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깜삐돌리오 언덕에 앉아 그림을 그리다
오영욱 지음 / 샘터사 / 2005년 5월
평점 :
학창시절 도서관에서 근로를 할 때, 매번 이 책을 보면서 읽어야지, 읽어야지 했었는데 결국 못 읽고 졸업을 하고 말았다. 그후 취직을 하고 집 근처 시립 도서관도 못 간지 어언 1년 여... 취직을 하고보니 서점에 갈 일은 자주 있는 반면 도서관에 들를 일은 좀처럼 생기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주말, 큰맘먹고 걸어서 20~30분 거리에 있는 도서관에 다녀왔다. 모처럼 들른 도서관에서 나는 퍽 행복했다. 요즘 사람들이 책을 안 읽긴 하는지.. 내가 읽고 싶다고 생각했던 책들이 죄다 서가에 꽂혀있는 통에 나는 도무지 어떤 책을 빌려야 하나 행복한 고민을 하면서 이리저리 기웃거렸고, 제일 일순위로 선택한 책이 바로 요녀석이었다. 깜삐돌리오 언덕에 앉아 그림을 그리다.
요즘 배낭여행이 무척 대중화되면서 다양한 여행서적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여행서는 다 고만고만하다. 컬러풀한 사진들과 자신만의 필력을 나타내는 재기발랄한 글들. 그런데 이 책은 흑백으로 인쇄된 데다가 사진이라고는 한장도(아니 실은 그림과 합성된 사진이 몇장 보였지만) 없었다. 의아했다. 그런데 사진보다 더 멋진 그림들이 점차 내 눈을 사로잡았다.
건축학도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어떻게 이렇게 그림을 잘 그렸을까. 읽으면서, 아니 보면서 내내 감탄했다. 보통의 여행서적에 비하면 정말 짧고 투박한 그의 글들이 오히려 감성을 자극했다. 그래, 버리는 만큼 얻는 것이 생기는 게 인생일 것이다.
오히려 어떤 멋진 실사 사진을 본 것보다 그의 그림으로 만난 유럽에, 남미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