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다 만 것 같은 이름, 슬로바키아. 왜냐하면 학창시절에 배운 바에 따르면 체코슬로바키아였으니까. 이번 패키지여행에서 단 몇 시간 들렀던 브라티슬라바는 들어보지도 못한 지명이었으나 심지어 슬로바키아의 수도란다. 한마디로 슬로바키아에 대해서 아는 게 없다는 얘기다. 여기저기 끌려다니는 패키지여행 특성상 어쩌다 가보게 된 곳이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아서 좀 알아보고 싶었다. 우선 사진부터.

 

 

 

 

가이드가 제일 먼저 데려가준 곳. 이곳의 명물이란다. 다음 사이트에 따르면

 

https://www.welcometobratislava.eu/bratislava-statues/

 

이름은 '추밀ČUMIL'로 뜻은 '작업 중인 남자(Man at work)'라고 한다.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놀고 있는 전형적인 공산주의 시대의 노동자라는 설과 여성들의 치마 밑을 보고 있다는 설이 있다고 한다. 1997년에 처음 만든 이후 구시가의 상징물이 되었으며, 이 동상의 머리를 만지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단 영원히 비밀로 해야 한다나.

 

도시에는 이 외에도 여러 개의 동상이 있는데 각기 스토리를 품고 있다. easter egg처럼 숨어 있는 동상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어 심심한 동네에 작은 활기를 주고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1시간 정도였을까. 구시가지 둘러보고 화장실 다녀오고 기념품 하나 사면 끝나는 찰나 같은 시간이었다. 사진 찍기도 아까운 시간이지만....

 

 

 

 

사진 한 컷이 귀해서....

 

 

 

 

집합 장소로 급히 가는 중에 만난 동상. 일단 사진부터 찍었다. 누군인지는 돌아와서야 알게 되었다. 슬로바키아의 유명한 서정 시인이란다.

 

 

 화장실 천국에 살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에게는 유럽은 살만한 곳이 못된다. 돈이 없으면 화장실도 갈 수 없으니 말이다. 예전 초창기 배낭여행 시절엔 무료였던 맥도날드도 이제는 얄절 없다. 돈을 내던가 음식을 사서 먹던가. 별 수 있나, 하며 지하 화장실로 내려가는데 어떤 현지 청년이 우리에게 영수증 두 장을 내민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이런 친절을 베푼 곳은 여기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는...

 

 

감질만 났던 슬로바키아가 궁금해서 책을 구입했다. 영토 크기가 우리나라의 절반 정도에 인구는 5백만 명 정도. 왠지 소박하고 조용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은 나라. (이 책에 대한 자세한 서평은 이미 알라딘의 부지런한 블로거가 남겨놓은 게 있으니 참고 바람.)

 

 

 

 

 

 

 

 

 

 

 

 

 

 

 

여행기가 아니어서 살짝 실망했으나 슬로바키아를 집중적으로 여행할 경우에는 도움이 되겠다. 책 한 권 손에 드니 벌써 마음이 슬로바키아로 향한다.

 

슬로바키아는 역사적으로 오래된 강력한 기독교 국가이다. 사람들 대부분이 수줍음이 많고, 검소하기로 유명하다. 여행 갈 때 먹을 거 한 가방씩 들고 다니면 체코 아니면 슬로바키아 사람이란다. 그리 못 사는 것도 아닌데 아끼고 아낀다. 그런데 산악 민족이라 들고 일어설 때는 들고 일어선다. 애국심과 자존심은 숨겨져 있을 뿐이지, 그 정도는 매우 강렬하다. -프롤로그에서

 

그들의 애국심과 자존심을 슬로바키아 국가(a national anthem)에서 찾아보았다. 유튜브로 노래를 들으며 가사를 음미해보니 역시나 가사 역시 소박하다. <타트라 산맥 위에 번개가 쳐도>가 제목이다.

 

타트라 산맥 위에 번개가 치고

맹렬히 천둥이 친다네

타트라 산맥 위에 번개가 치고

맹렬히 천둥이 친다네

형제들이여 천둥을 멈추게 하라

어차피 그것들은 다 사라지니

슬로바키아인들은 소생한다네

형제들이여 천둥을 멈추게 하라

어차피 그것들은 다 사라지니

슬로바키아인들은 소생한다네

우리의 슬로바키아가

이제까지 깊은 잠에 빠져있을지라도

우리의 슬로바키아가

이제까지 깊은 잠에 빠져있을지라도

천둥의 빛이

슬로바키아인들의 의식을 회복시키기 위해

슬로바키아를 깨웠다네

천둥의 빛이

슬로바키아인들의 의식을 회복시키기 위해

슬로바키아를 깨웠다네

 

 

위 가사에서 마음을 끌었던 대목, '우리의 슬로바키아가 이제까지 깊은 잠에 빠져있을지라도'.

한 나라의 국가치고는 가사가 소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도 소박하고 평화로울까? 관광산업이 활성화되어 관광객으로 넘쳐나기 전에 가봐야 되는 건 아닐까? 꿈을 꾸면 언젠가 이루어지겠지? 겨우 브라티슬라바를 한두 시간 보고와서 이렇게 마음이 앞서 달리고 있다.

 

 

아직도 입에 잘 붙지 않는 브라타슬라바. 책에 소개된 내용을 옯긴다.

 

이 도시의 역사는 오스트리아와 불가리아, 크로아티아, 체코, 독일, 헝가리, 유대인, 세르비아인, 슬로바키아인 등 다양한 국가와 종교인들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이 도시는 1536년에서 1783년까지 헝가리 왕국의 대관식 장소이자 입법 기관 중심이었고, 많은 슬로바키아인, 헝가리인 및 독일인들의 역사적 인물들의 고향이기도 하다.

 

결코 단순한 곳이 아니라는 얘기. 궁금할 수밖에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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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를 쓸까 망설였다. 말을 아껴야겠다 싶어 간단히 여기에 적는다. 굳이 기록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안 읽은 줄 알고 또 읽을까봐. 지난번에 그랬었다. 이 분의 다음 책,

 

 

 

 

 

 

 

 

 

 

 

 

 

 

이 책을 도서관에서 발견하고 집으로 데려왔는데 읽다보니 언젠가 읽은 책이고 심지어는 구입한 적도 있는 책이었다. 아무리 이 분의 책을 좋아해도 그렇지 읽은 것도 모르고 또 집어들었으니...요즘은 이렇게 읽은 책을 다시 집어드는 경우가 점점 늘어난다. 김민식, 김점선의 책들.... 지난번엔 지인과 함께 박희경시인이 운영하는 시집전문서점에 갔었다. 지인이 선물이라며 책 한 권 골라보라고 하여 시집 한 권을 골랐는데 집에 와서 서가를 보니 떡하니 꽂혀 있었다. 이정록 시인의 책이었다.

 

'단어나 사람 이름이 생각나지 않고 입안에서만 빙빙 도는 현상'을 '설단현상(Tip - of - the - tongue Phenomeno)이라고 한다는데 (-225쪽), 작가님, 그렇다면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읽은 줄도 모르고 또 읽는 현상은 무엇이라고 하나요? 작가님의 책에는 재미있는 전문용어가 심심치 않게 나오는지라 한번 물어봤어요.~~

 

요즘은 책에서 한 문장이라도 기억하고자 한다. 그 똘똘한 한 문장이나마 심장에 제대로 박히면 같은 책을 (모르고) 두 번 읽는 실수는 하지 않을 테니까. 그래서 고른 문장.

 

 

타인은 언제나 '나와 다른 생각을 한다'를 되뇌어야 배신당하지 않는다. 타인의 '다른 생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이들은 항상 자기 생각만을 강요한다. 그리고 나중에 꼭 그런다. "정말 믿었던 이가 등에 칼을 꽂았다"고. 그러나 '등에 칼을 꽂는다'는 표현도 함부로 쓰는 거 아니다.........                           -28쪽

 

여기에서 '타인'은 남편이나 아내, 부모, 자식, 절친.... 모두 해당된다. '내가 나를 모르는데....'라는 노랫가사도 있으니 나 아닌 사람은 모두 타인이라고 볼 수 밖에.

 

 

하여튼 김정운의 책을 읽다보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어딘가 시원하면서도 틈틈이 접하는 전문용어 덕분에 조금 유식해지는 것도 같고. 간지러운 아재 개그마저 귀엽고.

 

두어 군데 포스트잇을 붙이며 읽었는데 이제야 내가 왜 처음에 리뷰를 쓰려고 덤볐는지를 발견했다. (이건 건망증?)

 

지금 내 삶이 지루하고 형편없이 느껴진다면, 지금의 내 관점을 기준으로 하는 인지 체계가 그 시효를 다했다는 뜻이다. 내 삶에 그 어떤 감탄도 없이, 그저 한탄만 나온다면 내 관점을 아주 긴급하게 상대화시킬 때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중략) 멀리 봐야 한다. 자주 올려다봐야 한다. '저녁노을 앞에서의 하염없음'과 같은 공간적 오리엔테이션의 변화는 긍정적인 심리적 변화를 동반한다. (중략) 구체적 맥락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는 인간의 추상적 사고와 창조적 문제 해결 능력은 '먼 곳', '높은 곳'을 조망하는 것과 깊은 관련이 있다. 그래서 인간은 복잡한 문제가 생기면 눈을 위로 치켜뜨며 생각하는 거다. -221~222쪽

 

구체적인 예. 나는 현재 고등학교 1학년. 공부를 잘 하고 싶지만 잘 안 된다. 마음만 앞서고 조바심만 생기고 성적도 시원찮다. 그럴 때는 내가 3학년이 되었다고 생각해본다. 1학년 때 그렇게 어려웠던 부분이 이제야 이해가 된다. 그 3학년의 마음으로 현재의 1학년인 나를 들여다본다. 3학년이 된 심정으로 현재의 1학년인 나를 내려다보면 그 불안이나 초조함, 어리둥절이 눈에 들어온다. 마치 초등학교나 중학교에 다니는 동생을 보는 것처럼 자신의 어리숙함이 눈에 들어오는 거다. 3학년이라는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거다. 그렇게 자신을 상대화시키면 '긍정적인 심리적 변화'를 일으킨다. 공부에도 능률이 오른다. 내가 예전에 학생이었을 때 스스로를 다독이던 방법이 이와 비슷했다.

 

지금은? 히말라야쯤 가야 저 '높은 곳'이 된다. 어제 포스팅한 프랑스나 독일의 핏빛 같은 아침노을쯤 되어야 마음이 조금 흔들린다. 마음이 고이고 생각이 굳으면 늙는 건데.... 그래서 가끔씩은 이런 책을 읽어줘야 한다.

 

우주선을 타고 먼 우주에서 처음 지구를 바라본 우주 비행사들은 지구에 귀환한 후 인생관이 완전히 바뀌었다. 그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관점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이를 가리켜 미국의 작가 프랭크 화이트Frank White는 '조망 효과Overvies Effect'라고 했다. 건축가이자 디자이너 찰스 임스Charles Eames와 레이 임스Ray Eames부부가 만든 <10의 제곱수Powers of Ten>라는 9분짜리 다큐멘터리를 보면 우주 비행사와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다.

 -220쪽

 

바로 '조망 효과'다. 내가 나를 내려다보는 것.

 

 

잘 기억해야지. 두 번 읽지 않기 위해서.

 

 

앗, 빠뜨릴 뻔 했다. 전혀 똘똘하지 않아서 기억에 남을 것 같은 문장도 있다.

 

아내는 2주일에 한 번 정도 내려와 '현미밥'을 끼니별로 냉장고에 넣어둔다. 당뇨 때문이다.  -225쪽

 

왜들 그러시나. 한국 남성들은 밥도 못해먹나. 우리 큰오빠도 올케가 여행갔을 때는 끼니별로 밥을 해놓고 간 걸 먹는다더니만...현미밥, 그거 전기밥솥에 그냥 하면 됩니다요.

 

 

 

 

***** <10의 제곱수Powers of Ten>는 유튜브로 볼 수 있다. 좋은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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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란한 하루를 예고하는 아침 노을.

 

 

 

프랑스 알자스 지방 1.

 

 

 

 

2.

 

 

 

독일 로텐부르크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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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가면 안 될 것 같아서 둘이서 여행을 떠난다. 둘이서는 많은 대화를 한다. 하지만 두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 제삼자의 이야기를 하는데다 꽤 많은 시간을 쓴다. 그 부분이 제일 안 좋다. 혼자 가면 안 될 것 같아서겠지만 정말이지 혼자 가면 안 되는 것일까. 혼자라서 닥치는 현실의 이런저런 문제가 아닌 혼자서 직면하는 고독 앞에서의 자신 없음이 무서운 것이다. -1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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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는 유명할 만하다. 누군가의 말을 빌리지 않아도 아름다운 곳이다.

 

 

 

 

 

 

 

 

 

 

 

 

 

 

 

1999년에 나온 이 책은 늘 가슴에 불을 지펴왔었다. 썩 잘 지은 제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급하게 찍은 사진들이지만 함께 즐기셨으면 한다.

 

 

 

 

 

 

 

 

 

 

 

오노프리오 분수. 시민들의 급수대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대리석 길바닥에서 세월의 흔적을 본다. 저런 카페에서 차 한 잔 마실 여유도 없었다는 게 그저 원통할 뿐이다.

 

 

 

카메라만 들이대면 그림이 나온다.

 

 

 

아무데나 찍어도 예쁜 곳.

 

 

빨래, 너는 행복하겠다. 제대로 마를 수 있어서.

 

 

 

 

성곽을 따라 걷다가 초소 같은데에서 구멍으로 내다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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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0-01-31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도 멋있지만 실제는 더 좋았겠지요. 사진 잘 봤습니다.
nama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nama 2020-01-31 19:20   좋아요 1 | URL
사진도 실제도 다 좋지요. 몇 시간 머물다 온 게 전부지만 인상이 깊어요.
서니데이님께 행운과 함께 하시고자 하는 일들이 원만히 이루어지길 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