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
백영옥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 이 책을 발견했을 때는, 왠지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이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누군가에게 들키면 틀림없이, "실연당했나 보군!"이라고 생각할 것만 같아서.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목이 주는 강한 끌림에 과감히 출퇴근길 전철 안에서 책을 읽어댔다. 누가 보던, 말던, 어찌 생각하건 말건, 그런 시선에 신경쓰기엔 책이 너무 흥미로웠으므로.

 

이 책을 다 읽고 나자 프랑스와즈 사강의 <슬픔이여 안녕>과 <브람스를 좋아하세요>가 당장 읽고 싶어졌고, <500일의 섬머>를 다시 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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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을 용서하는 일은 나 자신을 용서하는 일보다 쉬운 게 아닐까. 타인을 용서하면 거룩한 자비가 되겠지만, 나 자신을 쉽게 용서해버리고 나면 그건 싸구려 자기변명이나 자기 위안밖에 되지 않는 건 아닐까."(p.381)

 

어쩌면 나도 소설 속 사강처럼, 나 자신을 용서하지 못해서 버거웠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제는 나 사진을 용서해주기로 한다. 슬픔이여, 안녕!(헤어질 때 인사가 아니고 만날때 하는 인사)

 

 

 

 

 

 

"힘들어도 웃어라. 그래야 좋은 일이 생긴다. 슬퍼도, 싫어도 좋은 말만 해라. 그래야 그 말길을 따라 좋은 일들이 걸어들어오는 거니까."(p.177)

필름 넣는 법을 모르는 사람에게 필름 카메라는 골치 아픈 기계다. 하지만 쓸모 있다는 것의 정의가 사람마다 같을 순 없다.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쓸모만큼만 인정받다가, 쓸모가 사라지면 즉각 폐기되는 삶이 자본주의에서 말하는 경쟁이라면 그것의 반대편엔 또 다른 세계도 있는 거 아닐까. 세상엔 쓰임새가 애매해서 그저 간직할 수밖에 없는 물건도 있다.(p.188-189)

인간이 외로운 건 일평생 자신의 뒷모습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의 외로움은 바로 그것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라고.(p.242)

가장 소중한 사진들은 그곳을 우연히 지나가던 낯선 사람의 선의에 의해 찍힌다. 귀찮다고 생각하지 않고 누군가에게 소중한 추억을 남겨주며 자신의 시간을 함께 나누며 영원한 역사의 증인이 되는 것이다. (p.261)

밤이면 편안히 침대에 기대어 앉아,두꺼운 소설을 조금씩 읽어 내려갈 수 있는 여유 있는 삶이라면, 그건 어떤 식으로든 성공한 삶이 아닐까.(p.276)

언젠가는 젊은이들이 온라인에 남김 과거 행적들을 떨쳐내려고 자기 이름을 바꿔야 할지도 모른다. -구글 ceo 에릭 슈미트
(p.337)

"연애는 질문이고, 누군가의 일상을 캐묻는 일이고, 취향과 가치관을 집요하게 나누는 일이에요. (중략)
누군가를 이해하기 위해서 죽도록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 우연히 벌어지는 환상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철저한 노동을 필요로 하는 일, 그게 제가 알고 있는 연애예요."(p.377)

세상에 수많은 다른 언어가 존재하고, 번역이 필요한 수많은 사랑과 이별의 언어가 있듯, 우리는 누군가 나 아닌 타인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기약 없는 사랑에 빠지고, 출구 없는 사랑에 넘어지고, 후회하고, 절망하고, 다시 또 사랑에 빠지는 것은 인간이란 너무 허약한 존재이기 때문에. (p.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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