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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을 쫓는 아이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이미선 옮김 / 열림원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좋아했던 책은, 이 표지가 아니었다.
어떤 담장에 남자아이가 고개를 살포시 내밀고 뭔가를 훔쳐보고 있는 뒷모습이 그려진, 내 기억이 맞다면 붉은빛의 표지였다. 지금의 파란색 표지와는 완전 다른. 아니지, 뒷모습이란 것만은 똑같군.
대학교에서 도서관 근로를 했던 나는 신간도서가 들어오면 제일 먼저 등록번호를 붙이거나, 책장에 꽂는 등의 활동으로 책을 만져볼 수 있었다. 그때마다 관심이 가는 책은 찜해두었다가 냉큼 빌려서 읽어보곤 했었는데, 이 책도 왠지 처음부터 마음이 가서 꼭 읽어보아야지, 하고 결심했던 책중 하나였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계속 다른 책에 밀리다가 결국에는 2005년에 나온 책을 무려 5년이나 지난 2010년에야 겨우 읽어보게 되었다.
50% 할인행사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는 지금이 아니면 정말이지 영영 못 읽지, 싶어서 냉큼 주문을 한 것이었다. 그리고는 정말이지 오랜만에 푹 빠져서 읽게 되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게 되고, 더이상 출퇴근길에 지하철 안에서 책을 읽지 않게 된 지금(지금은 주로 출퇴근 길에 라디오를 듣는다.)내겐 독서란 것이 '취미'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무지무지 아쉽게도!
솔직히 표지를 보고 내가 기대했던 내용과는 아주아주 거리가 멀었다. 따뜻한 성장소설일 거란 기대는 왠걸. 한 소년이 어려서부터 자라서 성인이 되기까지 이야기라는 점에서는 분명 성장소설이라고 볼 수 있겠으나 이 소설 안에는 그보다 많은 것들이 담겨있다. 아프가니스탄의 참상. 어릴때 가정교육이 왜 중요한지. 아이들에게는 부모의 사랑이 왜 필요한지. 절실한지. 등등.
조금은 뜬금없을지 몰라도 난 이 책을 읽고, 난 나중에 정말 좋은 엄마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 책의 주인공처럼, 어린아이들은 정작 자신의 잘못은 아무것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사소한 일을 마음에 간직한 채 평생 죄인처럼, 자기 자신을 책망하면서 살아갈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어느 책에서 읽은 구절이 생각난다. 진정한 용기란 친구가 더 힘센 친구한테 맞고 있을 때 용감하게 친구 대신 싸우는 것이 아니라, 아무도 바라보지 않는 가운데에도 깊은 숲속에서 혼자 꿋꿋히 꽃을 피우는 것이라는 말.
이 책의 주인공에게도 말해주고 싶다. 넌 결코 겁쟁이나 배신자가 아니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