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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조각들 - 타블로 소설집
타블로 지음 / 달 / 2008년 10월
평점 :
책을 사둔지 1년이 넘어서야 비로소 책에 손이 갔다. 예전에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보기를 좋아하던 시절에는 '반납기한'이라는 것이 있어서 늘 숨죽이며 어떻게든 짬만 생기면 책을 읽곤 했는데 책장에 차곡차곡 책을 쌓아두는 걸 즐기게 된 후로는 '반납기한'이 없어서인지 왠지 사두고 읽지 않는 책이 점점 늘어갔다.
대학시절에는 도서관에서 대여순위 top 20에 들기도 했었던 나였는데 어느순간부터 점점 책과 멀어져서 (출퇴근을 자가용으로 하게 되면서 가장 책을 주로 읽는 장소였던 지하철을 이용하지 않으면서 부터) 한달에 한권도 안 읽고 넘어가는 달도 생기고 말았다.
1년에 100권 가량 책을 읽던 시절에 비하면 정말 기가 막힐 노릇이다. 그 사이 내 삶에서 뭔가가 흘러나간듯 내가 사용하는 어휘량이 급격히 퇴보했고 문장력도 떨어졌음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런데 요 근래 갑자기 책을 다시 읽어야겠다, 란 생각이 강하게 들었고 지난 주말 하루에 한권씩 두권을 읽고 나니 뭔가 잊었던 나와 만난듯 살맛이 난다.
영상매체와는 또 다른 책의 매력을 왜 잊고 살았나 싶고, 당분간은 사놓고 쟁여둔 책만 읽어도 연말이 굉장히 풍성할 것 같아 기쁘다. 이 책은, 순전히 타블로가 쓴 책이라 호기심에 사둔 책이었는데 읽을 수록 그에게 감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뭔가 아쉬웠다. 단편 나름의 매력이 담뿍 담긴 작품들이 대부분이긴 했지만 그래도 몇몇 작품은 뭔가 아쉬움이 남기도 했으니까.
개인적으로 '쥐'는 너무 끔찍해서 싫었고, 제일 맘에 든건 <승리의 유리잔> <증오 범죄>는 왠지 외국을 떠돌던 타블로의 학창시절의 고뇌를 나타내는것 같아 맘이 아팠다.
여튼 중요한건 타블로가 싱어송라이터란 편견을 버리고 그저 한 신인 작가의 소설로 읽으면 꽤나 흥미롭다는 점. 이 작가의 장편이 무척 기돼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