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Q84 1 - 4月-6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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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의 내게 하루키는 이해하기 어려운 벽과 같았다. 그의 소설을 읽고 너무나도 그를 칭송하는 사람들과 달리, 처음 접한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는 읽는 내내 속이 불편했고 언짢았다. 글 줄 안의 깊이를 이해하기엔 우선 보여지는 적나라한 표현들이 그 시절의 내겐 부담스러웠으리라. 

그러다 한편, 두편 하루키를 알아가면서 어느 순간 나도 하루키만의 글투와 매력적인 스토리에 빠져들고 말았다. 결정적으로 <해변의 카프카>는 정말이지 너무 좋아서, 그 후로 나온 <어둠의 저편>등 솔직히 내 기대에는 부흥하지 못한 작품에도 감히 안좋은 평을 남길 수 없을 정도였으니까. 

그래서일까. 왠지 이번 작품은 읽고싶다는 마음은 있었지만 쉽사리 손에 가지 않았다. 왠지 예감이, 이 책을 읽고 다시 하루키를 싫어하게 되면 어쩌나, 겁이 났다고 할까. 그런데 유난히도 전철에서도 기차에서도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을 계속 만나게 되었고, 그렇게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마음에 추석 연휴를 이 책과 함께 시작하게 되었다. 역시나 하루키. 난 그의 글에 급속도로 빠져들었고, 급기야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였다. 아 잠자는 동안 이야기가 어디로 도망가는 것도 아닌데, 뒷 이야기가 궁금해서 정말 잠자는 시간이 아까울 정도였다. 

그런데 딱 거기까지. 2권을 다 읽고 난 지금, 나는 이 이야기 속에서 열일곱 소녀가 지은 <공기번데기>를 읽은 기분이다. 정말 매력적인 스토리에, 군더더기없이 맛깔스럽게 쓰인 글은 독자들을 유혹하여 단번에 책에 빠져들게 만들지만. 왠지 뭔가 석연찮은 구석이 남는 것이다. 열린 결말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도 열린, 결말. 어쩌면 닫힌 결말. 그리하여 그들은 어떻게 되었는지.. 결말을 내기가 어려웠을까. 너무나도 많은 사연들이 흝어진 채 갈피를 못 잡고 마무리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이해력이 부족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하루키의 다음 작품이 기대가 되면서도. 다음 작품은 에세이였으면 싶다. 적어도 에세이에서는 나이들어 가는 하루키의 변화가 고스란히 들어나도 잠자코 웃으면서 읽어줄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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