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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 플레이스 - 내 영혼이 머무는 자리 ㅣ 소울 시리즈 Soul Series 3
한창훈 외 지음, 양진아 그림 / 청어람미디어 / 2013년 8월
평점 :
품절
해마다 가을이면 나의 시간은 자라섬에 멈춰있다. 올해까지 여섯번의 가을을 자라섬에서 보냈고, 매해 조금씩 더 행복했다. 아마 내년에도 후년에도, 특별한 큰일이 생기지 않는한 나는 아마 자라섬에 있을 것이다. 나를 항상 기다려주는 시간과 장소가 있다는 건 참 고마운 일이다. 한해를 살아갈 힘을 얻게 되니까.
2012년 가을, 자라섬에 함께 했던 친구가 이 책을 읽고 있었다. 그때 친구가 나에게도 꼭 읽어보라고 말해서 꼭 그러마 약속을 했었다. 그런데 집근처 도서관에서 내가 빌려본 같은 제목의 책은, 제목만 같은 책이었다. 저자도 출판사도 전혀 다른 책. 도서관에는 이 책은 없었던 것이다. 그 후로 읽어야지, 읽어야지 벼르다가 무려 2년이 훌쩍 지난 올 가을의 끝자락 드디어 이 책을 손에 넣었다.
2년 전 가을 친구가 책 읽는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었는데, 똑같은 페이지를 읽으면서 나도 지금 이 페이지 읽고 있어 라고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2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우리는 같은 책을 읽으며 같은 시간, 같은 느낌을 공유할 수 있었다.
소울플레이스. 부제처럼 이 책은 "내 영혼이 머무는 자리"에 대한 짧막한 글들의 모음집이다. 이충걸, 손미나, 백영옥 처럼 기존에 알던 작가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나는 잘 모르는 이들이었다. 그런데 다들 책을 몇 권씩이나 낸 사람들이라 나의 무지함에 다시금 고개를 떨구기도 했다.
책을 덮고 내가 제일 먼저 가보고 싶다고 생각한 장소는, 그 어떤 소울플레이스도 아닌, 김성종 작가가 부산 달맞이 고개에 세웠다는 '추리문학관'이었다. 워낙 겁이 많아 추리소설은 잘 안 읽는 편이지만 그곳만은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에 가서 바닷가가 바라다보이는 창가 자리에 앉아 생각해보려 한다. 나의 소울플레이스는 과연 어디인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