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자스 - 프랑스 어느 작은 시골 마을 이야기
신이현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릴 적 나는 굉장히 시골에서 자랐다. 서울가는 버스는 하루에 몇 대밖에 없었고, 그나마 나는 읍내라 불릴 만한 곳에 살았지만 친구들이 살고 있는 곳은 다 멀리 멀리 떨어져있었다. 지금은 다들 폐교가 되고 내가 다닌 초등학교만 겨우 남아있지만 당시엔 마을마다 작은 분교가 있었고, 분교를 졸업한 우리들은 나란히 같은 중학교에 입학을 했다. 분교에 다니던 아이들은 하루에 몇 대뿐인 마을버스를 타고 학교에 다녔다. (아. 사설이 너무 길어지는군)

여튼 그 무렵 내겐 알자스 처럼은 아니어도 정말 시골생활이 맘에 쏙 들었다. 그래서 중학교 3학년때 도시로 전학을 와서 무려 5층이나 되는 건물의 학교에 다니게 되었을 때, 학교에 적응하기가 퍽 어려웠다. 수업시간에 수업을 듣다가도 혼자 순간이동을 하여 시골학교 교실로 돌아가곤 했다. 그러다 짝꿍이 부르거나 선생님이 부르시면 화들짝 놀라서 다시 도시의 현재 교실로 돌아오곤 했다. 그시절의 기억이 너무나도 생생하여 나는 영화에서 가끔 보여지는 환영같은 현실, 순간이동 같은 것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그때 내 짝꿍은 도시에서만 나서 자란 아이였는데 하루는 이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었다. "난 커서 어른이 되면 꼭 다시 시골로 돌아가서 살거야." 그러자 내 짝꿍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정말 희한한 이야기를 들었다는 듯 나를 바라보고는 말했다. "정말? 난 절대로 시골에서는 못 살겠던데. 어쩌다 명절때 할머니 댁에 가도 정말 지겨워서... 도대체 시골에서 무엇을 하면서 산단 말이니? 난 나중에 커서 어른이 되면 더 큰 도시에 가서 살거야." 

그런데 그 후로 어느덧 10여년이 훌쩍 흘렀고, 난 도시 생활에 너무나도 잘 적응을 해버렸다. 요즘도 가끔 더 나이가 들면 시골에 가서 살고싶다고는 생각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가끔은 도시에서 사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는 기분도 들곤 한다. 그러던 순간 집어든 <알자스>는 내게 다시금 시골에서 사는 꿈을 꾸게 만들어 주었다.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한 마을에 평화롭게 살다 가는 사람들. 알자스 주민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마다 나는 과일과 채소로 요리를 하고, 쨈을 만들고, 쿠키를 굽고... 그렇게 살아가는 그들의 조용하고 평화로운 삶이 어찌보면 단조롭고 지루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나도 꼭 한번은 그렇게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참 많이 들었다. 오리 간 요리 등은 아무리 맛있게 묘사해도 난 결코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따위는 들지 않았지만, 각종 쨈과 맛난 빵 만큼은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한입 배어먹고 싶다는 기분이 계속해서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멋진 시골마을에 찾아갈 구실(시댁)이 있는 작가, 신이현이 참말로 부럽다. 그런데 부러워하기 전에 우선 불어를 배워야 하는 걸까?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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