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여행자 - 손미나의 도쿄 에세이
손미나 지음 / 삼성출판사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구정연휴를 앞두고 어떤 책을 읽으며 보낼까 궁리하다가 서점에서 이 책을 보고는 망설임도 없이 집어들었다. 그리고 구정연휴 내내 이 책과 함께 도쿄 구석구석을 누비면서 참 많이 행복했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리뷰를 너무 늦게 쓰게 되었다. 하하)

손미나, 솔직히 내게 그녀는 항상 예쁜 아나운서였는데, <스페인, 너는 자유다>란 책 이후로 갑자기 작가란 이미지로 더 먼저 다가오게 바뀌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그녀가 참 부럽다는 점이었다. 책을 내고 싶어도 출판사를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앞으로 10년간 열 권의 책을 내기로 출판사와 계약이 되어 있다니 얼마나 행복할까?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어쩌면 그런 계약이 그녀에게 독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스페인 너는 자유다> 속 손미나는 참 열정적이다. 무엇이든 도전하고, 이루어낸다. 거침없고, 용기가 넘친다. 그 안에서 좌충우돌 실수도 하지만, 그마저 참 멋지게 보였다. 그런데 이 책 속 그녀는 뭔가 조금은 그런 자유에서 벗어난 듯 보인다. 책 속 내용은 여느 여행기와 달리 알차고 튼실해보였지만 뭔가가 무척 조급하게 느껴졌다. 쓱 읽으면 무척 오랜 시간동안 벌어진 이야기 같은데 사진이나 장면을 맞춰보면 모두 만 하루 안에 벌어진 일이라 부지런한 그녀의 몸놀림에 놀라게 만들었다.

어찌보면 짧은 시간에 그토록 도쿄 곳곳을 누비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게다가 그들과 진정한 친구가 되고 그들의 사연을 듣고 정리한 것이 더 대단하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조금 아쉬움이 남았다. 짧은 시간의 여행으로 이정도 글을 써내는 그녀라면, 도쿄에 좀 더 머물었다면 훨씬 더 깊이있는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랄까.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그녀의 글투는 무척이나 매력적이란 점이다. 자신의 매력을 글로 뿜어내는 것인지, 그녀는 어디든 누구든 정말 멋지게 포장하는 마력을 가진 사람같다. 스페인에 관심도 없던 내가 그녀의 책을 읽고 스페인에 꼭 가보리라 다짐했던 것 처럼 일본여행은 가고 싶어도 도쿄같은 대도시는 별로라고 생각했던 내가 그녀의 책을 읽고 올해안에 꼭 도쿄에 가보리라 결심하게 되었으니까.

다른 여행서적은 읽고 나서 '아, 부러워.' 하고 마는 경우가 많은 데 그녀의 책은 '아, 나도 가봐야지!"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래서 난 그녀의 다음 작품이 또 기대된다. 이번에는 또 어떤 나라에 가서 누구를 만나고 어떤 이야기를 듣고 와 내게 들려줄지. 그래서 내가 또 어느 나라에 흑심을 품게 만들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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