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6시 40분쯤 집에서 출발, 7시 조금 넘어 안산화랑유원지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 도착했다. 20km정도 밖에 되지 않는 멀지 않은 거리인데 이제서야 와보게 되었다. 벌써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었다.

 

입구에 들어서면 먼저 방명록에 이름을 적은 후 뭔가 한마디 써야 하는데 도무지 적절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미안함, 황당함, 분노, 무력감, 슬픔, 괴로움, 우울함, 원통함을 뭉뚱그려 그냥 '미안합니다.'라고만 썼다. 이제와서 이런 말들이 무슨 소용있나.

 

영정 사진과 위패가 진열된 분향대에 이르기 전에 영정배치도를 잠시 지나가도록 되어 있는데 마치 극장의 좌석표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일목요연하게 배열된 이름 밑에는 1반부터 10반까지 학급을 알리는 아라비아 숫자가 적혀 있었다. 숫자에도 슬픔이 묻어 있었다.

 

왼쪽부터 일반인, 교직원과 승무원, 그리고 단원고 학생들 순이었는데 가도 가도 분향하는 길이 끝나지 않았다. 어지러웠다. 꽃같은 아이들 사진이 너무나도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끝이 안날 것처럼. 마치 학교에서 일상적으로 들여다보게되는 출석부의 사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A4 보다 약간 길쭉한 종이 한 면에 20여 명씩 사진을 붙이고 사진 밑에 번호와 이름을 쓰게 되어 있는데 마치 그런 출석부를 벽면에 쭉 붙여놓고 들여다 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비현실적인 기분이었다. 이렇게나 많은 아이들이 한꺼번에 비명횡사하다니 그건 현실일 수 없었다.

 

함께 간 남편과 딸아이 모두 할 말을 잃고 조용히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어지러웠다. 그리고 화가 났다. 이 분노를 잊지 않을 게, 얘들아. 너희들을 기억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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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와 통하는 탈핵 이야기 10대를 위한 책도둑 시리즈 12
최열 외 지음 / 철수와영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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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중의 <한국탈핵>을 읽고 느낀 바가 많아, 아이들에게 읽히기 위해 이 책을 구입했다. 10대를 위한 책이다보니 내용은 쉬운데, 허구헌날 영어, 수학 공부에 지친 아이들이 과연 이 책을 손에 들까 싶은 의구심이 든다. 지극히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진 아이들은 웬만한 이야깃거리에 꿈적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탈핵이야기야말로 굉장히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이야기가 될 지도 모른다. 기대 반 우려 반, 일단 내가 먼저 읽고 학급문고에 꽂아놓기로 한다.

 

20대 진입을 앞둔 딸아이는 방사능 내폭에 대한 우려가 내 생각보다 훨씬 깊다. 수입 생선을 먹지 않을 뿐더러 어쩌다 이용하는 코스트코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코스트코의 상품 중 일본에서 공수되는 것이 많다는 등(사실 여부는 모르겠지만) 방사능 피폭에 굉장히 민감한 편이다. 아이들은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앞선 생각을 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 책을 과연 아이들이 읽을까 하는 것도 괜한 기우일 것이다. 아이들을 가르침을 받을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도 내 직업적인 관성일 것이다. 말을 잘 듣는 아이들로 길들이는데 나도 한몫 단단히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개 버릇 남 주지 못한다고, 이 책을 대강 넘기다가 내려놓을 녀석들을 위해 시각적인 관심을 끌 목적으로 책에 밑줄을 그어 놓는다. 최소한 줄 친 부분이라도 몇 구절 눈길을 사로잡지 않을까 싶어서다.

 

p.29  핵발전소의 수명은 40년 안팎이에요, 핵폐기물은 10만 년을 계속 갑니다. 한 세대를 30년으로 보면 3000세대의 후손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예요. 약 40년 동안 전기를 공급받기 위해서 그 위험한 물질을 수천 세대에 걸쳐 남겨 주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p.57  (후쿠시마 핵) 사고로 인한 방사는 피해는 어느 정도일까요? 후쿠시마를 중심으로 일본 국토의 약 70퍼센트가 오염되었어요. 도쿄를 포함한 20퍼센트 정도가 고농도의 오염 지역입니다. ..고농도 오염 지역이 남한 넓이와 비슷해요. 이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한국에서 핵 사고가 나면 우리나라 전체가 오염된다는 뜻입니다.

 

p. 60 세계에서 핵발전소가 가장 많은 나라는?...밀집도로 치면 한국이 전 세계 1위입니다...핵발전소의 수가 사고확률을 높인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렇다면 사고를 유발하는 또 다른 요인은 무엇이 있을까요. 바로 핵발전소의 나이입니다...우리나라에도 수명을 연장한 핵발전소가 있습니다. 고리 1호기, 월성 1호기입니다. 모두 지은 지 30년이 넘은 시설들이에요. 바로 옆 일본에서 사고가 났는데도 폐쇄는커녕 안전성을 의심받는 상황에서 재운전을 강행합니다.....우리나라에서 지금까지 핵발전소 사고가 몇 번이나 일어났을까요?...정확하게는 653번이에요.

 

p.71  재생에너지...미국은 전체 생산 에너지 중에 재생 에너지 비율이 11.6퍼센트예요..재생 에너지 생산이 제일 적은 나라가 20퍼센트 수준입니다. 자그마치 70퍼센트가 넘는 나라도 있어요. 그럼 우리나라는요? 네, 1퍼센트가 채 안 됩니다. OECD국가 중 지난 2년 동안 재생에너지 생산이 줄어든 유일한 나라이기도 합니다.

 

그 밖에, '기준치 이하라서 안전하다'라는 말은 틀린 말이다. 어디에도 안전한 방사능은 없다, 탈핵을 선언한 독일 에너지 정책에서 배워야 한다, 탈핵은 양심의 문제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폭투하로 우리 민족 7만 명이 피폭 당하고 4만 명이 죽었는데 이런 비극적인 사실을 아무도 거론하지 않는다,....결국 탈핵은 우리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며, 전 세계적으로 핵발전소는 사양 산업이며, 위험할 뿐만 아니라 윤리적이지도 않고 이익도 되지 않는다.

 

 

'사고공화국'에서 살고 있지만 제발 핵발전소 사고만큼은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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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이 되면 늘 이 노래가 떠오른다.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올해는 더욱 더 처연한 기분으로 듣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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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하면 이옥순, 이옥순하면 인도라고 할 정도로 나는 이 분의 책을 무척 좋아한다. 이 분의 이야기는 무조건 반색한다. 그래서 이 책도 열심히 읽으려고 애썼다.

 

버스를 기다리면서, 흔들리는 시내버스에서, 아침 조회시간에...그래야 10분 남짓씩...퇴근 후 집에서는? 도저히 손에 잡히지 않았다. 특히나 해가 저물고 어두워지기 시작하면 울먹울먹해져서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그러다보니 이 재미있는 책을 읽어내는데 일 주일이 더 걸렸다.

 

인도 문화의 저력, 중국과 인도의 비교, 힌두교의 포용성, 정신주의와 물질주의가 공존하는 인도인의 특징 등 책 곳곳에 포스트잇도 더덕더덕 붙여놨지만, 이도 부질없는 짓. 딱 한가지만 인용할까 한다.

 

 

연애의 비극은 이별이 아니다. 진정한 비극은 두 사람 중의 한명이 상대방을 더이상 사랑하지 않을 때 시작된다. 권력을 잡고 많은 영토와 사람을 지배한 왕의 비극도 피지배자가 그의 권력을 두려워하지 않을 때 시작된다. 약자가 인정하지 않는 힘은 겉은 멀쩡해도 속이 썩은 사과와 같아서 곧 떨어지게 마련인 것이다. (289~2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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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주일에 두 번, 몇 명의 동료들과 아침 운동을 시작한 지 한 달이 되어간다. 30대 초반인 체육교사의 헌신적인 지도와 도움으로 40~50대의 아줌마들이 헉헉대며 배우고 있다. 지난 겨울방학에는 이 아줌마들을 중심으로 몸짱 관련 온라인연수도 함께 들었다. 감히 몸짱을 노린다기 보다는 다들 건강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쪽으로 관심을 기울이다보니 이런 책도 구입하게 되었다.

 

 

  

  

 

 

 

 

 

 

 

 

 

 

 

왼쪽은 너무나 여성스럽고, 오른쪽은 너무나 남성스럽다. 마치 신생아 용품들이 여아는 핑크색, 남아는 소라색 일색인 것처럼 이 책들도 여성성과 남성성을 일방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책에서는 남녀 공용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왼쪽은 남성들이, 오른쪽은 여성들이 거부감을 일으킬 요소들이 있다.

 

그러나 내가 체육교사에게 배우는 실제 동작들은 이 책에 나오는 것과는 또 다르다. 비슷한 게 없지 않지만 훨씬 다양하고 섬세한 동작들이 많다. 2년 전, 호흡 명상 연수에서 배운 국선도류의 동작과도 많이 다르다. 몸에서 이렇게나 많은 자세와 동작이 나올 수 있다는 게 참으로 신선하고 놀랍다. 헬스기구는 제발 사지 말라는 체육교사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하면서 사람의 몸 자체가 더할나위 없이 훌륭한 헬스기구임을 조금은 알게 되었다.

 

그리고 때로는 이런 맨손 운동에 독서와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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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2014-04-24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에 따라 적절한 운동이 다르다고 들었습니다. 전 적당한 근매스를 가진 여자 몸이 아름답고 , 남자도 너무 크게 키운 근육 보다는 좀 푹신하게 보이는 몸이 좋더라구요. 유연성 운동이 성인에게 필요하다고 들었습니다.

nama 2014-04-25 07:27   좋아요 0 | URL
네, 주로 유연성 운동을 하는데 지도하시는 분이 30대초반 남자선생님이라 따라가기가 벅찰 때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