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를 쓸까 망설였다. 말을 아껴야겠다 싶어 간단히 여기에 적는다. 굳이 기록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안 읽은 줄 알고 또 읽을까봐. 지난번에 그랬었다. 이 분의 다음 책,

 

 

 

 

 

 

 

 

 

 

 

 

 

 

이 책을 도서관에서 발견하고 집으로 데려왔는데 읽다보니 언젠가 읽은 책이고 심지어는 구입한 적도 있는 책이었다. 아무리 이 분의 책을 좋아해도 그렇지 읽은 것도 모르고 또 집어들었으니...요즘은 이렇게 읽은 책을 다시 집어드는 경우가 점점 늘어난다. 김민식, 김점선의 책들.... 지난번엔 지인과 함께 박희경시인이 운영하는 시집전문서점에 갔었다. 지인이 선물이라며 책 한 권 골라보라고 하여 시집 한 권을 골랐는데 집에 와서 서가를 보니 떡하니 꽂혀 있었다. 이정록 시인의 책이었다.

 

'단어나 사람 이름이 생각나지 않고 입안에서만 빙빙 도는 현상'을 '설단현상(Tip - of - the - tongue Phenomeno)이라고 한다는데 (-225쪽), 작가님, 그렇다면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읽은 줄도 모르고 또 읽는 현상은 무엇이라고 하나요? 작가님의 책에는 재미있는 전문용어가 심심치 않게 나오는지라 한번 물어봤어요.~~

 

요즘은 책에서 한 문장이라도 기억하고자 한다. 그 똘똘한 한 문장이나마 심장에 제대로 박히면 같은 책을 (모르고) 두 번 읽는 실수는 하지 않을 테니까. 그래서 고른 문장.

 

 

타인은 언제나 '나와 다른 생각을 한다'를 되뇌어야 배신당하지 않는다. 타인의 '다른 생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이들은 항상 자기 생각만을 강요한다. 그리고 나중에 꼭 그런다. "정말 믿었던 이가 등에 칼을 꽂았다"고. 그러나 '등에 칼을 꽂는다'는 표현도 함부로 쓰는 거 아니다.........                           -28쪽

 

여기에서 '타인'은 남편이나 아내, 부모, 자식, 절친.... 모두 해당된다. '내가 나를 모르는데....'라는 노랫가사도 있으니 나 아닌 사람은 모두 타인이라고 볼 수 밖에.

 

 

하여튼 김정운의 책을 읽다보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어딘가 시원하면서도 틈틈이 접하는 전문용어 덕분에 조금 유식해지는 것도 같고. 간지러운 아재 개그마저 귀엽고.

 

두어 군데 포스트잇을 붙이며 읽었는데 이제야 내가 왜 처음에 리뷰를 쓰려고 덤볐는지를 발견했다. (이건 건망증?)

 

지금 내 삶이 지루하고 형편없이 느껴진다면, 지금의 내 관점을 기준으로 하는 인지 체계가 그 시효를 다했다는 뜻이다. 내 삶에 그 어떤 감탄도 없이, 그저 한탄만 나온다면 내 관점을 아주 긴급하게 상대화시킬 때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중략) 멀리 봐야 한다. 자주 올려다봐야 한다. '저녁노을 앞에서의 하염없음'과 같은 공간적 오리엔테이션의 변화는 긍정적인 심리적 변화를 동반한다. (중략) 구체적 맥락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는 인간의 추상적 사고와 창조적 문제 해결 능력은 '먼 곳', '높은 곳'을 조망하는 것과 깊은 관련이 있다. 그래서 인간은 복잡한 문제가 생기면 눈을 위로 치켜뜨며 생각하는 거다. -221~222쪽

 

구체적인 예. 나는 현재 고등학교 1학년. 공부를 잘 하고 싶지만 잘 안 된다. 마음만 앞서고 조바심만 생기고 성적도 시원찮다. 그럴 때는 내가 3학년이 되었다고 생각해본다. 1학년 때 그렇게 어려웠던 부분이 이제야 이해가 된다. 그 3학년의 마음으로 현재의 1학년인 나를 들여다본다. 3학년이 된 심정으로 현재의 1학년인 나를 내려다보면 그 불안이나 초조함, 어리둥절이 눈에 들어온다. 마치 초등학교나 중학교에 다니는 동생을 보는 것처럼 자신의 어리숙함이 눈에 들어오는 거다. 3학년이라는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거다. 그렇게 자신을 상대화시키면 '긍정적인 심리적 변화'를 일으킨다. 공부에도 능률이 오른다. 내가 예전에 학생이었을 때 스스로를 다독이던 방법이 이와 비슷했다.

 

지금은? 히말라야쯤 가야 저 '높은 곳'이 된다. 어제 포스팅한 프랑스나 독일의 핏빛 같은 아침노을쯤 되어야 마음이 조금 흔들린다. 마음이 고이고 생각이 굳으면 늙는 건데.... 그래서 가끔씩은 이런 책을 읽어줘야 한다.

 

우주선을 타고 먼 우주에서 처음 지구를 바라본 우주 비행사들은 지구에 귀환한 후 인생관이 완전히 바뀌었다. 그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관점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이를 가리켜 미국의 작가 프랭크 화이트Frank White는 '조망 효과Overvies Effect'라고 했다. 건축가이자 디자이너 찰스 임스Charles Eames와 레이 임스Ray Eames부부가 만든 <10의 제곱수Powers of Ten>라는 9분짜리 다큐멘터리를 보면 우주 비행사와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다.

 -220쪽

 

바로 '조망 효과'다. 내가 나를 내려다보는 것.

 

 

잘 기억해야지. 두 번 읽지 않기 위해서.

 

 

앗, 빠뜨릴 뻔 했다. 전혀 똘똘하지 않아서 기억에 남을 것 같은 문장도 있다.

 

아내는 2주일에 한 번 정도 내려와 '현미밥'을 끼니별로 냉장고에 넣어둔다. 당뇨 때문이다.  -225쪽

 

왜들 그러시나. 한국 남성들은 밥도 못해먹나. 우리 큰오빠도 올케가 여행갔을 때는 끼니별로 밥을 해놓고 간 걸 먹는다더니만...현미밥, 그거 전기밥솥에 그냥 하면 됩니다요.

 

 

 

 

***** <10의 제곱수Powers of Ten>는 유튜브로 볼 수 있다. 좋은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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