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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제주 가서 살까요
김현지 지음 / 달 / 2014년 10월
평점 :
시립 도서관의 희망도서신청 서비스를 좋아한다. 훗날 도서관에서 그 책을 스쳐지나갈때, "이 책은 내가 신청해서 여기 꽂힌거야" 라거나 "이 책, 제일 먼저 내 손을 거쳐갔지"라고 혼자 속으로 생각하며 왠지 기뻐하는 걸 좋아한다. 비록,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해도.
그래서 가끔 새책을 검색해서, 도서관에 부지런히 신청을 한다. 그럼에도 가끔 "이 책은 이미 다른 사용자가 신청하였습니다"라는 구매불가 통지 메일을 받고, '이런 부지런한 사람들 같으니'라고 안타까워 하기도 하지만.
이 책은 다행히도 나보다 부지런한 이가 없어서 내가 제일 먼저 빌려보게 되었다.
처음에 제일 인상깊었던 건, 정말이지 단촐한 저자 소개. 언제부터인가 저자소개가 굉장히 길어져 버렸다. 나는 저자 소개를 꼼꼼히 읽는 편이라 그도 나쁘지는 않았다. 아, 이 책을 쓴 사람은 이런 사람이구나 하고 조금은 알 수 있게 되니까. (물론, 그 몇 줄의 소개로 저자에 대해 어찌 감히 다 알 수 있겠냐만.)
이 책의 저자 소개에서 내가 얻은 정보는 나이와 이름 뿐. 그리고 전작에 대한 소개뿐. 과연 뭐하는 사람인지. 본문을 읽으면서 '직장인'이고 '30대 중후반' 정도, 아직 미혼이겠구나 짐작했을 뿐.
그런데 그럼에도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그에 대해 많이 알게 된 기분이다. 이 책을 통해 그녀가 반스 운동화를 좋아하고(나도 운동화를 좋아하는데!), 올림푸스 카메라를 사용하며(나도 어쩌다 보니 십년넘게 올림푸스만 쓰고 있는데), 페퍼톤스와 생각의여름 음악을 즐겨 들으며(생각의여름은 이번에 처음 들어보았다), 제주도에 훌쩍 떠나길 좋아하고, 혼자하는 여행을 즐기며, 맥주를 좋아한다는 소소한 정보를 알게 되었으니까.
책에서 음악에 대한 소개가 나올때마다 나는 신나라하며, 그 음악을 부지런히 다운받아 들어보았다. 100% 다 내 귀에도 좋았던 건 아니지만, 지금 내 아이폰 속 음악의 대부분은 그녀가 제주에서 들었던 음악들이다. 같은 음악을 들으며 그녀와 함께 나도 제주도를 걷고 또 걸었다. 내가 가보았던 장소는 그 때 그 순간의 나의 느낌이 떠올라 더욱 공감하며 읽었고, 아직 못 가본 장소는 열심히 마음에 새겨두었다. 다음에 꼭 가봐야지, 하면서
이 책을 읽고 나니 제주도에 대한 친절한 안내서를 읽었을 때보다 더 가보고 싶은 장소가 많아졌고, 훌쩍 제주로 떠나고 싶어졌다.
스스로에게 괜찮다고 말해주는 건 몹시 필요한 일이다. 어쩌면 인생에서 제일 필요한 일일지도 모른다. p.44
나는 내가 늙은 뒤 이 순간의 나를 얼마나 부러워할지 생각하며 벌써부터 질투로 가슴이 아려오는 것을 느꼈다 p.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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