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카치나 사막을 4륜구동을 타고 달리기로 했는데 내 운은 딱 여기까지다. 점심을 먹은 식당에서 네 번, 투어 사무실 화장실에서 세 번, 변기에 쏟아내는 배설물을 바라보며 북플이나 해야겠다고 생각하니 작은 위로가 된다. 나는 왜 이런 순간에야 글을 쓸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글이 마음의 배설물쯤 된다고 생각하나?

이럴 때 왜 그 者가 떠오를까? 계엄에 실패하고 계엄해제가 가결되기 직전, 그 者가 혹시라도 권총자살을 시도하지 않을까 심장이 두근거렸는데, 남편이 그런다. 그럴만한 자존심도 없는 인간이라고. 양심, 자존심, 수치심.. 이런 걸 기대한 내가 순진한가? 나는 내 자리를 알고 포기할 때 포기할 줄 안다. 명퇴를 선택했던 것도 그렇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몇자 쓰지도 못했는데 일행이 돌아오나보다. 요즘은 무슨 생각만 하면 기-승-전-계엄걱정으로 연결된다.

내 똥은 내가 치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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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보니 페루 아마존까지 왔다. 내 생애에 아마존이라니. 꿈조차 꾸지 않던 머나먼, 그것도 지구의 허파라는 곳까지 왔지만, 뭐 내 인생에 깨알같은 깨달음이라도 움틀까. 인간사 변함없는 진리인, 인간관계가 가장 어렵다는 사실만 재차 확인할 뿐이다. 자기 중심적인 사람들을 보며 나 자신을 뒤돌아보는 게 의미라면 의미랄까. 낯선 사람과 낯선 곳을 보며 비루하고 저열한 나 자신과도 만나게 되는 게 여행인 것 같다. 새벽 4시, 잠은 오지 않고, 타인을 비난하며 나도 그들과 전혀 다르지 않음을 아프게 인정하는 시간. 멀리 여행하는 사람을 부러워할 일이 아니다. 비싼 수업료를 치르며 아주 조금 생각에 잠겨보는 척하는 인간들이기 때문이다.


걷는 나무.
페루 이키토스, 아마존의 중심도시. 이곳 정글에 걷는 나무가 있다. 생존을 위해 나무가 조금씩 이동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생김새는 문어같은 뿌리가 마치 지지대처럼 줄기에 붙어 있고 가운데 굵은 나무 기둥은 지면으로 향할수록 쐐기모양을 하다가 지면에서 분리된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 기괴한 모양의 뿌리가 새로 뻗어나가거나 떨어져나가는 과정에서 나무가 조금씩 이동한다고 한다.
곰곰 따져보면 수긍이 가는 이치이지 싶다.

나무도 기를 쓰며 움직이는데 사람은 걷는 존재이면서 왜 늘 같은 자리에 머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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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4-12-24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살기 위해 기를 쓰고 이동하지요. 어떡하든 살기위해서요.
여행 잘 하시고 오세요.

파란놀 2024-12-25 0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서는 나무도, 덩굴로 움직이는 나무도,
모든 나무도 다 다르게 움직이듯,
사람도 저마다 다르게 조금씩 움직이지 싶어요
 
읽다, 잇다, 있다. - 읽기에서 존재로 이어지는 24편의 리드레터read letter
김흥식 지음 / 태학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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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접한 책에 관한 책 중에서 가장 유쾌하고 몰입감 좋은 책으로 지은이에 대한 관심 폭발. 이런 재밌는 책 더 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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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걸 다 수집하게 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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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상형문자 필사 노트
유성환 지음 / 휴머니스트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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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책도 나올 수 있군요. 눈이 번쩍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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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4-10-29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성환, 이분 강의도 몇 차례 들어봤는데, 이런 책도 내셨군요. 이집트 상형문자는 따라 쓴다기 보다 따라 그린다는 느낌일 것 같은데요. 재밌습니다.

nama 2024-11-03 16:52   좋아요 0 | URL
컴퓨터를 자주 켜지 않아서 답글이 늦었어요.
이분은 잘 모르는데 유명하신 분인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