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함을 드세요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스포일러 있음!

 

<달팽이 식당>에 이어 오가와 이토의 책을 연달아 읽었다. 그것도 같은날. 확실히 둘다 가벼운 내용이라 쉽게 읽힌다.

 

1. 할머니의 빙수

양로원에 입원한 뒤로 할머니는 거의 음식을 입에 대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날 할머니가 치매에 걸리기 전 후지산 모양이라며 좋아했던 빙수를 먹고 싶어한다는 걸 눈치챈 마유는 제법 먼 거리를 자전거로 힘차게 달려가 빙수를 사갖고 돌아온다. 조금 녹긴 했지만, 빙수를 먹으며 행복해하는 마유와 마유의 엄마. 빙수가 나오지만, 읽을 수록 참 따뜻해지는 이야기였다.

 

2. 아버지의 삼겹살 덮밥

한 커플이 식당에 들어간다. 남자쪽의 오랜 단골집. 굉장한 미식가인 남자의 아버지의 단골집이다. 외관은 초라하지만, 맛은 일품인 집. 그곳에서 남자가 시킨 요리를 여자는 맛있다며, 싹싹 비우고, 남자는 여자에게 프로포즈를 한다.

"아버지의 유언이야. 아내를 선택할 때는 이 가게의 맛을 아는 사람을 선택하라고 했거든."

(p.43~44)

수줍고, 예쁜 커플의 이야기.

 

3. 안녕, 송이버섯

올해 40살 생일은 앞둔 고토는, 십년이나 사귄 남자친구 야마모토와 헤어지기로 한 상태다. 야마모토에게 다른 여자가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기 때문. 그러나 헤어지기로 하기 전, 송이버섯 요리를 잘하는 소박한 온천여관으로 여행을 가기로 했었던 계획을 취소하지 못해서, 마지막으로 생일맞이 여행을 함께 하게 된다. 결국 두 사람은 각자 길을 가면서 이야기가 끝나지만, 왠지 마지막 장면이 맘에 남아, 어쩌면 둘은 다시 만났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꼭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4. 코짱의 된장국

어린 나이에 유방암으로 세상을 떠난 엄마. 엄마는 유치원에 다니는 어린 딸에게 밥하는 법과, 된장국 끓이는 법을 무섭게 가르치고 세상을 떠난다. 세월이 흘러, 딸은 시집을 가게 되고, 시집가는 날 아침, 마지막으로 아빠와의 식사를 준비하며, 엄마가 알려준 된장국을 끓인다. 엄마의 공백은 슬프지만, 아빠와 딸의 담담하면서 따뜻한 대화가 공기를 슬프지만은 않게 메워주었다.

 

5. 그리운 하트콜로릿

처음 읽으면서 조금은 예상했었다. 뭔가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구나, 하고.

나는 기념일을 맞아 남편과 함께 패밀리레스토랑에 가서 이런 저런 음식을 시킨다. 그러나 종업원의 반응이 영 마뜩찮고, 주변 사람들의 시선도 영 신경쓰인다. 나이들면, 부부끼리 이런 곳도 못 오나. 잔뜩 불만이지만 꾹 참고 남편만 신경쓰는 나. 그런데 그 순간 나타난 왠 여자. 나를 자꾸 어머님이라고 부르며, 소리지르다 결국엔 울고 만다.

 

6. 폴크의 만찬

나는 아직도 잘 이해가 안된다.

 

7. 때 아닌 계절의 기리탄포

아빠가 죽고 난뒤, 49제때 엄마와 딸이 생전에 아빠가 좋아했던 요리를 함께 준비하는 이야기.

처음, 기리탄포에서 걸레맛이 난다고 딸이 느낄때는, 엄마가 슬픔으로 미각을 상실했나 싶어 심장이 덜컥거렸는데, 이상한 차를 간장으로 착각하고 잘못 넣어서란 사실에 어찌나 안도했는지 모른다. 우리 엄마도 나이가 들면서 점점 간을 잘 못 맞추시는데, 언젠가 엄마가 간을 아예 못 보게 되면 나는 너무 슬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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