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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여행
얀 코스틴 바그너 지음, 유혜자 옮김 / 들녘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보통의 추리소설과는 시선이 전혀 다르다. 대부분의 추리소설이 형사 등을 화자로 등장시켜 사건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범인을 찾게 만드는 것과 달리 이 소설은 범인의 시각에서 쓰여졌기 때문이다. 우리는 처음부터 그가 어떤 사건을 저질렀는지 알고 있다. 물론 그것으로 끝이라면 재미는 없겠지. 그는 지금부터 또 하나의 사건을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주변 인물들은 범인을 너무 철떡같이 믿고 있다. 그들에게 알려줄 수도 없고, 읽는 내내 조마조마하고 답답할 뿐이다. 과연 화자는 자신이 계획한 범행에 성공하고 마는 걸까?
대부분의 소설은 주인공을 응원하게 되지만, 이 책은 오히려 읽는 내내 주변인들을 응원하게 되었으니 참 아이러니컬했다. 그러면서도 왠지 조마조마해서 손에서 놓기 힘들었고, 빠르게 페이지가 넘어갔다. 그러나 주로 퇴근길 지하철안에서나 잠들기 전에 이 책을 읽었던 나는 솔직히 맘이 편치 않고 무서워서 그닥 좋지만은 않았다. 추리소설을 좋아하거나, 독특한 시선의 추리소설을 읽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추천.
이 책은 나보다 열한살이 많은, 독일의 한 청년이 대학 졸업 후 발표한 처녀작이라고 한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발표한 소설이 이 정도라니. 맙소사! 그의 필력이 부러울 뿐이다.
덧- 한가지 안타까운 점은 범인이 왜 잔인한 범행을 두번이나 저질렀는지에 대한 명확한 이유가 안 나왔다는 점이다. 정말 그는 정신이상자였던 건가? 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