국시대부터 시작해서 공부하다보면, 항상 근대사는 후다닥. 수박겉핥기 식으로 넘어가기 일쑤였다. 아마 수능에서 근대사 문제는 몇 문제 안 되니까 그랬던 것 같다. 나는 과연 5.18에 대해 6월 항쟁에 대해 제대로 잘 알고 있는 걸까, 자신 있게 대답하기 어렵다.

나는 조정래의 <태백산맥>을 통해 빨치산을 배웠고, 황석영의 <오래된 정원>을 통해 군부독재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김연수의 이 책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이란 작품 속 주인공 는 어쩌면 아주 조금은 작가 황석영을 닮은 것도 같다. 나중에 작중 인물 가 쓴 글도 <오래된 정원>같은 작품이 아니었을까.

 

와 여자친구 정민은 대학 학생회에서 만난다. 이야기를 좋아하던 둘은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끝없이 이어지는 이야기 끝에 사랑에 빠진다. ‘정민은 어릴 적 유독 따랐던 삼촌의 자살에 얽힌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삼촌은 고교시절 서울에 갔다가 중앙전신국 수류탄 투척사건을 목격하게 되고, 놀라서 뛰어가다가 (사건 현장에서 황급히 도망가는 모습이 수상하다는 이유로) 경찰에게 붙잡혀 몽둥이찜질을 당한다.

 

 

 

 

 

 

참고: 196851일 경향신문 보도

 

그 시절의 신문을 찾아서 읽어보니, 사건의 주범은 남침한 간첩으로 소개 되어 있다. 간첩이라는 말이 얼마나 무서운 시대였는지. 간첩이라는 단어 뒤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숨어서 권력을 흔들었고, 또 그 단어 때문에 얼마나 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는지 지금의 나는 그저 짐작할 뿐. 그 시절에 태어나지 않아 다행이라고 말하기엔 우리나라의 근대사가 참 슬프고 안타깝다.

의 할아버지는 또 어떠한가. 그 옛날 간척사업을 꿈꿀 정도로 진보적이고 똑똑했던 할아버지는 사상이 의심된다는 이유로 잡혀가 모진 고문을 당한 뒤, 완전 다른 사람이 되어 버린다.

그런 할아버지와 삼촌을 둔 아이들이 자라서 대학에 들어가 서로의 이야기에 빠져든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후 는 북한에 들어가게 될 <준 특사(?)>-실제 북한에 들어가기로 되어있는 학생들이 실패할 경우, 북한에 가기 위해 선발된 사람. 선발대가 성공할 경우 한국으로 귀국할 예정-로 선발되어 독일에 가게 된다. 그리고 그 곳에서 어떤 비디오를 보게 된다. ‘이길용이라는 사람의 독백으로 이루어진 영상에는 한 남자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그 시절의 고문이란 참 지독한 것이어서 자신의 모든 것을 탈탈 털어내게 만들었는데, 인간이 어떻게 매 순간을 다 기억하면서 살 수 있겠는가. 그러니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은 창작해낼 수밖에 없었고, 그곳에서 그는 점점 무엇이 진짜 자신인지 모르게 되고 만다. 그렇게 송두리째 발가벗겨진 후, 그는 자신의 기억에 새로운 인물의 삶을 덧입혀, 완전히 다른 인물 강시우로 다시 태어난다.

 

훗날 주인공 는 어떻게 되었는지, 여자친구 정민이나 강시우는 어떻게 되었는지 소설은 알려주지 않는다. 어쩌면 이 소설이 명확한 끝을 그릴 수 없었던 이유는, 우리나라의 역사가 아직도 제자리를 맴돌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 시절엔 불의에 항거하는 젊은이들이라도 있었지만, 지금은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토론하고, 대화하는 젊은이들마저 없으니까.

 

만약 , ‘강시우가 지금 이 순간 어딘가 살아있다면, 그들이 지금 한국사회에 하고 싶은 이야기는 어떤 이야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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