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 디자이너로 산다는 것은 어떻습니까 City and Design 1
권준호 지음 / 지콜론북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내 관심분야의 책은 아니지만 '런던'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서 보게 된 책이다. 따라서 내 눈에 들어온 구절도 디자인에 관한 부분이 아니다. 순전히 내 입맛에 맞는 부분만 읽었음을 밝힌다.

 

정성들여 쓴 책을 그렇게 건성으로 읽어나갔지만, 지은이의 생각을 찾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 부분이, 내가 지금까지 읽었던(무척이나 얄팍한 독서였음) 몇 권의 디자인 관련 책과 다른 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p.113  학기가 시작되는 첫날의 수업에서, 교수는 나에게 "네가 평생에 걸쳐서 저항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고,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나는 항상 내가 살고 싶은 삶의 방식, 지향하는 가치관들에 대해서만 생각했다. 불평과 불만은 개인적 감정의 테두리 안에서 맴돌았으며, 비판과 저항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고민하는 단계로 나아가지 못했다. 영국에서의 삶은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한 수많은 과정의 연속이었다. 대화와 작업을 통해 다른 사람의 감정과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노력했고, 말로 전달되지 않는 것들을 읽고 해석하는 것과 내가 만들어 내는 이미지를 통해 생각을 전달하는 것을 연습했다. 영국이라는 낯선 사회에 비추어 내가 떠나온 한국사회를 좀 더 객관적으로 보기 위해 노력했고, 내가 그곳에서 저항했던 것들이 무엇인지 생각했다.

 

지은이가 이 책에서 소개한 자신의 디자인 작업도 바로 "네가 평생에 걸쳐서 저항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에 대한 고민 같은 것이라고 여겨진다. 이를테면 2009년 용산참사에 대한 것, 탈북자들에 관한 작업들에서 그 생각과 고민의 과정을 읽을 수 있다.

 

p.132  선진국에 살고 있는 지식인들이 자기 자식 걱정만 하는 것이 이기적인 사고방식이라고 비난받을 수 있는 것처럼,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태어나 영국이라는 곳에서 비싼 돈을 써가며 공부하는 사람이 자신의 개인적인 관심사만을 다루는 것 역시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p.382   내가 런던에서 몸으로 부딪쳐가며 작업을 통해 전달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결국 집단의 강요와 폭력에 저항하는 개인의 목소리였다.

 

"네가 평생에 걸쳐서 저항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이 한 문장만으로도 나는 이 책을 읽은 보람을 느꼈다. 그래서 다른 부분, 영국의 유명한 디자이너와의 대화라든가, 영국디자인 교육기관 같은 부분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렇게 책을 읽어도 되나?) 나와는 관련이 없는 분야지만, 영국에 디자인 계통으로 공부하러 갈 분들은 참고가 될 것 같다.

 

이 책에 소개된 comedycarpet 이라는 프로젝트가 인상적이어서 구글에서 검색해보니 동영상이 있었다. 감상해보시길....

 

http://vimeo.com/31909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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