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6시 40분쯤 집에서 출발, 7시 조금 넘어 안산화랑유원지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 도착했다. 20km정도 밖에 되지 않는 멀지 않은 거리인데 이제서야 와보게 되었다. 벌써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었다.

 

입구에 들어서면 먼저 방명록에 이름을 적은 후 뭔가 한마디 써야 하는데 도무지 적절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미안함, 황당함, 분노, 무력감, 슬픔, 괴로움, 우울함, 원통함을 뭉뚱그려 그냥 '미안합니다.'라고만 썼다. 이제와서 이런 말들이 무슨 소용있나.

 

영정 사진과 위패가 진열된 분향대에 이르기 전에 영정배치도를 잠시 지나가도록 되어 있는데 마치 극장의 좌석표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일목요연하게 배열된 이름 밑에는 1반부터 10반까지 학급을 알리는 아라비아 숫자가 적혀 있었다. 숫자에도 슬픔이 묻어 있었다.

 

왼쪽부터 일반인, 교직원과 승무원, 그리고 단원고 학생들 순이었는데 가도 가도 분향하는 길이 끝나지 않았다. 어지러웠다. 꽃같은 아이들 사진이 너무나도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끝이 안날 것처럼. 마치 학교에서 일상적으로 들여다보게되는 출석부의 사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A4 보다 약간 길쭉한 종이 한 면에 20여 명씩 사진을 붙이고 사진 밑에 번호와 이름을 쓰게 되어 있는데 마치 그런 출석부를 벽면에 쭉 붙여놓고 들여다 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비현실적인 기분이었다. 이렇게나 많은 아이들이 한꺼번에 비명횡사하다니 그건 현실일 수 없었다.

 

함께 간 남편과 딸아이 모두 할 말을 잃고 조용히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어지러웠다. 그리고 화가 났다. 이 분노를 잊지 않을 게, 얘들아. 너희들을 기억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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