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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만나다
조병준 지음 / 디자인하우스 / 1999년 12월
평점 :
절판
조병준.
그의 글을 읽다가 보니, 미안하게도 "류시화"란 작가가 떠올랐다.
내가 만일 "조병준"의 글을 먼저 읽었더라면,
"류시화"의 글을 읽으면서 "조병준"을 떠올렸을까?
그렇지만, 분명 그 두사람의 글은 무척이나 다르다.
두 사람의 공통점이 있다면,
길에서 좋은 사람들을 퍽 많이 만났다는 점.
떠나는 발걸음이 인도에 많이 머물러 있었다는 점.
그만큼 인도를 사랑하고 있다는 점이겠지...
류시화의 글을 읽고 인도를 좋아하게 된 나.
조병준의 글을 읽고 나서는 길에서 만나게 될 친구들을 벌써부터
그리워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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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어쩌면 나는
시작하기도 전에 겁부터 잔뜩 집어먹고 있었는가 보다.
정말. 그렇다.
<준>은 그런 나에게 이런 말을 들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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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은 나에게 속상인다. 괜히 낯선 음식 먹고 배탈이라도 나면 무슨 고생이야? 괜히 엉뚱한 짓거리 하다가 반신 불수라도 되면 어쩔려고? 까닥하다 못된 인간 만나서 신세 망치면 끝장이라구. 또 다른 너를 만나고 싶다고? 그래봐야 정신분열증이야. 너는 지금 있는 너 하나면 족한 거야. 도대체 또 다른 너를 만나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니? 지금 이대로가 좋아. 그렇게 속삭이면서 일상은 내가 만날 가능성이 있는 나를 흙으로 덮는다. 그래서 일상은 무덤이 된다.
떠나시라. 여유가 되면 비행기 표를 사고, 돈이 모자라면 기차표를 사고, 주머니가 비어 있으면 그냥 한 번도 타보지 않은 버스의 종점까지라도 가 보시라. 낯선 곳에 가면 낯선 내가 나에게 인사할 것이다.
"안녕! 뭐하다 이제 왔니? 내가 얼마나 오래 기다렸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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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나. 나도 만나보고 싶다.
어서 빨리 만나서 인사하고 싶다.
"늦어서 미안해~"라고...
그리고 또, 나보고 눈과 입으로 말한다고 말해주는 친구.
함께 밥을 먹자고 손짓하여 불러주는 친구.
언제든 잠잘곳을 내어주는 친구.
"내가 생각하는 나의 모습"과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나의 모습"과 "진정한 나"의 모습을 찾아주는 친구.
나도 어서 빨리 만나보고 싶다. :)
- 2003. 08.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