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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도서관 ㅣ 비룡소 걸작선 36
랄프 이자우 지음, 한미희 옮김 / 비룡소 / 2006년 11월
평점 :
품절
미하엘 엔데의 <끝없는 이야기> 두가지 색깔로 쓰여진 각기 다른 시공간의 이야기가 너무나도 재미나서 두꺼운 책을 빠른 시간에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 책에 나온 고서점 주인의 이야기라길래 책의 중반까지도 나는 미하엘엔데의 책이라고 찰떡같이 믿고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은 미하엘엔데의 동화를 너무나도 사랑했던 작가. 랄프이자우의 이야기다. 읽으면서 왠지 모르게 '나니아 연대기'가 떠올랐고 - 아담의 아들, 이브의 딸이란 표현 때문인 듯. - 작년에 유행처럼 번졌던 여러 책관련 판타지 도서들이 떠올랐다. 그러나 분명 이 책도 나름대로의 매력을 갖고 있고, 특히나 <끝없는 이야기>를 재밌게 읽었던 사람들이라면 재밌게 읽을 수 있을만한 내용이다.
주인공 칼 콘라트 코레안더는 책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24살난 청년이다. 나와 동갑이고, 장래 직업에 대한 고민도 갖고, 책을 사랑하여 책과 연관된 일을 하고 싶어하는 점도 같아서 너무나도 크게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었다. 그는 어느날 고서점을 물려줄 주인을 찾는다는 광고를 보고, 어느 고서점에 당도하고 그 곳에서 환상의 세계로 모험을 떠나게 된다. 겉에서는 작고 허름해 보이는 헌책방이 안으로 들어서면 방으로 연결되고 연결되고 하여 굉장히 큰 도서관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는 것부터 맘에 쏙 들었다. 정말 그런 도서관이 있다면 얼마나 멋질까?
게다가 다른 소설과 달리 주인공 칼은 용감하지도 똑똑하지도 뭔가 빼어나지도 않은 겁많고 소심한 우리네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가 모험을 통해 변화하는 모습은 바라보기만 해도 무척 흐뭇했다.
선과 악의 대결구도가 분명하여 조금은 식상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으나 녹스와 룩스등 작가의 상상력이 드러나는 소재들과 알파베타감마란 책송곳, 나르는 용 등 다양한 등장인물이 재미를 더해준다. 스크르라트, 뿌리도깨비, 할루치나 등 재미난 소재들이 도저히 상상하기도 쉽지 않아서 나는 연습장을 옆에 두고 나름대로 상상하여 그림으로 그려놓고 보았더니 이해도 쉽고 더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이 나중에 애니메이션화되거나 영화화되면 주인공들을 만나볼 수 있어 신나겠다 싶었다.
굉장히 두껍고 무거워서 지하철 등에서 읽기에는 좀 무리가 있지만, 긴긴 겨울밤 잠이 안올 때 읽기에 안성맞춤인 책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