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 옆의 화분은 퇴원 축하 기념으로 병원에서 줬다.)

 

이런 사진을 올리니 가슴이 뛴다. 좋다.

지난 월요일 오후4시 병원에 입원에서 목요일인 오늘, 드디어 조금 전에 퇴원하고 집에 오자마자 이 사진을 찍는다. 친구가 웃어보자고 cast한 사진을 보내라고 해서 핑계김에 기념사진을 찍는다.

병명은 Morton's neuroma라는 신경종이라고 한다. 근 1년 이상 발에 문제가 있어 보행에 힘이 들어서 가끔씩 우울해지곤 했는데 드디어 아픈 곳을 도려낸 것이다. 이런 병명이 있다는 것, 물론 병원에 입원하고 침대맡에 꽂힌 환자챠트를 보고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담당의사는 내가 영어와 담을 트고 사는 지는 몰랐을 터이니 병명도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은 것이었고, 나 역시 병명이 뭐 중요하냐 아픈 거 낫기만 하면 되고, 알아서 해주겠거니 여겼다.

 

동네 병원에서 대강 물리치료만 받다가 본격적으로 수술을 생각하게 된 건 아래의 책 덕분이었다.

 

 

 

 

 

 

 

 

 

 

 

 

 

 

이 책을 보고 옳거니 내 몸은 내가 관리해야지, 생각하고 나름대로 책에 있는 내용을 바탕으로 자가 물리치료에 들어갔는데....다행인지 불행인지 내가 아픈 것에 관한 부분은 없었다. 이 책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판단이 서는 순간 가차없이 의원 아니 병원으로 방향을 바꾸고 일사천리로 수술까지 해버렸다. 수술 예약을 하고 도서관에서 찾아본 다음의 책에는 다행히 내 발의 증상과 치료에 대한 설명이 나와 있었다. 물론 수술쪽으로.

 

 

 

 

 

 

 

 

 

 

 

 

 

그렇다면  Morton's neuroma라는 병의 원인은? 원인은 모른다는  담당의사의 말씀. 인터넷 검색으로는 그저 중년여성에게서 흔하게 발생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비로소 내가 '중년여성'이었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더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고나 할까.

 

퇴근 때마다 아프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인생의 비애를 삼켰는데 이제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통통 몸을 튕기며 날듯이 걷게 될 터이니 새삼 세상이 환하고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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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3-12-19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처음 들어보는 병명이네요. 1년 이상 아프셨었다니 그동안 많이 힘드셨겠어요. 아픈 정도가 미미한 단계라면 모를까 일단 아픔을 느낄 정도까지 되면 병원에 가는게 정답인것 같아요.
잘 회복하셔서 가벼운 발걸음으로 날듯이 걷게 되시길 바랍니다. 마음은 저절로 가벼워지시겠지요.

nama 2013-12-19 21:41   좋아요 0 | URL
병원이야 많이 다녔지요. ㅈ정형외과, ㅇ정형외과, ㄱ대학병원,ㄱ한의원, ㅇ한의원, 족부전문 ㅂ한의원...그러다가 자가치료...다시 병원으로. 가히 병원 순례가 되겠는데 처음부터 제대로 짚어주었으면 시간은 끌지 않았겠지요. 물론 그 사이에 아픈 지점이 바뀌기도 했구요.
아프면 서럽다는 것만은 확실하네요.

고맙습니다. 님도 건강하세요.
 

 

 

 

 

 

 

사족: 제목을 이렇게 바꾸고 싶다.  "얘야, 너 만큼은 똑바로 걸어라." 이게 모든 부모들의 심정이겠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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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3-12-15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뒷모습은 앞모습과 또 다른 감상과 생각을 주는 것 같아요.
두번째 사진엔 숲으로 들어오는 빛을 어떻게 저렇게 절묘하게 잡으셨나요. 멋있어요.

nama 2013-12-15 21:37   좋아요 0 | URL
기분이 자꾸 가라앉아서 한번 올려봤습니다.
고맙습니다.

꼼쥐 2013-12-17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장난 같지만 숲속의 고요가 들리는 듯합니다. ^^

nama 2013-12-19 12:01   좋아요 0 | URL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더니 그저 고맙습니다.

sabina 2014-05-19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늘 느끼는거지만, 사람의 뒷모습은 감상의 여운을 길게주지요.
감상의 꼬리가 오래전 다녀온 오대산 전나무숲까지 이어놓네요. ^^

nama 2014-05-24 21:54   좋아요 0 | URL
사실은 제 아버지와 닮은 딸아이의 팔자걸음이 우스워서 올린 사진인데, 여운을 줄 수도 있군요.
 

 

 

 

 

 

 

 

 

 

 

 

 

 

 

 

로마인들은 전쟁에서 이기고 귀환한 장군에게 노예를 보내 '너도 언젠가는 죽는다'라고 속삭이게 했다 한다. 그 장군의 자긍심이 과도하게 커지지 않게 하려는 목적에서였다. (1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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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독서 두번째 이야기 - 길을 안다는 것, 길을 간다는 것 여행자의 독서 2
이희인 지음 / 북노마드 / 2013년 6월
품절


객창감(客窓感). 그렇다. 이 단어다. 내가 여행에서 즐기는 감정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객창감, 그 쓸쓸함의 즐거움이다. 별 까닭도 없이 이끌려 젊은 날 많은 시간을 외딴 시골길이나 장터, 비 오는 처마 밑에 서게 했던 감정의 실체.....객창감 속에 떠다닌 여행은 쓸쓸했지만 그 쓸쓸함으로 여행의 시간들은 아름다울 수 있었다. 희망이라는 거짓 행복이 더러 사람을 배신하는 일은 있어도, 쓸쓸함과 외로움이 사람을 배신하는 일은 드물다.-3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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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서 디자이너로 산다는 것은 어떻습니까 City and Design 1
권준호 지음 / 지콜론북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내 관심분야의 책은 아니지만 '런던'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서 보게 된 책이다. 따라서 내 눈에 들어온 구절도 디자인에 관한 부분이 아니다. 순전히 내 입맛에 맞는 부분만 읽었음을 밝힌다.

 

정성들여 쓴 책을 그렇게 건성으로 읽어나갔지만, 지은이의 생각을 찾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 부분이, 내가 지금까지 읽었던(무척이나 얄팍한 독서였음) 몇 권의 디자인 관련 책과 다른 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p.113  학기가 시작되는 첫날의 수업에서, 교수는 나에게 "네가 평생에 걸쳐서 저항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고,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나는 항상 내가 살고 싶은 삶의 방식, 지향하는 가치관들에 대해서만 생각했다. 불평과 불만은 개인적 감정의 테두리 안에서 맴돌았으며, 비판과 저항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고민하는 단계로 나아가지 못했다. 영국에서의 삶은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한 수많은 과정의 연속이었다. 대화와 작업을 통해 다른 사람의 감정과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노력했고, 말로 전달되지 않는 것들을 읽고 해석하는 것과 내가 만들어 내는 이미지를 통해 생각을 전달하는 것을 연습했다. 영국이라는 낯선 사회에 비추어 내가 떠나온 한국사회를 좀 더 객관적으로 보기 위해 노력했고, 내가 그곳에서 저항했던 것들이 무엇인지 생각했다.

 

지은이가 이 책에서 소개한 자신의 디자인 작업도 바로 "네가 평생에 걸쳐서 저항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에 대한 고민 같은 것이라고 여겨진다. 이를테면 2009년 용산참사에 대한 것, 탈북자들에 관한 작업들에서 그 생각과 고민의 과정을 읽을 수 있다.

 

p.132  선진국에 살고 있는 지식인들이 자기 자식 걱정만 하는 것이 이기적인 사고방식이라고 비난받을 수 있는 것처럼,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태어나 영국이라는 곳에서 비싼 돈을 써가며 공부하는 사람이 자신의 개인적인 관심사만을 다루는 것 역시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p.382   내가 런던에서 몸으로 부딪쳐가며 작업을 통해 전달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결국 집단의 강요와 폭력에 저항하는 개인의 목소리였다.

 

"네가 평생에 걸쳐서 저항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이 한 문장만으로도 나는 이 책을 읽은 보람을 느꼈다. 그래서 다른 부분, 영국의 유명한 디자이너와의 대화라든가, 영국디자인 교육기관 같은 부분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렇게 책을 읽어도 되나?) 나와는 관련이 없는 분야지만, 영국에 디자인 계통으로 공부하러 갈 분들은 참고가 될 것 같다.

 

이 책에 소개된 comedycarpet 이라는 프로젝트가 인상적이어서 구글에서 검색해보니 동영상이 있었다. 감상해보시길....

 

http://vimeo.com/31909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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